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덧붙여 말할 것은 이두의 문제다. 기록 문자가 없었던 우리 고대사에서 한자를 이용하여 우리말을 표기한 이두는 매우 중요하다. 한자로 표기된 모든 지명, 인명이 사실은 한자의 뜻과 무관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잇고개’라는 뜻에서 나온 “새재”라는 지명이 한자로 표기하면서 엉뚱하게도 새 조(鳥)자를 써서 ‘조령(鳥嶺)’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져 지금까지 이르는 현실이다. 고대사의 문헌에는 성곽의 이름이 무수히 등장하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성곽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문헌상의 이름과 실제 장소를 대부분 일치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지명(땅 이름 – 옮긴이)에 쓰인 이두를 해명하는 문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이건 단지 역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살수대첩의 전적지에는 지금도 당시에 죽어 간 수나라와 고구려(고구리/전기 고리 – 옮긴이)의 수많은 병사들이 남긴 유품들이 땅속 깊이 묻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정확한 전적지를 모른다는 데 있다. 전설로만 알려지던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어릴 때 듣고 그곳을 찾고 말리라는 소년 시절의 꿈을 잊지 않았던 어느 영국인 기업가가 마침내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이야기는 우리가 역사(갈마 – 옮긴이)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 『 상식 밖의 한국사 』 ( ‘남경태’ 지음, ‘(주)새길’ 펴냄, 1995년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