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마카 6,18.21.24-31; 요한 12,24-26
+ 찬미 예수님
오늘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가 계신데요, 103위 성인은 1984년 한국을 방문하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시성하셨고, 124위 복자는 그로부터 30년 뒤인 2014년에 한국을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시복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종 124위는 1791년부터 1888년까지, 대략 100년에 걸쳐 순교하신 분들인데요, 가장 먼저 1791년 신해박해 때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가 순교하셨습니다.
윤지충 바오로는 1759년 진산에서 태어나셨는데, 고모의 아들이 다산 정약용 요한입니다. 윤지충 바오로는 정약용 요한을 통해 천주교 신앙에 대해 알게 되었고, 스스로 교회 서적을 구해 읽기 시작하여 3년간 교리 공부를 한 뒤 1787년, 친척인 이승훈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어머니와 아우, 그리고 외종 사촌 권상연 야고보에게도 교리를 가르쳐 신앙을 받아들이게 하였습니다. 1790년, 북경의 구베아 주교가 조선 교회에 제사 금지령을 내리자, 권상연과 함께 집안에 있던 신주를 불살랐고, 이듬해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자,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유교식 제사 대신 천주교 예절에 따라 장례를 치렀습니다.
이 소문이 증폭되고 왜곡되어 조정에 전해졌고, 두 분을 체포하라는 명령이 진산 군수에게 전달됩니다. 두 분은 피신하였지만, 진산 군수가 윤지충의 삼촌을 감금하자 자수하셨습니다.
두 분은 전주 감영으로 이송된 뒤 전라 감사로부터 천주교 신자들의 이름을 대라는 협박을 받았지만 입을 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천주교 교리를 설명하면서 “천주를 큰 부모로 삼았으니, 천주의 명을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결코 그분을 흠숭하는 뜻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전주 감사가 조정에 올린 보고문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윤지충과 권상연은 유혈이 낭자하면서도 신음소리 한마디 없었습니다. 그들은 천주의 가르침이 지엄하다고 하면서 임금이나 부모의 명은 어길지언정 천주를 배반할 수는 없다고 하였으며, 칼날 아래 죽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조정에서 사형에 처하라는 판결문이 오자 감사는 즉시 윤지충과 권상연을 전주 남문 밖으로 끌고 갔습니다. 두 분은 ‘예수 마리아’를 부르면서 칼날을 받았는데, 이때 윤지충은 서른두 살이었고, 권상연은 마흔 살이었습니다. 두 분이 순교하신 곳에 세워진 성당이 전주 전동성당입니다.
일전에 전동성당 김성봉 신부님이 파이프 오르간 설치를 위해 모금해 가셨는데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드리고, 두 순교자께서 돌아가시면서 외치신 ‘예수 마리아’가 이제 오르간의 선율 안에서 울려 퍼지기를 기도합니다.
한편 오늘은 성 바오로 6세 교황님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1962년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시고 1963년 선종하시자, 후임자로 선출되신 바오로 6세 교황님은 1965년 폐막 될 때까지 공의회를 이끄셔서 교회 쇄신의 초석을 놓으셨습니다.
1964년 예루살렘을 순례하시면서 정교회의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와 만나셨는데, 이는 1054년 가톨릭과 정교회가 서로를 파문한 이래 9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1965년 12월 7일, 공의회 폐막 하루 전에 상호파문을 취소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셨습니다.
1967년에는 사회, 경제, 정치 문제들을 다룬 회칙 「민족들의 발전」을 반포하셨고, 1968년부터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기념하기 시작하셨습니다. 1970년에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와 시에나의 카타리나 성녀를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회학자로 반포하셨습니다. 또한 1975년 반포하신 「현대의 복음 선교」를 통해 “정의와 평화 안에서 참되고 진정한 인간 발전을 증진시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랑의 새 계명을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역설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8년, 시성 미사 강론 중에 “바오로 6세 교황님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분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교회의 방향을 외부로 향하게 한 선지자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의 축일은 성인의 사제서품기념일인 5월 29일 오늘입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천주교회의 기틀을 놓아주신 124위 복자들과 교회의 쇄신을 위해 애쓰신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을 기억합니다. 우리의 삶이 성인과 복자들이 맺어주신 귀한 열매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겠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124위 복자,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
아테나고라스 총대주교와 성 바오로 6세 교황
출처: A fraternal embrace that is also a commitment - Vatican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