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64승98패 AL 중부 5위) : 키다리 아저씨가 세상을 떠났다. 돈을 마음껏 쓰던 좋은 시절도 옛 일이 됐다. 더이상 무리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 없어졌다. 이상을 좇는 것은 뒤로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됐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운동에 동참.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기존 선수들을 적절한 시점에 내보내는 것이 목표였다.
디트로이트는 4월26일 시애틀을 대파하고 지구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11승8패). 하지만 기쁨은 잠시. 리그 최다실점(107)을 내주고 있었던 마운드가 이내 본색을 드러냈다. 특히 마무리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를 향한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의 지나친 인내심이 화를 자초했다. 로드리게스의 첫 19경기 성적은 7세이브(5블론) 7.97. 시즌 초반부터 갈팡질팡 했는데, 아스머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로드리게스를 5월말까지 마무리로 못박았다. 그사이 디트로이트는 침몰하기 시작했고, 알 아빌라 단장은 트레이드 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디트로이트는 트레이드 마감시한 안에 제이디 마르티네스(애리조나)와 알렉스 아빌라, 저스틴 윌슨(컵스)을 처리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모두를 놀라게 만든 트레이드는 8월에 일어났다. 저스틴 업튼을 에인절스로 보낸 데 이어 저스틴 벌랜더도 휴스턴으로 넘겼다. 8월초만 하더라도 아빌라 단장은 벌랜더 트레이드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거부권을 풀지 않았던 벌랜더를 설득하기 위해 수뇌부들이 집으로 총출동했다는 후문. 디트로이트의 상징은 통산 183승114패 3.49(380경기)의 성적을 남기고 팀을 이적했다. 183승은 팀 역대 7위(훅스 다우스 223승) 탈삼진 2373개는 미키 롤리치(2679개)에 이은 팀 2위였다. 레퍼런스 승리기여도(bwar)도 할 뉴하우저(59.1)만이 벌랜더(55.0) 위에 있었다.
4월까지 5할 승률(12승12패)을 지킨 디트로이트는 이후 매달 5할 승률을 넘지 못했다(5월 13승16패, 6월 10승15패, 7월 12승14패, 8월 11승17패). 가진 자원을 거의 소진한 9월에는 23패(6승)를 기록했다. 월간 23패는 2003년 8월 이후 처음. 2003년은 디트로이트가 팀 역대 한시즌 최다패(119)를 당하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불렸던 시절이다. 시즌 내내 이별을 고한 디트로이트는 4년간 지휘봉을 잡은 아스머스 하고도 그만 헤어지기로 했다.
Good : 트레이드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건 선수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오른발 부상으로 5월에 합류한 제이디 마르티네스는 57경기 16홈런을 몰아쳤다(.305 .388 .630). 좌완을 상대로는 파괴왕 수준(.474 .556 1.105). 때마침 애리조나는 좌완에 강한 우타자가 절실했고, 두 팀은 빠르게 합의점을 찾았다. 트레이드 마감시한까지 무려 13일이 남았었는데,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팔았다고 지적했다(디트로이트는 마르티네스의 건강을 우려했다).
저스틴 윌슨은 올해 디트로이트 불펜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다(42경기 2.68). 알렉스 아빌라(.274 .394 .475) 역시 아버지에게 효도를 하고 독립. 오락가락하던 업튼은 8월에 11홈런 27타점을 쏟아붓고 에인절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279 .362 .542). 벌랜더(34)는 디트로이트가 가장 아껴둔 카드였다(10승8패 3.82).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팀들이 흥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트리플 크라운(24승 2.40 250K)을 달성하고 사이영상-MVP를 통합 수상한 2011년과 똑같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회복했다(95.6마일).
이들이 모두 사라진 9월은 가혹했다. 5연패-6연패-9연패로 동네북 신세가 됐다. 쉴새없이 얻어맞는 와중에 기쁜 일이 있었다. 맷 보이드가 9월18일 화이트삭스전에서 9이닝 1피안타 완봉승을 달성한 것(121구). 9회 2사까지 노히트를 이어간 보이드는, 팀 앤더슨에게 허용한 2루타가 아쉬웠다. 기념비적인 일도 있었다. 아스머스는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앤드류 로마인에게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이에 10월1일 미네소타전에서 로마인에게 모든 포지션을 맡겼다. 먼저 외야 세 곳을 옮겨다닌 로마인은 3루수-유격수-2루수를 본 뒤 포수와 투수를 완수하고 1루수로 경기를 끝냈다. 메이저리그 역대 5번째로 한 경기 전 포지션을 소화. 그러나 로마인은 시즌 후 웨이버 공시 됐고, 클레임을 건 시애틀로 건너갔다.
9월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타자는 세 명. 미치 해니거, 디 고든과 함께 닉 카스티야노스가 주인공이다(42안타). 카스티야노스는 홈런(26)과 타점(101)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272 .320 .490). 3루타 10개는 리그 1위. 디트로이트 타자가 25홈런/2루타30/3루타10 시즌을 만든 것은 카스티야노스가 네 번째로, 세 번째는 1956년 알 칼라인이었다. 뛰어난 통산 득점권 성적(.308 .366 .529)을 자랑하는 카스티야노스는 올해 리그 7위에 해당하는 득점권 타점(72)도 올렸다.
타선에 카스티야노스가 있었다면, 마운드에는 마이클 풀머가 날아올랐다. 풀머는 전반기 9승6패 3.19로 데뷔 첫 올스타에 선정됐다. 전반기 승리 기여도 3.1은 세일(5.3) 클루버(3.4) 아처(3.2)에 이은 리그 4위. 평균 95마일의 포심/싱커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곁들여 빗맞은 타구를 유도한 것이 활약의 비결이었다(강한 타구 28.3%는 전반기 리그 최저 4위). 소포모어 징크스는 전혀 없을 줄 알았던 풀머는, 그러나 후반기 1승6패 5.33(8경기)으로 무너졌다. 디펜시브런세이브 29위(-62)의 수비진도 풀머를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후반기 35실점 29자책). 결국 풀머는 9월 중순 오른손 척골 전위 수술로 시즌을 마치면서 절반의 성공으로 남게 됐다.
Bad : 미겔 카브레라(34)도 흐르는 세월을 막지 못하는 것일까. 앨버트 푸홀스와 다를 줄 알았던 카브레라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249 .329 .399). 조정 ops는 100을 넘지 못했고(92) 조정득점창조력(wRC+)은 91에 머물렀으며, 하다못해 승리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찍었다(-0.2). 운도 따르지 않았다. 카브레라는 통산 인플레이 타율(BABIP)이 .344에 이르는 타자다. 그러나 올해는 3할을 넘지 못했다(.292). 라인드라이브 비율(22.7→27.3%)이나 강한 타구 비율(41.1→42.5%)을 감안하면 타구질이 나빴던 것도 아니었다. 또한 카브레라는 타구속도/발사각도를 기준으로 잘맞은 타구를 선별하는 배럴드볼 타율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낮았다(.595/리그 평균 .826).

문제는 카브레라의 몸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 카브레라는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는데, 아스머스는 "남은 선수 생활 동안 안고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심적으로 흔드는 잡음도 있었다. 카브레라는 지난 10월 혼외 자녀 양육비 소송에 휘말렸다. 그동안 몰래 관계를 이어온 한 여성이 있었고, 그 사이에서 낳은 두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카브레라가 양육비를 6200달러(690만원) 정도로 줄이자 여성이 반발하며 소송을 걸었다(카브레라는 두 자녀에 대해 친자 확인을 요청). 만약 법원이 여성의 손을 들어줄 경우 카브레라는 월 10만달러(1억1000만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제공해야 한다(전례를 미루어 봤을 때 이 판결은 힘들 것이라고). 한편 카브레라는 과거에도 가정 폭력, 알콜 중독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다른 고액 연봉자들도 실망스러웠다. 토미존 수술 투수로는 첫 1억 달러 계약을 따낸 조던 짐머맨은 2년 연속 규정이닝을 넘기지 못했다(2016년 105.1이닝, 2017년 160이닝). 그런데 그래서 다행이라는 것이 함정(8승13패 6.08). 16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중 6점대 평균자책점은 짐머맨 뿐이다. 짐머맨 이전 160이닝 6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2011년 존 래키가 있었으며(6.41) 디트로이트 역사에서는 단 두 명밖에 없었다(2008년 네이트 로버슨 6.35). 올해까지 1800만 달러였던 짐머맨의 연봉은 내년에 2400만 달러로 오른다(2019, 2020년 각 2500만).
빅터 마르티네스(1800만)도 몸값을 하지 못했으며(.255 .324 .372) 아니발 산체스(1680만) 또한 반등하지 못했다(3승7패 6.41). 시즌 막판에 심장 수술을 받은 마르티네스는 내년에 뛸 수 있을지도 의문(아빌라 단장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산체스의 내년 시즌 팀 옵션(1600만)은 당연히 거부당했다. 참고로 네 선수가 받은 총 연봉(8080만)은 밀워키(6306만) 탬파베이(6996만) 샌디에이고(7162만) 개막전 팀 연봉보다도 많았다.
달라져야 할 불펜은 달라지지 않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4.22에서 5.63으로 치솟았다(WHIP 1.56). 탈삼진은 적게 잡으면서 볼넷은 많이 내주다 보니 탈삼진/볼넷 비율도 엉망이었다(1.95). 세이브 상황에서 평균자책점 5.24는 텍사스(5.37) 다음 나쁜 기록. 마지막 두 달 동안 마무리를 맡은 셰인 그린(71경기 2.66)도 세이브 상황과 논세이브 상황에서의 온도 차가 컸다(ERA 세이브 3.76/논세이브 1.96). 암울한 사실은 내년에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 알렉스 윌슨(6경기 4.50) 서폴드(45경기 4.88) 스텀프(55경기 3.82) 같은 선수들의 발전을 기대해야 한다.
전망 : 당분간은 몸집 줄이기에 집중한다. 산체스의 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을 물론, 알렉스 프레슬리, 짐 아두치, 타일러 콜린스 등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외부 영입은 트레이드와 룰5 드래프트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밀워키가 관심을 보였던 이안 킨슬러는 트레이드 대상자로, 호세 이글레시아스와 셰인 그린도 넘길 의향이 있다. 완전히 새 판을 짜고 있는 디트로이트는 마이너리그에서 기쁜 일을 찾아야 한다. 팀 상위 유망주 16명 중 7명이 지난 여름에 받아온 선수들이다(mlb파이프라인). 컵스에서 데려온 3루수 제이머 캔델라리오(23)는 9월 26경기 .326 .404 .467로 가능성을 보였다. '벌랜더의 유산' 우완 프랭클린 페레스(19)도 벌써 팀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황무지였던 팜이 개간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우려스러운 부분은 디트로이트의 육성 능력이다. 디트로이트는 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 유망주를 키워낸 적이 없다.
새롭게 부임한 론 가든하이어 감독은 2000년대 미네소타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 현재 교체된 감독들 중에서 유일하게 감독 유경험자다. 올드스쿨 타입이지만 리빌딩 팀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애리조나에서 벤치코치를 역임한 가든하이어는 통계 분석이 중심이 된 흐름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를 예고한 가든하이어의 지도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야수 fwar 순위
4.1 - 저스틴 업튼
2.4 - 이안 킨슬러
1.9 - 알렉스 아빌라
1.7 - 닉 카스티야노스
1.6 - 호세 이글레시아스
1.6 - 마이키 마톡
1.6 - 제이디 마르티네스
1.5 - 제임스 매캔
투수 fwar 순위
3.5 - 마이클 풀머
3.0 - 저스틴 벌랜더
1.9 - 맷 보이드
1.3 - 대니얼 노리스
1.1 - 조던 짐머맨
0.9 - 저스틴 윌슨
0.6 - 셰인 그린
0.5 - 아니발 산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