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오래 있다 나오면 입술은 파랗고 손과 발은 쭈글쭈글하다. 마치 익힌 가지처럼 보일지도. 그러고 보니 익힌 가지의 모양은 펑펑 울고 난 뒤의 사람을 연상하게도 한다. 울음이 다 빠져나간 몸이며 얼굴을 체념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 자신을 가지에 빗댄 시 속 ‘나’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비워낸 건 속 가득 출렁이던 울음 같은 게 아니었을까.
“물가”에 사는 건 자신조차 출입할 수 없는 “지하실”을 갖게 되는 일이라는데, 그 지하실은 아마도 사시사철 침수를 면치 못하는 곳일 것 같다. 대책 없이 잠기는 곳. 눅눅한 불안과 절망이 유령처럼 웅크린 곳. 무엇이 그런 지하실을 만들었는지, ‘나’를 물가에 살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우는 일 외에. 제 속의 물기를 최선으로 짜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