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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뚱녀시대 005
"복녀야! 문좀 열어봐!"
큰일이다! 이모가 들어오면 안되는데. 라며 속삭이는 복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문고리는 덜컹거리고, 문 밖의 이모도 복녀가 또 쓰러진걸까, 걱정이되었는지 안절부절이다.
목이 터져라 복녀를 불러도 인기척이 없자 이모는 다급해졌는지 이모부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보! 빨리오라니까요!"
"잠깐..짬깐!"
이모부는 바쁜지 바로 복녀의 방에 달려오지 않는다.
덕분에 복녀는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의 시간을 잠시나마 갖게되었다.
복녀는 본능적으로 옷걸이에걸린 가디건을 꺼내 품에 쥐고, 방문에 귀를 가까이 갖다댔다.
슥슥, 이모의 슬리퍼 소리가 멀어진다. 복녀는 이때다 싶어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이모는 거실에서 글러브를 만지고 있는 이모부에게 다가가 복녀의 방쪽으로 잡아끌고있다.
"아! 글러브 망가져!"
이모의 대꾸에도 글러브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모부. 이모의 손이 글러브에 닿자 이모부는 버럭 화를낸다.
이모 역시 글러브만 만지는 이모부에게 화가났는지 더 큰소리로 화를 내기 시작한다.
"당신은 복녀가 저러고 있는데 글러브가 눈에 들어와요? 네?"
"아휴! 쟤는 어제부터 왜저러는거야?"
"여보! 애가 쓰러졌는데 어쩜 말을 그렇게해요?"
"지금 나한테 꼬박꼬박 따지는거야?"
"따지긴요! 애를 매일 어떻게 운동을 시키길래 밤마다 쓰러지는거예요!"
"뭐? 내가 잘못했다는거야, 지금?"
"그런거 따지자는게 아니잖아요!"
우당탕.
이모와 이모부가 쉴새없이 말싸움을 하고 있을 때 복녀는 들고있던 가디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거실로 돌진했다.
이모! 이모부!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도망칠 수 있었어요! 라고 무한감사를 반복하는 복녀.
"꺅!"
"뭐냐, 넌!!!!!!!"
복녀의 움직임에 이모와 이모부가 많이 놀랬는지 비명을 질러댔다.
복녀는 번개보다 빨리, 얼룩말보다 스피드하게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헉헉,
복녀가 아파트에서 빠져 나오고서야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정말 야밤에 왠 생쇼인지.
아직도 얼떨떨한 복녀. 복녀는 정신이 돌아오자 욱신거리는 발바닥도 느낄 수 있었다.
"아야. 다 까졌다."
복녀는 쩔뚝 거리며 근처 공원으로 몸을 옮겼다.
열심히 뛰어댈때는 몰랐던 아픔이 지금은 한발, 한발 옮길때마다 온몸으로 전해지고있다.
공원에 도착한 복녀가 두리번 거려 의자를 찾았다.
"아! 저기있다!"
종종걸음으로 공원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는 복녀.
머리에 뒤집어 쓴 가디건을 이제야 알았는지 쓱 잡아 끌어낸 후, 아무것도 입지않은 다리에 덮었다.
길에 늘어진 셔츠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민망한건 어쩔 수 없다.
흙투성이가 된 발바닥을 들춰 바라보던 복녀가 몸을 옆으로 돌려 벤치에 다리를 올렸다.
쭉 뻗고있는 저 얇은 다리가 복녀의 다리는 아닌데, 왜 아픈건 복녀가 느끼는지.
복녀의 다리보다 반 이상은 얇은 다리가 소원이긴 하지만, 왜 간절한 소원은 이렇게 당황스럽게 찾아오는지.
복녀는 발바닥의 흙을 털어내며 고개를 떨궜다.
털어낸 훍 속에 숨어있던 빠알간 상처가 고개를 내밀었다. 복녀는 상처를 꾹 누르며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려한다.
하지만 얄밉게도 상처는 참을 수 없을만큼 아팠고, 찬바람은 매섭게도 복녀의 마음까지 쑤셔들어왔다.
그리고 휑 하게 아무것도 남기지않고 쓸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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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연습을 끝내고,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할 얘기가 있다던 김실장을 찾아 사무실에 들렀다.
텅 빈 사무실. 영웅은 두리번 거리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는곳으로 향했다.
"아이~ 황감독, 왜그래? 영웅이가 주인공해야지. 안그래?"
"김실장, 박영웅은 연기 안된데도?"
"그래도 영웅이 뮤비인데, 영웅이 시켜줘, 응?"
회의실에서 김실장과 뮤직비디오 감독 황재만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영웅.
차마 둘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어 가만히 듣고만있다.
"노래도 못하는 앨 데려다 가수시킨다고 호들갑이더니, 이젠 연기까지? 아휴, 애를 두번죽일 작정이야?"
"한번만 부탁합시다~ 황감독도 알잖아! 박회장 성격. 자기 손주 주인공 못하면 우리회사건 황감독이건 투자는 물거품되는거."
"하여튼, 박회장.. 자기 손주 재능없는거, 세상 뜨기전엔 알아야 할텐데 말이야."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있는 영웅의 두 주먹은 오들오들 떨리고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떨리는 숨을 고르는 영웅.
자신이 천부적인 재능은 갖지 못했지만, 피나는 연습과 노력은 자신을 버리지않을거라 믿었던 영웅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들이었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뒷일을 바주고 있을 줄이야.
영웅은 떨리는 발을 겨우 떼어내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영재의 번호를 눌렀다.
잠깐의 신호음 후에 영재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퉁명스러운듯 하면서도 애교섞인 영재의 목소리에,
그나마 자신의 형이라고, 치가 떨릴정도로 심하게 요동치던 심장이 조금 안정된 듯 하다.
"야! 야 임마! 말을해! 박영웅!"
"형."
"이자식아! 전화해놓고 아무말도 안해서 깜짝놀랬잖아!"
"형."
"나 바쁘니까 얼른 말해!"
"형. 아빠 기억나?"
영웅의 입에서 아빠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영재는 입을 다물었다.
영웅은 질문을 끝으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입술사이로 새어나오는 울음을 꾹꾹 삼키며 이성을 되찾으려 하지만
이미 터져버린 울음. 영재는 아무말도 없이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영웅의 울음소리를 들어주었다.
그 어떤말로도 지금의 영웅을 위로할 수 없다는 걸, 영웅의 나이에 이미 겪어본 영재이기에 그저 기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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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네, 영웅이녀석 잘 부탁하네."
집으로 돌아가던 박회장은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이비서에게 건냈다.
앞자리 보조석에 앉아있던 이비서가 휴대폰을 받아들고 박회장에게 서류봉투 하나를 건낸다.
"이게.."
"도련님이 계신다는 곳 입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목격자가 있다고 하니, 내일 날이 밝는데로 가볼 계획입니다."
"이번엔.. 꼭 찾을 수 있는게지.."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회장은 서류 안에 들어있는 주소와 사진 속 낡은 집을 눈에 새기듯 바라보고있다.
영재와 영웅이 어린시절, 박회장의 아들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박영석이 집을 떠났고 그 후로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십여년이 흘렀고, 박회장은 이제라도 아들을 찾고자 하고 있다.
그저 저 세상 사람이 되어있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끽!!!!!!!!!!!!!!!!!!!!
박회장의 차가 급정거로 인해 큰 소음을 내고있다. 뒷자석에 앉아있던 박회장의 몸이 앞으로 쏠려 정신이 혼미해졌다.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바깥을 살피고, 이비서는 박회장을 돌아봤다.
"회장님! 괜찮으세요?"
"난.. 괜찮네.. 무슨일인가?"
"뭔가 지나간 모양입니다."
이비서는 안전벨트를 푸르고 차에서 내려 박회장이 앉아있는 뒷문을 열었다.
박회장의 건강을 살핀 후 운전기사가 있는곳으로 향한다.
"무슨일인데 운전을 이렇게 험하게하는거야?"
"여..기.."
기사는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고 있다. 이비서는 기사가 가르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차 앞에 쓰러져있는 한 여인. 아마도 차에 부딪힌 듯 하다. 이비서가 쓰러져있는 그녀를 똑바로 눕혀 호흡을 살폈다.
그리고는 차에서 바깥을 살피는 박회장에게 다가갔다.
스륵, 열리는 창문사이로 박회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일이지?"
"누가 차에 부딪힌것 같습니다. 놀래서 쓰러진것 같은데.. 제가 따로 병원으로 옮길테니 회장님 먼저 집으로.."
"아니, 여기 태우게. 어서 병원으로 향하게!"
"네?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렇게 놔두었다가 더 큰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어서 태우게!"
"네.."
이비서는 쓰러져있는 그녀를 안아 박회장의 옆자리에 눞혔다. 그리고 박회장의 차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의 옆에 쓰러져 누워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박회장.
얼핏, 누군가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는 박회장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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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아프다. 발바닥도, 엉덩이도, 머리도, 온통 아픈데 투성이네.
복녀는 욱신거리는 온몸이 감당되지않는 듯 미간을 찌뿌린다. 인상을 풀며 슬쩍 눈을 떠 보는 복녀.
아. 온통 하얗구나. 내가 꿈같은 일을 당하더니, 벌써 하늘나라에 왔구나.. 하며 눈만 꿈뻑이는 복녀.
그녀의 눈에 쓱, 하고 낯선 할아버지가 비춰졌다.
"아. 저승사자? 염라대왕?"
"이비서! 이 아가씨 눈을 떳네!"
요즘 염라대왕은 비서도 두는구나. 별걸 다 상상하고 있는 복녀다.
염라대왕의 비서라는 이비서가 하얀 가운을 입은 한 남자를 데리고나타났다.
"아가씨, 괜찮아요? 최교수, 이 아가씨 괜찮은게요?"
"네, 일시적인 쇼크로 기절한겁니다. 걱정마세요, 회장님."
"차에 치인건 어떻소?"
"음.. 보니까 차에 치인흔적은 없는데요. 아마 차에 치이진 않은것같습니다."
"아휴, 다행이구만.. 내가 어찌나 놀랬는지.."
의사와 박회장의 대화를 들으며 눈을 꿈뻑이고 손가락을 움직여대는 복녀.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박회장에게 복녀는 입을 열어 한마디 한다.
"저 이제 스물두살인데, 벌써 죽을나이인가요?"
"뭐요?"
"제 인생이 이렇게 짧을 줄 알았다면 진작에 살좀 빼둘것을.."
"아가씨! 정신차려봐요.무슨 그런 헛소리를.."
복녀의 헛소리에 많이 놀란듯한 박회장. 옆의 이비서라는 사람도 적잖게 놀랐는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회장님, 이제 이 아가씨 어쩌실껀가요?"
"흠.. 아가씨 집이 어디요?"
"집이요..? 집은.."
"집이 없소?"
엄마가 살빼라고 쫒아내서 집이 없어요. 라고 차마 내뱉지 못하는 복녀.
이 말 한마디에 엄마도 염라대왕에게 끌려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복녀이다.
"우선 우리랑 같이 가야겠네."
"회장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네.."
박회장은 병원으로 향하는 차에서 부터 자꾸만 생각나는 한 여인의 얼굴때문인지 복녀를 쉽게 보내려하지 않는다.
"내가 그 애한테 지은죄가 많아서.. 이제라도 사죄하라고 이렇게 보내준 모양이야.."
함께 나서려고 퇴원준비를 하는 복녀를 보며 속삭이는 박회장.
이비서는 알아듣지 못할 박회장을 말을 되묻지않고 침묵을 지킨다.
그 침묵사이에서 복녀는, 난 죽은것인가? 아닌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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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영재가 박회장의 서재문을 요란하게 열어대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서재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줌마! 할아버지는요?"
"2층에 계세요.."
"2층이요?"
"네.. 어떤 아가씨랑.."
"아가씨? 할아버지 애인생겼어요??????"
"아..아뇨.. 도련님도 참..호호"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2층으로 향하는 영재.
자신의 엄마가 사용했던 방에 불이 켜져있음을 알아채고 그곳으로 몸을 돌렸다.
살짝 열려있는 문틈새로 보이는 방안의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뒷짐을 서고 서있는 박회장앞에서 한 여인이 방을 구경하고있는 모습이 영재의 눈에 비춰졌다.
어딘가에서 봤던것 같은 낯설지 않은 얼굴에 영재는 가만히 바라보고있다.
"아, 영재왔니."
문틈새로 보이는 영재의 모습에 박회장이 걸어 나왔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영재가 정신을 차리고 박회장에게 인사를 건냈다.
"다녀왔습니다.."
"피곤할텐데 가서 쉬지그러니."
"근데.. 저 여잔 누구예요..?"
"아.. 아까 할애비 차에 치인거 있지 뭐냐.. 회복될때까지 여기 있으라고.."
"그래요..안녕..하세..요.."
방구경을 하던 그녀에세 인사를 건낸 영재.
그런 영재를 바라보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건.
'으악. 멸치다.' 였다.
"며, 멸치????"
진지하게 인사를 하던 영재의 어깨에 힘이 빠져 비틀거렸다.
한참 잊고 지내던 돼지가 생각이 난 모양이다.
'아. 저사람은 지금 날 모르지.'
"아, 죄송합니다, 말이 잘못나왔어요..죄송합니다.."
"아..네.."
그렇게 복녀는 머릿속으로 멸치와의 싸움을 떠올리며 입을 삐죽거리고있고
영재는 낯설지 않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떠올리려한다.
"저.. 이름이 어떻게되요?"
"이..이름이요? 주..줄리요.줄리."
그토록 부러워하는 줄리아의 이름을 따낸 줄리.
병원에서 나서며 박회장이 이름을 묻는 바람에 급하게 줄리라고 대답한 복녀.
영재 앞에서도 줄리라고 대답하고있다.
"줄리..."
"영재야, 이 아가씨 쉬도록 나가자꾸나."
"네.."
"쉬도록 해요."
"네.."
자신에게 너무나 따듯한 박회장의 배려에 잠시나마 불안한 마음을 한시름 놓을 수 있는 복녀.
조금만 쉬고 다음일을 생각해보자 하며 방안에 놓인 티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박회장과 영재가 복녀가 있는 방을 나섰다.
영재가 방문이 꼭 닫힌것을 확인하고 박회장에게 말을 건냈다.
"할아버지! 뭘 알고 저 여잘 끌고온거야?"
"알아. 이 할애비도 다 안다."
"하아.. 엄마한테 미안해서라도 그러면안되!"
"미안해서 그러지.. 이렇게라도 이 할애비좀 용서하라고.."
"저앤..엄마가 아니야.."
영재는 우당탕 소리를 내며 맞은편의 방으로 향했다.
가방을 던져놓고 침대에 누워 고개를 파뭍었다.
'엄마. 그거 알아? 요즘 부쩍 엄마가 꿈에 많이 나온다.
아까도. 아까도.. 나 정말.. 깜짝놀랬어. 엄마가.. 살아돌아온줄알고...'
영재는 가물가물한 기억속의 엄마에게 속삭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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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누군가의 노크소리에 복녀는 문을 열어본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갈아입을 옷을 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있다.
복녀는 옷을 받아들고 꾸벅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방으로 들어와 손에 들린 옷을 살펴보는 복녀. 아. 이것이 사람옷이던가. 인형옷이던가.
평소엔 볼 수 없었던 아주 조그마한 옷조각. 그저 복녀의 눈에는 조그마한 옷조각.
복녀는 크디 큰 옷을 벗어재끼고 조그마한 옷조각을 몸에 걸쳤다.
깔끔한 원피스. 복녀 마음에 쏙 드는 듯 하다.
"우와. 이런건 줄리아만 입는건줄 알았는데! 히힛!"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날아갈 듯 신이난 복녀가 이리보고 저리보며 온 몸을 훓어보고있다.
날씬해진 몸매에 못알아보게 이뻐진 얼굴, 그리고 이쁜 원피스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복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상처난 발바닥은 따끔거리고있다.
"아휴, 아프다. 아까 병원에서 치료좀 해달라고할껄. 죽은줄알고 아무말도 못했네. 휴."
복녀는 방문을 빼꼼히 열어 화장실을 찾았다.
모두 닫혀있는 문에 어디가 화장실인지 알 수 없는 복녀. 눈을 번쩍 뜨고 곰곰히 살펴본다.
"흠, 어디지. 어디가 화장실이지."
"뭘찾아요?"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두리번거리는 복녀를 바라보며 영재가 입을 열었다.
복녀는 멸치따위의 호의는 바라지 않는다는 듯 못들은 척 타닥타닥 덜어간다.
조금 절뚝 거리는 듯 한 발걸음으로.
"어디가요? 뭐찾냐니까요? 발은 왜그래요? 내 목소리 안들려요? 이봐요!!!"
애써 영재의 질문을 무시하던 복녀의 어깨를 잡아끄는 영재.
얼굴은 이미 답답한 기색이 역력한 영재이다. 화가 난다기 보다는 답답하고 궁금한 영재의 마음.
복녀는 그런 영재보다는 몇일 전 싸우던 영재가 더 익숙한듯하다.
"화장실.."
"에...아, 화장실..이쪽..!"
"고맙습니다."
꾸벅.
짧게 질문과 인사만 건내고 화장실로 향하는 복녀, 영재는 그런 복녀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물소리가 잠깐 나고는 한참동안 조용했다. 그렇게 몇십분이 흐르고 복녀가 화장실문을 열었다.
"아, 깜짝이야!"
화잘실 옆에는 바닥에 주저앉아 다리를 꼬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영재가 복녀는 바라보고있다.
복녀의 짧은 비명에 벌떡 일어나 복녀를 훓었다.
복녀는 그런 영재의 행동에 조금씩 뒷걸음질쳤다.
"찾았다!"
"꺅!"
영재는 쪼그려 앉아 복녀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발을 들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있다. 복녀는 발가락에 힘을 주며 꼿꼿히 서있다.
"발좀!!"
"왜이래요!"
"발바닥!!"
"꺅! 변태같아! 으악!!"
복녀는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복녀의 다친 발바닥을 보려는 영재는 얼떨떨한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왜그러니??"
1층 거실에서 박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재는 복녀의 발목에서 손을 떼어 탈탈 털며 벌떡 일어나 복녀를 바라보았다.
복녀는 호들갑 떨어댄것이 무안해졌는지 고개만 갸우뚱거린다.
"영재야! 무슨일 있는게냐?"
"아, 아니야!"
복녀를 바라보던 영재가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박회장의 질문에 1층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아니라며 박회장에게 이야기하는 영재이다.
조금 전의 수선스러움이 갑자기 조용해지자 어색해지는 복녀.
다시 끔 방으로 몸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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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회장과 거실에 앉아있는 영재.
영재는 낮의 영웅이 내내 걸렸는지 박회장에게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이다.
차를 한입 마시고는 테이블에 내려놓고 영재를 바라보는 박회장.
"뭐냐? 뭔가 할말이 있는것 같은데?"
"아.. 저.."
"왜? 뭐 심각한 일이니?"
"내 얘기는 아니구.. 영웅이."
"영웅이가 왜?"
영재는 낮의 영웅과의 통화내용을 박회장에게 전했다.
예전에 영재도 영웅처럼 한동안 혼란스러운때가 있었기에 박회장은 처음보다는 조금 침착한 모습이다.
"녀석.. 속앓이를 했겠구나.."
"그러니까 영웅이 오늘 안들어올지도 몰라. 그렇게 아시라구."
"니가 영웅이한테 가보는게 어떻겠니.."
"그러려구요. 할아버지."
"오냐."
"나도 잘 버텼어. 영웅이도 그럴꺼야. 할아버지 속뜻 할게되면.. 이해할거야."
"그러겠지.."
\
2층 방안에서는 복녀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중이다.
복녀는 앞으로 날씬해진 몸으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머리가 터질것 같다.
"아휴, 집에 안들어가면 이모가 걱정할텐데.. 내일 운동도 나가야되고.."
똑똑.
복녀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어잡고 한숨만 쉬어댈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줌만가.. 네~ 누구.."
문밖에는 영재가 멀뚱히 서있다. 그리고 손에들린 봉투를 복녀에게 건내는 영재.
복녀는 얼떨결에 봉투를 받아들었다.
영재는 복녀의 손에 들린 봉투안에 들어있는 약을 꺼냈다.
"이거 발에 바르고."
그리고 또 봉투에서 밴드를 꺼내들어 '이것도..' 라며 말끝을 흐렸다.
복녀는 영재의 손에 들린 약과 밴드를 받아들고 고개를 까딱 숙였다.
"고마워요."
"꼭 발라요. 흉지니까."
복녀가 '네'라고 대답을 하려는 찰나 영재의 주머니에선 전화가 울려댔다.
영재는 몸을 돌려 자신의 방쪽으로 향했다.
"너 임마. 어디야? 신우랑? 어디서? 알았어. 금방갈게. 아.야야! 신우녀석이나 너나 속상한건 알겠는데
술 적당히먹고있어라. 금방간다고! 너! 술 얼마나 마셨길래 지금 그모양이야? 어????"
아. 영재를 바라보던 복녀의 귀에 무언가에 꽃힌 듯 '신우'라는 이름이 들려왔다.
아차, 저런 싸가지 멸치녀석 따위에게 한신우의 고귀한 이름을 가진 친구는 없을것이라고, 동명이인일것이라고 생각을 바꾸는
복녀의 머릿속에 슬금슬금 무언가가 본능을 따르라며 부추기고있다.
복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발, 한발 떼어 영재의 곁으로 다가가고있다.
영재의 휴대폰에 은근슬쩍 귀를 갖다대는 복녀. 그런 복녀를 바라보는 영재.
영재와 복녀의 눈이 마추쳐버렸다.
"하.하하.."
"뭐,뭡니까?"
"시..신우.."
"신우?"
"네! 그 신우라는친구.. 음.. 아닐거라는거 알지만.. 뭐 그 유명한 한신우라는건 아닐거 알지만..
그래도 신우라는 이름이 나오니까 너무 반가워서..하하하.."
"맞는데. 그 한신우.
"네에????????????"
맞는데. 그 한신우. 라는 영재의 대답에쩍 벌어진 복녀의 입.
그런 복녀의 입을 다물어 주는 영재. 복녀는 그런 영재의 팔에 메달려버렸다.
"신우오빠! 신우오빠 만나게 해주세요! 네? 신우오뽜아아아!!"
복녀는 이미 신우의 이름에 이성을 잃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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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2시. 늦은 밤, 새벽의 공기가 복녀의 코를 찌른다.
이런 새벽에 바깥을 활보해보는건 얼마만인지. 복녀는 오늘이 새롭기만하다.
"하. 근데 어디로 가는거예요?"
"좀 구석진곳이요."
"구석진 곳? 하악.. 왜, 왜요?"
"무슨생각해요? 설마..."
"네??????"
"신우는 연예인이라 이런 번화가에서 술마시는거 잘 못해요. 자주가는데 있으니까.. 그리로 간다구요."
"아....휴.."
복녀의 엉뚱함에 영재는 헛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아무일도 아닌 일에 웃으며 신우와 영웅이 있는곳에 도착한 두사람.
"저기.. 여기 잠깐만 있을래요?"
영재는 영웅과 신우가 술에 잔뜩 취한상태일 것 같아 먼저 둘러보고 올 생각인가보다.
복녀는 어쩔 수 없이 영재를 먼저 보내고 문 밖에서 그들을 기다린다.
잠시 후면 정말 신우를 만나게 되는것일 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을 뛰쳐나온지 벌써 6시간이 흐른듯하다.
몇시간만 있으면 날이 밝을테고 이모는 엄청 걱정을 해댈것이다.
이모부는 몇일만에 운동을 포기했다며 복녀를 달달 볶을게 분명하다.
복녀는 생각만해도 끔찍한 상황에 몸서리를 쳤다.
영재가 들어간지 몇십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는 bar문앞.
복녀는 슬슬 낮아지는 체온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안나오냐. 으, 춥다."
그렇게 또 부들부들 떤지 몇십분. 복녀는 더이상 못참겠다 싶어 bar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몸을 이르켜 가게쪽으로 돌렸다. 문앞에서 기웃겨리며 안을 살펴봐도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가게안은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아 답답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보는 복녀.
퀘퀘한 냄새가 제일 먼저 복녀를 반겼다.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복녀. 한발, 한발 떼며 주위를 둘러보는 복녀에게 아주 잠깐의 이상한 신호가 왔다.
"아. 뜨거워."
복녀의 손끝이 뜨거워졌다.
그러더니 이내 복녀의 온몸이 열이 오르듯 달아올랐다.
복녀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아, 미친놈! 술 작작 먹으래도. 나 나가봐야되! 기다려"
"아, 어딜가. 형. 형도 나 버리는거야?'
"기다려. 금방올게!"
"어디가냐구!"
저 멀리서 영재의 목소리가 들린다. 복녀는 더이상 다가가지 못한 채 등을 돌렸다.
힘겹에 발을 떼어 가게 밖으로 나온 복녀는 골목사이로 숨어버렸다.
좀전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추웠던 바깥이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워져버린 복녀.
복녀는 쓰레기 봉투가 가득 쌓인곳에 몸을 숨겨 쪼그려 앉았다.
"하..하......숨막혀..."
"어디있어요! 줄리!! 집에 갔어요? 줄!!리!!!"
저 골목밖에서는 영재가 복녀의 가짜이름을 외쳐대고있다.
한참을 둘러보던 영재는 그제야 골목을 기웃거렸다.
복녀는 숨이막혀 헉헉 거리는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줄리. 여기있어요? 하.. 갔나..."
"하아...하..."
"아..줄..리? 여기있는거예요?"
두 손으로 꼭꼭 막은 입에선 한숨이 새어나왔다.
처음 향수를 뿌리던 날.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그때. 그때보다 더 아프고, 뜨거운 복녀의 몸.
"오..오지마요."
"아, 여기있구나. 미안해요, 녀석들이.."
"미안한데, 오지말아줄래요..하.."
"왜그래요?"
"난..집에 갈래요.. 너무 늦어서.. 가야되요.."
"너무 늦게나와서 화났어요? 안에 신우도 있는데. 신우보고싶다면서.."
"나중에.. 나중에봐요. 제발.. 가줄래요?"
"괜찮은거예요?"
"하..할아버지..감사하다고 인사좀 대신 전해줘요.."
복녀는 영재에게 담사의 인사를 대신 전했다. 영재는 너무도 다급한 복녀의 목소리에 차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복녀는 그런 영재를 빨리 보내래고 안감힘을 쓴다.
"어서 가요..제발!!"
"아,알았어요.. 갈게요."
"가.."
영재는 무거운 발걸음을 겨우 떼어내어 골목을 빠져나왔다.
골목을 나서는 벽에 몸을기대고 한참을 서있는 영재.
그리고 너무나 힘겨워 하는 복녀.
나는. 나는 줄리가 아니예요.
나는 이런 예쁜 원피스가 어울리는 그런 여자가 아니예요.
매일을 하루종일 줄넘기로 시간을 보내고, 먹고싶은것 꾹꾹 참아가며 살을빼야하는 뚱뚱한 김복녀예요.
난, 이렇게 다시 김복녀로 돌아갑니다.
다시 줄리로 돌아온대도 또 다시 만날 수있을진 모르겠지만,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다시 줄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이 밤은 잊지못할거예요.
끝.
★
5편이 너무 늦었지요.
컴퓨터가 고장나서 수리 맡기느라 늦어진것도 있지만,요즘 방영되는 드라마와 비슷한부분이
많이 있길래 수정하느라 늦어졌답니다. 그동안 뚱녀시대 읽어주시던 많은 분들 떠나간건 아닌지요.
5편들고왔으니 얼른 돌라오십시오!ㅎㅎㅎㅎㅎ
이번편은 복녀와영재, 아니죠 줄리와 영재의 씬이 주 내용입니다.
앞으로는 세남자와 줄리가 자주 만날 듯 싶네요.
6편도 많이 기대해주셔야해요!!!!!!!!
★
뚱녀시대 4편의 힘이되는 애정듬뿍 코멘♡
천령혈♪님♥ sorry,님♥ 숑숑나라님♥ 청춘앓이님♥ 어이무님♥
아름다운밤님♥ 딸기샤♡님♥ 버베나.님♥ 달콤멜론님♥ 츠키코냥님♥
forever girl님♥ 더블에이님♥ RainDrop님♥ 공주보다이쁜마녀님♥루프리텔감님♥
잉잉 이님♥ 제리님♥ e따만큼sa랑해님♥ 둥 겸님♥ 서울촌녀님♥
아래님♥ 새콤달콤젤리맛사탕님♥ 메롱맛바님♥ 별애달꽃님♥ 두비두밥님♥
나낭낭님♥ BY_튜늉님♥ 뚜루뚜뚜루님♥ 송삼동이가니끼가님♥
갑사합니다.5편도 많이 사랑해주세요'u'♡
★
업쪽/뚱쓰
첫댓글 뚱쓰♡ 재미있어요옹. 복녀 불쌍하네..참...근데 요즘 방영되는 어떤 드라마 말씀이신지...?
뚱스. 완전 재밋어요 줄리에서 복녀로 다시 돌아오네 아 안대는데ㅠㅜ
6편 폭연해주세요!!
뚱쓰 , 신우 빨 리 만 나 야 죠! ㅠㅠ늦어늦어
향수의 효력이 몇시간 못가서 아쉽다~ 최소 24시간은 가면 좋은뎀ㅋㅋㅋ 6편 빠른업댓 부탁해용 ㅋㅋ
뚱스 / 앞으로 이야기가 기다려지네여^^
넘 잼있어요~!~ 담편이 넘 궁금하군요
뚱쓰/ 기다렸습니다ㅜ.ㅜ 우와, 무슨 비밀이 많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ㅋㅋㅋㅋ 담편기대할게요!!
뚱쓰 힝 변해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안타깝네요 하루빨리 진짜 살을 빼서 당당히 신우 앞에 가면 좋을텐데ㅠㅠ
뚱스/어떡해여ㅠㅠ
저도 엄청기다렸어요.혹시나 연중되는건 아닌지 ㅠ.ㅠ걱정햇어요
뚱스♡ 왜이제야 오셨어요 ㅠㅠ 기다리고 있었자나염ㅠㅠ(저요 제리™에서 이그노얼로 바꿔써염♥)
뚱스 ㅠ.ㅠ아..어떻게..복녀가걱정되서죽겟어염,,ㅠ,ㅠ,ㅠ빨리다음편!!기둘리겟습니당~,~
뚱스 / 추천이요 ! ㅠㅠㅠㅠ 어떡하나요 ㅠㅠㅠㅠ 이렇게 아슬아슬 해서 ㅠㅠㅠ
누가 누가 남주인가요?? 신우아닌가요?? ㅠ ㅎㅎ
으헝 넘넘재밋어요! 기다리다 목빠질뻔햇어요ㅠ
뚱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뚱스. 아...ㅠㅠㅠㅠ다음편에서 뵈요!!!
살뺀 복녀가 궁금하네요^^ 이쁠거 같은데 ㅋㅋ
다음편도 기대듬뿍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