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불사르며 제 새끼를 돌보는 가시고기처럼 태어난 뒤 일정기간 자식을 돌보는 동물은 많다. 그렇지만 늙은 혈육을 챙기는 2세가 관찰되는 건 오직 인간뿐이라고 한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부모에게 되갚을 줄 안다는 점은 인간과 동물이 구별되는 가장 특성인 것이다.
연극 ‘더블웨딩’은 오늘을 사는 가족의 이야기다.
가족은 사랑과 행복을 지켜주는 울타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족은 태생적으로 분열을 전제로 한다.
‘우리’로 출발해 어김없이 내가 되고, 급기야 또 다른 ‘우리’가 되고 만다.
아이는 자라서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고, 또 그 아이가 머물던 자리엔 또 다른 아이가 바통을 잇는다. 이렇듯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 속에서 끊임없이 무한 분열의 숙명과 같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이라 한들, 나를 낳고 내가 의지하고 내 행복의 근원이었던 가족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연극 ‘더블웨딩’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살아가는 삶의 군상들의 이야기다.
가장 진부하면서도 가장 원초적인 가족이 겪는 치매를 소재로 한다.
고통의 현실 앞에 나와 우리는 어떤 포즈를 취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려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말이 되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상처럼 반복 되는 세상이다. 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일을 수시로 목격하고 경험한다.
그 비정상을 향해 독사의 혀보다 더 독한 비난의 혀를 휘두르면서도 정작 나 역시 그 비정상의 하나이거나 인간이라는 탈을 쓴 동물 중의 하나에 불고한 건 아닐는지.
● 작품줄거리
현자는 아버지가 30년간 지켜왔던 카센터를 이어받고 집안의 가장으로서 결혼도 포기한 채 억척스런 삶을 산다.
현자에게 음악은 외로움과 시름을 잊게 하는 힘이다.
아버지가 일하던 생업의 현장에서 아버지가 즐겨 듣던 음악을 들으며 아버지를 느끼고 아버지와 교감한다.
거기에 현자를 따스한 시선으로 지켜보며 우직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남자 현태가 있다.
그런 현자네 가족에겐 극복하기 힘겹고 고통스런 현실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엄마가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자에게 아빠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다. 아빠가 자신에게 베풀어준 특별한 사랑을 잊지 못하는 현자는 치매 증상이 심해지는 엄마를 끝까지 곁에 두고 모시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