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고 오른쪽으로 누우면 약효가 가장 빨리 나타난다ㅣ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오른쪽으로 누우면, 약효 나타나기까지 약 10분 소요
미국 존스홉킨스대(Johns Hopkins University) 기계공학과 라자트 미탈(Rajat Mittal) 교수팀은 자세에 따른 약의 체내 흡수율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34세 남성의 위를 촬영해 위에서 창자까지의 형태를 본뜬 ‘StomachSim’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서 있기 △오른쪽으로 눕기 △왼쪽으로 눕기 △정자세로 눕기 등 총 4가지 자세를 취했을 때 나타나는 알약의 용해 속도를 확인했다.
약물은 식도와 위를 거친 후 위와 십이지장 사이의 통로인 유문을 지나 장에서 혈액으로 흡수된다. 따라서 약의 흡수 속도는 유문을 얼마나 빨리 통과하는지에 달려있다.
분석 결과, 자세에 따라 약물 흡수 속도가 1시간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흡수가 빠른 자세는 오른쪽으로 눕는 것으로, 약이 융해돼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약 10분이 걸렸다. 정자세로 눕거나 상체를 똑바로 세웠을 때보다 2.3배, 왼쪽으로 누웠을 때보단 10배 빠른 수준이다. 정자세로 눕거나 똑바로 상체를 세웠을 땐 23분, 왼쪽으로 누웠을 땐 100분 이상이 걸린 것이다.
라자트 미탈 교수는 “실험 결과를 적용한다면 진통제 같은 속효성 약물을 복용한 뒤에는 약 30분 동안 오른쪽으로 누워 있을 것을 권한다”라며, “고령층이나 좌식 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의 경우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이 약효가 발휘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세에 따라 약물 흡수 속도가 달라지는 것은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통로인 유문은 보통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약이 유문 입구 쪽으로 떨어지지만, 상체를 세우거나 정자세로 누우면 약은 위의 하부, 왼쪽으로 누우면 위의 상부에 떨어진다.
한편, 연구팀은 논문에서 “알약을 정확하게 삼키는 것이 우선이다. 알약이 식도 점막에 붙은 상태로 융해되면 식도염이 생길 수 있다”라며, “누워서 약을 먹더라도 가능한 상체를 일으켜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권고된다”라고 설명했다.
누워서 먹으면 안 되는 약도 있다
특정 자세를 피해서 복용하는 것이 권장되는 약도 있다. 대표적으로 골다공증 약이 여기에 해당된다. 비스포스포네이트라는 골다공증 약은 식도염 등의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어 ‘복용 후 최소 30분간 눕지 않아야 한다’라는 주의사항이 명시돼 있다. 어떤 약이든 명시된 복용법을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약을 복용할 땐 일반적으로 약 200~250mL의 물을 마시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을 마시면 약물이 체내로 빠르게 운반되기 때문에 그만큼 약효 또한 빠르게 나타난다. 또한, 물이 부족할 경우에는 약의 흡수력 역시 떨어진다. 물을 미지근한 물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약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위의 온도가 따뜻해져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 약 흡수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조수완·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