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개입 우려...영향력 있는 국내 '친중파' 솎아내기 시급
기자명 전경웅 기자 / 자유일보
[중국의 세계지배전략 '초한전'] (42·끝) '초한전' 분쇄의 단기 목표
지명도 높은 언론인·SNS 인플루언서 등 최우선 배제
모든 문제를 中에 유리하도록 교묘하게 이미지 조작
현행법 안 고치면 ‘中 비밀경찰서’ 조사 포기한 것처럼
친중파가 인지전을 펼쳐도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어
중국 공산당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초한전’을 펼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현지 친중파의 존재다. 앞서 언급한 중국 공산당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배제하는 것과 함께 국내 친중파를 박멸하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을 ‘초한전’에서 구해내기가 어렵다. 즉 ‘초한전’ 대응책의 소목표이자 핵심 목표는 국내 친중파 ‘박멸’이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친중파’…문제되는 ‘친중파’는 영향력 유무
국내에서 활동하는 친중파는 주변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이지용 계명대 교수, 주재우 경희대 교수와 같은 ‘반공 중국전문가’들은 중국 관련 학계 거의 대부분이 친중파라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 공장을 짓고 영업을 펼치는 기업의 관계자들도 적지 않은 수가 친중파를 자처한다. ‘자칭 중국통’이라는 평범한 언론인과 변호사, 회계사도 친중파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 또한 중국 공산당이 ‘초한전’을 펼칠 때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교두보’와 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시진핑 집권 하의 중국 공산당이 펼치는 ‘초한전’의 핵심이 ‘인지전’이라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지금 당장 배제해야 할 친중파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연예인과 방송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의 인플루언서, 지명도가 높은 언론인 가운데 먼저 친중파를 솎아내야 한다. 앞서 누차 설명한 것처럼 인지전은 대상국 시민이 사물을 받아들이는 인지과정에 개입한다.
다른 말로는 가치중립적인 사물이나 단어를 정치편향적인 연상이 가능하도록 교묘하게 이미지 조작을 하는 것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 정보기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중국 공산당은 연예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 소설, 웹툰, 유튜브 영상 등을 활용해 인지조작을 펼친다.
연예인과 방송인, 유명 언론인 등을 통한 인지조작을 막는 첫 번째 방법은 제작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다. 우리나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모든 방송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내용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심의 기준이 정치적 중립성과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하자는 데 그치고 있어 친중 인사들이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면서 펼치는 인지전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국회에서 방송법과 형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방송법 제33조 심의 규정에서 문제가 되는 대상에 ‘국가안보’ 관련 부분을 포함시키면서, 형법 상 ‘간첩(제98조)’이나 ‘외환(제92조)’, ‘여적(제93조)’, ‘적국의 정의(제102조)’, ‘항적(제104조)’ 등에 대한 규정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을 고치지 않을 경우 지난 2월 국가정보원과 경찰, 방첩사령부 등이 형법 상 미비점 때문에 중국 비밀경찰서 조사를 포기한 것처럼 국내 방송에서 친중파가 ‘인지전’을 펼쳐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중적 기조를 취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때문에 법 개정이 어렵고, 총선에 대비하는 것은 급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앞세워 행정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취할 경우 오히려 친중 성향의 방송인과 연예인, 인플루언서로 인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고, 앞서 말한 형법과 방송법 개정은 영원히 어려워질 수 있다.
◇선관위, 국정원·KISA 보안컨설팅 따라 중국 총선개입 막아야
국내 친중파 배제의 두 번째 방안은 바로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지난 7월 17일부터 국정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협력해 9월 하순까지 6주 동안 보안컨설팅을 받았다.
북한과 중국의 선거 조작 우려 때문이었다. 컨설팅은 이미 끝났지만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자녀 특혜 채용 문제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가 오는 11월까지 두 달 연장되면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동시에 중국과 북한의 총선 개입을 시스템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용빈 신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으로부터 ‘중국과 북한의 선거 조작 위험 가능성’에 대한 질의를 받자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선거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에서 제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보는 게 내년 총선에 임하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중앙선관위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중국과 북한의 선거 개입이 시스템적으로나 눈에 보이는 선전선동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 있었던 의심 사례로 보면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계정의 차단 및 폐쇄가 필요하다.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온 ‘역정보 대응센터’ 창설이 시급한 이유다. 미국은 물론 주요 강대국은 현재 역정보 대응기관을 통해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SNS 계정을 폐쇄하고 있다. 필요한 법률은 기존 선거법으로 충분하다.
2020년 3월 총선 사전투표 당시 논란이 됐던 선관위의 ‘소쿠리 투표용지 이동’ 장면. 올해 3월에는 선관위가 그동안 북한 등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SNS 플랫폼 기업의 요청 거부라는 장애물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는 SNS 플랫폼 운영업체가 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계정 폐쇄 등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현재 미국과 대단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내년 4월 총선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SNS 플랫폼 기업에 대한 압박을 요청하면 ‘가짜뉴스 확산계정’의 폐쇄와 차단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거부하는 기업에는 ‘중국 현지 정책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면 명분도 충분하다.
중앙선관위가 현재 집중적으로 예방하려는 부분과 함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총선 개입까지 철저히 막으면, 우리나라를 노리던 ‘초한전의 예봉’은 물론 내년 주요 선거가 있는 대만, 일본, 미국 등에서의 ‘중국 선거 개입’의 무력화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처럼…" 한국인 친중파, ‘채찍’ 뿐 아니라 ‘당근’도 필요
가장 중요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은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는 친중파 한국인"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문제다.
친중파와 구한말 친일파는 직접 비교할 수가 없다. 다만 굳이 비교하면 현재 친중파는 과거 청나라로부터 독립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친일파의 전신’ 독립협회 일부 회원을 연상케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친중파를 배제하는 데는 ‘채찍’뿐만 아니라 ‘당근’ 이상의 ‘사탕’이 필요하다. 2006년 일본을 필두로 대만, 미국 등이 따라하고 있는 ‘기업 리쇼어링 인센티브’ 정책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국내 친중파 대다수는 본인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 때 선봉에 서는 사람일수록 이념이나 권력욕 같은 것보다는 금전욕과 명예욕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친중 활동을 오래 벌였고, 주변 사람들까지 끌어들인 사람에게는 정보기관과 방첩기관을 통한 일종의 ‘전향공작’을 벌일 필요가 있다.
중국 공산당이 ‘초한전’을 아무리 통일전선공작에 따라 점조직 형태로 벌인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친중파의 풀(Pool)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오랫동안 활동한 친중파에게는 전향공작을 벌여 그 뿌리까지 색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친중파 생활을 청산하겠다는 ‘전향서약서’를 쓴다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파고드는 ‘초한전’은 첩보전이 아니라 ‘총력전’이다.
그 개념만 제대로 이해를 해도 무슨 정부 홍보활동이나 외교 활동 따위가 아니라 군, 정보기관, 치안·사법기관 등이 총력으로 맞서야 한다는 점을 금방 이해할 것이라는 게 안보전문가들의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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