죽음의 신 / 정목스님
옛날 옛날 인도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무꾼이 매일 나무를 합니다.
아침에 눈만 뜨면 일어나
서 나무를 하고
저녁이면 나뭇단을 등에 지고 오고,
또 아침이 오면 산에 가서 나무 베고 또
나뭇단을 짊어지고, 눈 떠서 나무 베고 또
나뭇단을 짊어지고,
눈 떠서 밤에 잠들 때 까지 그 일을 반복하는 겁니다.
이 일은 너무 고되지만 별 의미는 없습니다.
어느 날 나무꾼은
진짜 지치고 너무 힘이 들어서 고만 다 팽개쳤습니다.
60년을 짊어졌던 나뭇짐
을 어느 순간 확 바닥에 내대버린 겁니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퍼질러 누워 하늘을 보며 한탄을 했습니다.
"죽음의 신이 있다면
다른 사람은 잘도 데려 가더니만 나는 데려가지
도 않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매일 산에
가서 나무만 하는
이런 재미없는 일을 끝도 없이 해야 하지?
난 늙고 병들었는데 어째서 나를 데려가지도 않는 것인가."
그랬더니 갑자기 죽음의 신이 나타났습니다.
"날 불렀소?"
나무꾼은 벌떡 일어납니다.
죽음의 신 앞에서 지겹고 괴롭다는 생각도,
고단한 삶에 대한 진저리나는 회의감도 싹 달아난 것입니다.
그는 무릎을 끓고 앉아 말합니다.
"제가 부르기는 했습니다만
땅에 떨어진 이 나뭇단을 짊어지려고 하는데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 싶어서 불렀습니다.
이 나뭇단 좀 다시 짊어질 수 있게끔 도와주시오."
어떤 불자가 괴롭고 고통스러워 죽겠다고
법당에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108배, 삼천배, 만배를 했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부처님이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괴로우냐. 그렇다면 출가하거라."
그랬더니 그 불자가 벌떡 일어나며
"아이고, 부처님 그게 아니라,
제가 집에 돌아갈 차비가 없어서요."
하고는 손사래를 칩니다.
우리는 일상의 고민을 전부 절에 와서 다 털어놓고는
해결이 안 된다고 투정부리며 살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내년 부처님오신날이나
부처님은 계속 오시건만
부처님이 오시는 것은
정작 보지 않는 것입니다.
"당신은 오십시오.
나는 나대로 살 겁니다."
우리 혹시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원문 : 경찰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