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절벽은 인구통계 전문가 해리 덴트(Harry Dent)가 만든 용어로
소비지출이 가장 많은 45~49세 연령대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인구절벽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절벽이란 용어는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비유한 것이다.
소비가 줄면 내수 경기가 어려워지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기 마련. 즉, 내수 불황에 빠지는 것이다.
우려의 또 다른 이유는 자산시장에 발생하는 충격 때문이다.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하면서 노후생활을 위하여 자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받아줄 다음 세대가 인구수나 자산 축적 면에서 베이비붐 세대보다 취약하다면,
다시 말해 팔려는 사람은 많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자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내수와 함께 자산시장도 장기 침체에 빠져들고 만다.
국내에서 인구절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이유는
2018년부터 한국도 인구절벽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2010)에 따르면
45~49세 인구가 2018년 436만2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구절벽과 동시에 찾아오는 고령화도 문제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 감소세로 돌아서고
다음 해인 2018년에는 고령화비율(전체인구 대비 65세이상 인구비율)이 14%를 돌파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는 2020년을 기점으로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불과 8년 만인 2026년 초고령 사회에 돌입하고
2031년에는 총인구가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의 여지가 있는 것은 국
내 여러 지표로 볼 때 지금부터 5년 정도가 인구절벽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인구 규모가 710만 명에 달하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이 모두 가임연령(15∼49세)에 있고,
604만 명 규모인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의 자녀가 10대라는 점이 가장 큰 근거다.
이는 향후 10∼20년간 우리나라는 역사상 가장 많은 가임인구를 보유한다는 의미다.
향후 10∼20년간의 인구 정책이 앞으로의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하는 셈이다.
그 동안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이
현재와 같이 낮은 수준이 유지되면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현재의 낮은 출산율이 유지되면 이후 세대의 가임인구 축소를 가져와
나비효과처럼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한국 역사상 최다 가임인구’라는 기회가 확인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만혼화(晩婚化) 해결이다.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가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돼있어
출산이 늦어지고 자녀의 수는 줄어들게 된다.
30세 이하 결혼한 여성의 자녀수는 평균 2명인데,
35~39세에 결혼한 여성의 평균 자녀수는 0.8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런데 평균 결혼연령은 여성만 따져봤을 때
2000년 26세에서 2013년 30세로 4년이나 늦춰졌다. 갈수록 더 늦춰지는 추세다.
결혼이 늦어지는 이유는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는 혼례문화와 높은 주거비 부담,
낮은 고용률 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한 가지 문제만 풀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는 우선 높은 주택가격과 전세가격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초 주택보유 보조금제도나, 전세보조금, 공공청약 우선 청약권 등의 혜택을
신혼부부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 청년실업 문제 해결도 만혼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출산율을 높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의 직업 안정성이 높아지고 계약직 고용이 감소할 경우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해 낙관할 수 있게 돼,
결혼이 빨라지고 출산율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출산율 제고를 위해 유급출산휴가(스웨덴의 경우 12개월간 임금의 90% 지급)와
탄력적 근무시간 제도(영국), 파트타임 제도,
학교수업 시간과 근무시간의 조화(뉴질랜드와 캐나다),
출산 후 직장복귀 보장(독일) 등의 정책도 검토돼야 할 필요가 있다.
결혼율을 높이더라도 부부를 출산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출산이 기쁨이 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들이 믿고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 있도록 보육 시스템을 개편하고
근로 형태나 가구 특성에 맞게 맞춤형 보육을 지원해 보육을 돕는 한편
육아휴직과 경력단절 후 복직을 도우며 일하는 여성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임신과 출산 비용을 줄여주고 한부모 가구에서도 어려움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출생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골든타임은 5년 정도 남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인구학 교수는
올해 초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국가 1호가 한국이 될 것이라고 밝혀 충격을 준 바 있다.
출산율 하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2
100년 한국의 인구는 2000만 명 이하로 줄어들고,
2300년이 되면 사실상 소멸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인 220위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도
한국처럼 위기의식도 대책도 없는 나라는 흔치 않을 것 같다.
많은 대책들을 나열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정책들이 각각이 아니라
한꺼번에 종합적으로 과감하게 추진돼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1.19명까지 낮아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을
2020년에는 1.4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한 바 있다.
불과 300년 후 한민족이 지구상에 남아 있을지 사라지게 될지 여부가 앞으로
5년 안에 결정될 수 있다는 무겁고도 무서운 숙제를 우리가 지금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