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과 연합연습
전)합참차장 중장(예) 권 안 도
최근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전화통화를 통해 ‘키 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훈련’을 종료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국방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 하기 위한 양국의 기대가 반영된 조치임을 분명히 한다.” 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조치로 ‘키 리졸브(Key Resolve)연습’은 한글이름인 ‘동맹’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규모를 축소하여 시행하며 ‘독수리 훈련(Foal Eagle)'은 명칭을 아예 없애고 연중 대대급 이하 소규모 부대 위주 훈련으로 대체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 3월 7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매년 8월 실시해 오던 ’을지 프리덤가디언(UFG : Ulchi Freedom Guardian)'연습은 앞으로 하지 않으며 대신 훈련을 둘로 쪼개 각각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즉, 한국군 단독 지휘소연습인 ‘태극훈련’과 정부 부처 연습인 ‘을지연습’을 통합한 ‘을지태극연습’이 실시될 예정이며 ‘프리덤가디언’은 ‘19-2동맹연습’으로 축소 시행이 예상되고 있다.
이리하여 한미동맹의 가시적 상징이자 한미연합 억제의 핵심을 이루는 3대 주요 한미연합 연습이 시작된 지 반세기만에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현역 시절 미군들과 함께 오랜 기간 수 차에 걸쳐 한미연합연습을 계획하고 참가부대로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단순히 연합연습이 중단 내지 축소 조정되어 너무 아쉽다는 감상적인 생각마저 오히려 사치 스럽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음을 먼저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먼저 국방부는 이번 연합연습 중단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의 비핵화가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는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적 지원 카드 등이 검토될 수 있겠으나 연합연습과 같은 군사적 조치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한입장에서는 원하는 옵션일 수 있으나 (김정은, 2019년 신년사 참조 “<남한이>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 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단돼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하여 맞교환할 수 있는 조치라고 보기에는 생존권의 문제가 걸려있는 ‘사활적(vital) 국가이익’ 문제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임하게 된 이유로는 내부적으로 핵무기를 완성하여 이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원하며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그리고 이를 힘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한미연합전력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추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연계하여 대가로 지불할 수 있는 선물은 대북경제 제재 해제와 우리의 경협사업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며 시행방법 면에서도 북한이 장시간에 걸쳐 단계화된 비핵화를 추진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단계화된 경제제재 해제가 정교하게 준비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다음은 연합연습이 갖는 함의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앞서 설명한 3대 주요 한미연합연습(키리졸브/독수리, 을지 프리덤가디언)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규모의 전구급 야외기동 훈련(FTX : Field Training Exercises)및 지휘소 연습(CPX : Command Post Exercises) 으로 많은 선진국의 군인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훈련이다. 왜냐하면 한반도 전구에서 유사시 가용한 한미 양국의 모든 육, 해, 공군의 대규모 부대들이 실전적 상황 하에서 실기동을 하거나 시뮬레이션에 의해 연습을 시행함으로써 최고사령부 지휘자와 참모로부터 개인병사에 이르기까지 값진 전쟁경험을 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군과의 연합훈련을 통해 현대전 경험이 많은 미군의 최신 전술교리와 첨단장비 운용 능력도 배울 수 있다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군의 입장에서도 낯선 작전환경(지형, 기상, 주민, 문화 등)에 친숙해지는 등 적응력을 배양하며 한국군과의 연합작전 능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연습은 이러한 전술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전략적 가치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최근 국방백서의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한국군에 비해 2배 이상의 양적 우위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추가하여 핵, 대량살상무기(Weapon of Mass Destruction), 미사일, 장사정포, 특수전 부대, 사이버 부대 등 비대칭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여 한국군은 주한미군은 물론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막강한 미군 증원 전력 (병력 69만,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000여 대 등 200-300조원 경제적 가치)과 함께 연합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군 전체규모보다 더 큰 대규모의 미군 증원 전력이 한반도에 전개한 즉시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미 본토로부터 한반도까지의 전개 절차 - 한반도에서의 전방 이동 - 한미연합 작전 시행’에이르는 전 단계를 주기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이와 같은 절차 연습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1969년 3월에 시작한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 / 망막의 초점)였으며 이후 1971년부터는 ’프리덤 볼트(Freedom Vault / 자유의 도약)‘로 개칭하였고 1976년 부터는 ‘팀스피리트(Team Spirit / 단체<동맹>정신) 연습으로 시행해 오다가 1993년에 종료된 이후 1994년부터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 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and Integration / 수용, 대기, 전방이동 및 통합)’으로 시행되었다. 그 후 2002년부터 RSOI연습은 독수리 훈련과 통합되어 시행해 오다가 2008년에는 한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계획의 일환으로 ‘키리졸브(KR)'연습과 통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연습의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유사시 대규모의 미군 증원전력을 적시에 한반도로 전개하여 연합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이기 때문에 숙달훈련은 대단히 중요하며 한미 양국군 모두 1-2년 단위로 많은 실무인원이 바뀌게 되므로 주기적인 반복훈련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한미 양국군은 약 50년 전부터 연례적으로 밭과 논 등 경작지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3-4월에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시행해 왔으며 이는 한국군, 주한미군, 미 증원군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실기동훈련으로 한반도에 대한 동맹인 미국의 확고한 방어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의미있는 훈련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첨단전력 위주의 미 증원전력이 대규모로 한반도에 전개하여 훈련하는 모습에 많은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며 그 결과 계속하여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외쳐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한미연합연습의 중단 또는 축소 시행은 미군 증원 전력 전개 능력 약화, 주한미군 및 증원전력 감축 논의 등 한미연합방위태세의 급격한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한미간 합의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된 문제이다. 한미 양국은 2014년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였으며 ‘3대 조건’으로 ①안정적 작전권 전환 위한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②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방위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구비 ③국지도발, 전면적 초기 단계서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 필수 대응 능력 구비’를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하였다.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한국군은 금년 8월쯤 ‘최초작전운용능력(IOC)’을 한미연합으로 검증 하고 이어서 ‘완전작전운용능력(FOC)’을 평가한 후 최종적으로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검증하여 전환할 예정이며 이러한 운용능력 평가를 2020∼2021년에 마친 후 정부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마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군의 한미연합전력 운용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과 미 증원전력이 포함된 전구급 연습이 실시된 가운데 한미연합으로 이루어져야 되는데 8월에 계획된 ‘을지 프리덤가디언’ 대신 축소된 ‘19-2동맹연습’(예상)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을런지 의문시되며 주한미군과 미 증원군의 참여수준이나 규모도 급격히 감축될 우려가 있어, 최악의 경우 소홀한 검증을 거쳐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전작권 전환의 첫 번째 조건인 ‘안정적 작전권 전환 위한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이슈는 북한 비핵화 진전,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 미‧중 무역경쟁의 해결, 한일관계의 발전, 국제안보환경의 불확실성 등 다양한 외부적 요인에 대한 한미협의가 선행되어야 한 만큼 작전권 전환을 서두르기 보다는 3대 조건에 대한 완벽하고도 충분한 충족에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한미연합연습 종료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한미연합훈련은 부적절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중단하겠다.”(1차 미‧북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돈이 너무 많이 들어 한미훈련은 오래 전 포기했다.”(2차 미‧북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 “한국과 군사훈련을 원치 않는 이유는 돌려받지 못하는 수억 달러를 아끼기 위한 것”(2019.3.3 트위터)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것을 비용관점에서 해석’하는 미국의 입장과 ‘줄기차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해온 북한의 입장, 그리고 ‘대화의 모멘텀 유지 차원에서 미국의 입장에 적극 협조’ 한다는 우리의 입장이 맞물려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중국이 주장해 온 소위 ‘쌍중단(雙)’-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수용한 셈이며 우리의 ‘한미연합 방위태세의 약화’라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필자의 군 경험으로 보면 주요 연습이 종료된 후 ‘사후검토(After Action Review)’회의를 통해 연합연습의 교훈과 함께 연합연습에 대한 향후 발전방향이 한미공동으로 논의되곤 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한미연합연습에 대한 미래 모습이 보다 발전적으로 검토되었으면 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이 동맹국과 연습비용 분담에 있다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미 동맹 강화 차원에서 적절한 수준의 연습비용을 분담하고라도 필요한 규모의 미군 전력이 참가하는 한미연합연습을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의하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미측이 ‘작전지원비’ 항목을 신설하고 비용 부담을 제안하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는 대신 한반도 방위와 억제에 필수적인 첨단 핵‧미사일 대응전력,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방어 및 감시‧타격 전력 등을 사전 배치하거나 조기 증원전력에 포함시켜 연합연습을 시행함으로써 실질적인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안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이 발전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우리 모두는 현재 한반도 전쟁억제와 방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에이브럼스(Robert B. Abrams) 연합사령관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는 대비태세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따끔한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 “군사논단” (한국군사학회, 2019.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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