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른바 ‘부동산 3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 3년 유예 연장,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조합원 1인 1가구제 폐지)이 국회를 통과한 후 재개발·재건축 시장엔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연초부터 훈풍이 불더니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 추석 이후엔 이 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여전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분양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덕분이다.
정부의 추가 규제 완화도 예고됐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중단키로 해 주택 수요자의 관심이 도심으로 쏠리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까지 더해져규제도 추가 완화된다. 현 정부 들어 대부분의 규제가 풀렸고, 지난 9·2 대책에선 사실상 마지막 남은 규제까지 완화됐다는 평가다. 우선 정부는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을 현행 동별 구분소유자 3분의 2에서 2분의 1로 낮출 방침이다. 이는 일부 상가 소유자 등의 반대로 전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비사업과 관련된 동의도 일단 동의서를 제출한 뒤 30일이 지나면 철회할 수 없도록 했다. 기반시설 기부채납 방식도 현금 납부까지 허용되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미 기반시설이 충분한 지역이나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려는 목적을 가질 경우 현금납부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전체 가구의 일부는 오피스텔로 짓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만 준주거·상업지역에서 연면적의 일정 비율 범위에서만 지을 수 있다. 이밖에 각 사업장의 임대주택 공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정부가 대지가격을 감정평가액의 일정 비율 내에서 보상해주기로 했다.
그동안 임대주택을 지은 뒤 정부가 건축비만 보상하고 대지가격은 무상으로 인수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입법예고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시행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이 분양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경.
강북은 물론 지방도 눈여겨 볼 만이 같은 규제 완화가 본격 시행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채산성이 좋아져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사실상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규제가 풀리는 것”이라며 “때마침 집값도 오르고 있어 어느 정도 사업이 진척된 사업장은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추석 이후 서울 강남권은 물론 강북, 지방 대도시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잇따라 일반분양에 나선다. 일반분양이 흥행을 하면 주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추석 이후에도 바람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근 서울에선 강남은 물론 강북 단지까지도 인기리에 분양됐다. 22일 대림산업이 서울 성동구 금호15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e편한세상 신금호는 청약 1순위에서 평균 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근에서 현대건설이 분양한 힐스테이트 금호(금호20구역 재개발) 역시 청약 1순위에서 평균 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마케팅회사인 앰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강남은 입지여건이 뛰어나고, 강북 재개발 단지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추석 이후에도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 대도시 도심도 눈여겨 볼만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지만 전문가들은 사업이 초기 단계인 곳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재개발·재건축 출구전략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공공택지 개발 물량이 점차 줄고 있어 앞으로도 도심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관심은 꾸준할 것”이라며 “그러나 2~3년 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된 곳을 노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역적으로는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권도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강북권도 유망하다는 것이다.
대구·부산·광주 등 지방 대도시에서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만큼 지방에서도 사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곳을 눈여겨 볼 만하다. 백준 대표는 “도심은 지방이라도 기반·교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주택 수요가 꾸준하다”며 “지분 가격이 싸 투자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