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전통술 막걸리
우리의 전통 술 막걸리는 고된 하루를 보낸 서민들이 평상에 누워 마셨던 술이었으며 농사일에 지친 농민들이 막걸리 한 사발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다시 흥겹게 일을 하게 만들어 주는 농주였다. 이렇듯 역사 깊은 막걸리를 대신해 국내시장에서 포도를 기본으로 한 과실주 ‘와인’이 고급스러움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공략해 그 가격이 최고 수 십 만원까지 호가해도 물량이 동이 날 정도로 팔렸던 와인의 전성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그 판로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고급, 웰빙으로 명성을 떨치던 와인을 밀어내고 바로 우리의 전통 술인 막걸리가 다시 소비자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것을 사랑하자는 불타는 애국심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소위 ‘노땅’ 취향의 입맛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5,000년의 역사를 함께 한 우리 민족의 술 막걸리가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다시 받게 된 것은 단순히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 보다 더욱 맛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막걸리 전성시대’를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한 계획들도 다부지다. 사단법인 한국막걸리협회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막걸리의 날로 선포했다. 이는 햇포도 와인을 동시 출시하는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이 날을 기점으로 햅쌀 막걸리가 일제히 출시된다. 막걸리의 어원이 ‘이제 막 걸러서 신선하게 마시는 음료’라는 것을 생각하면 막걸리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이 햅쌀 막걸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2013 햅쌀 막걸리 마크가 붙은 막걸리를 시음 및 구입하면 가장 신선한 상태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이번 막걸리 위크에는 기존 제조업자가 중심이었던 행사와는 달리 프리미엄 막걸리 전문점들이 가세해 더욱 예뻐지고 맛있게 환골탈태한 막걸리의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걸쭉하거나 텁텁함 없이 살짝 익은 산뜻한 맛의 막걸리, 저도수로 더욱 가볍게 하고 예쁜 병과 잔에 담아내는 막걸리, 청포도나 복분자 등 생과일즙을 섞어 붉고 노랗게 알록달록한 색을 가진 칵테일 막걸리들은 특히나 여성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홍대 상상마당에서는 작은 규모이지만 전국의 뜻있는 양조장과 전통주 전문점들이 힘을 모아 연 조촐한 축제행사가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전국의 막걸리를 맛보고 부스마다 마련된 양조장의 술들을 무료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 그 외 인디밴드 공연, 탭 댄스 등 풍성하고 알차게 마련된 부대행사까지 우리 술 막걸리의 저변확대를 위해 애쓰는 협회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기성세대의 술로 여겨졌던 막걸리가 젊은 세대가 막걸리의 매력을 한껏 느끼고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2월 6일에는 제1회 팔도 막걸리 기행단 발대식이 있었다. 기행단으로 뽑힌 기자들은 막걸리 교육을 마친 뒤 전국 팔도의 양조장으로 떠나 자유로운 일정으로 개별 여행을 하며 갓 빚은 신선한 막걸리와 먹거리를 맛보고 주변의 명소와 자연을 함께 취재해 그 지역 막걸리의 역사와 양조장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낼 예정이다. 양조장 방문 및 주변 관광지, 숙박, 음식 등에 관한 비용은 전부 한국막걸리협회가 후원하며 12월 말경 인터넷에 ‘팔도 막걸리 기행’을 검색하면 다양한 지역 양조장의 매력이 듬뿍 담긴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에 퍼져 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막걸리의 기초 자료를 구축하는 역할을 기행단의 취재를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막걸리에 대한 기초 자료 구축은 1,000여 종류의 막걸리가 우리나라 전국 팔도, 지방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지역별로 옥수수나 감자가 막걸리의 주원료로 쓰이기도 하며, 발효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고 지역의 특산물이 첨가 돼 색다른 맛과 분위기를 가진 막걸 리가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랭지 농업이 발달한 강원도에서는 옥수수, 감자, 메밀을 사용한 막걸리가 생산되는가 하면 호남평야라는 대표적인 곡창지대를 가진 전라도는 유기농 농산물로 빚은 막걸 리가 가장 많다. 이렇듯 지역마다의 삶과 애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 팔도의 막걸리는 60인의 블로거들로 이루어진 기행단의 포스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맛볼 수 있으며 이들의 기행을 통해 구축된 막걸리 자료들은 우리 전통 술인 막걸리의 꾸준한 발전을 돕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기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막걸리를 우리나라만의 고유문화로 자리 잡게 할 수 있는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가 고급 주류라고 생각하는 프랑스의 와인, 스페인의 상그리아가 아무런 노력 없이 그들이 자랑하는 문화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축제, 국민들의 관심, 정부의 노력이 합쳐져 그들만의 주류 문화로 탄생된 것이다. 원래부터 그런 것은 없다.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지 또 달라지는 모습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함께 고민할 수 있을 때 막걸리 또한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과 역사가 담긴 우리 내 전통이다.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 우리 것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또 막걸리의 유행이 한 때 불었던 바람으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 술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떤 음식과 함께 할 때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지 함께 배워가며 막걸리를 우리의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