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여름...
장맛비가 잠시 그친 하늘을 쳐다보던 큰누이가
라디오를 트니 가수 나훈아의 "잡초"가 나온다.
팔이라도 있으며는 님 부를텐데
발이라도 있으며는 님 찾아갈텐데
이것저것 아무 것도 가진게 없어
아무 것도 가진게 없네...
마른 걸레로 마루 위에 내리친 빗물을 닦던
큰누이가 한마디 툭~ 던진다.
못난 놈, 사내새끼가 그 것도 자랑이라고..쯧쯧~
누이는 제대로 마음 편히 살지 못하고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중년에 만난 남자는 허우대 멀쩡한데
바람끼는 프로에 돈 버는건 아마츄어 놈팡이..
그러니, 때마침 흘러나온 노래에 마음속 앙금이
한마디 말로 튀어 나왔으리라...
남편이라고는 지난 봄부터 어디론가 싸돌아
다니고 소식도 없으니 남편이 아니라 웬수이고..
잠시 그쳤던 장맛비가 후두둑 쏴아~ 양철지붕을
때리자 수제비나 해먹자며 부엌으로 들어가던
누이의 주름치마가 푹 삭은 파김치처럼 보이네...
세월은 흘러 그 누이도 작년 여름에 배롱나무의
떨어지는 꽃을 따라 하늘로 갔다. 그 가을에는
맨드라미도 참 이뻐보이던데, 아마도 누이가
맨드라미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이제는 내가 팔도 있고 발도 있어 누이를 부르며
찾아도 가고 싶은데 언젠가 그날도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