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년 전 어린이들이 쓴 시
두루마기
-선우만년(양천), 「두루마기 」전문(《어린이》1926.6월호)
아빠의 두루마기는 크기도 하지요
우리야 세 형제 쓰고서 누워도
그래도 두어 폭이 또 남을걸요
아빠의 두루마기는 크기도 하지요
술래잡기 하는데 모두들 숨어도
그래도 넉넉하고 또 남을걸요
---------------------------
고향의 봄
-이원수(마산), 「고향의 봄 」전문(《어린이》1926.4월호)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권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 동리 새 동리 나의 옛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의 수양버들 춤추는 동리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잠자리
-김장원(강동), 「잠자리 」전문(《어린이》1926.7월호)
새빨간 잠자리가 졸고 있길래
비행기 놀이를 하여 보려고
가만히 잡아서 실을 맸더니
놓아주기 전에 달아났어요.
실 달린 잠자리는 어디 갔을까
다시 한번 만났으면 반갑겠는데
길가에 날고 있는 잠자리 보면
실 달린 잠자리 생각납니다
----------------------------------
은혜 갚은 거야 / 윤은경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풍뎅이를
건져줬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와서
고개를 까딱까딱하더니
꿈에서 만나재
그날 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속에서 보물이 숨겨진 산으로 가는
지도를 보여주는 거야
유후~
신나서 개다리 춤추다 깼는데
이를 어째!
산 이름이 뭐였더라?
-------------------
가을 햇빛 / 이준관
얘들아
가을 들판에
햇빛 받으러 가자
손에 소복이 햇빛 받아
아직 덜 익은 열매에게
아직 못다 핀 꽃들에게
골고루 뿌려주자
어서 익으라고
어서 꽃 피우라고
-------------------
줄무늬 양말 / 김미희
횡단보도를 입었다 벗었다
도로를 깔았다 접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도시의 주인공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
계단의 꿈 / 김춘남
가파른 곳이나 힘든 곳에
언제나 어깨동무한 우리가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며
심장의 고동소리 듣는 게 참 좋다
하지만 아픈 환자나
무거운 짐을 든 사람이 오면
내 잘못처럼
수그려지던 고개…...
그래도 우리는 꼬불꼬불 산길이나
바위가 앞을 가로막던 산골짜기에서도
손을 내밀고, 등을 떠받쳐주었다
금정산 북문 가는 돌계단
한라산 백록담 가파른 길
설악산 흔들바위 바윗길에서도
있어주었다.
돌이거나
쇠거나
통나무이거나
그 무엇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되어도
변함 없는 얼굴로
사람들 곁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