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저 여자아이는 정말 화사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은 마치 새로 생긴 고기집 앞에서 춤추면서 광고하는 언니들 같다.
머리는 색색별 미술시간에 쓰는 팔레트다.
액세서리는 또 어떻고? 얼굴 이곳 저곳을 다 뚫어서 도마뱀 같다.
키는 나랑 비슷하네.
“내가 쟤랑 싸우라고? 너 나 죽이고 싶어? 내가 그렇게 미웠어?”
“민휴씨, 그게 아니랑.”
“걱정마. 쟤 싸움 못해. 힘을 셀지 몰라도.”
한재윤이 아무리 나를 위로해도[?] 너무 무섭다.
만약에 내가 싸운 걸 학교측에서 알면? 난 죽어.
내 인생은 끝이라고. 안돼.
“쳇, 내가 쟤랑 싸워야 된다는 거야?”
비아냥거리는 말투. 내가 마음에 안 드나보네.
흥, 나도 너 같이 괴물같이 화사한 얘는 싫다고!
두고 봐! 때리지는 않고 피하기만 해서 지칠 때까지 버틸 거야!
“야, 먼저 쳐. 봐줄 테니까.”
“그냥 네가 먼저 때려.”
“어쭈? 나를 깔봐?”
“아..아니 그게 아니라..”
이 여자애 다혈질인 듯. 먼저 치라는 말이 듣기 싫었나봐.
그런데 진짜로 칠 생각인가?
외..왼쪽? 오른 쪽? 어디지?
“너 이 새끼 죽었어!”
아! 오른 쪽이다!
스윽- 녀석의 주먹을 피했다. 우와. 내가 안 맞았다.
“너! 왜 피하는 건데!”
맞기 싫은 걸? 당연히 피해야지! 어? 또 때려? 반칙이라고!
이..이번에는.. 또 오른쪽?
스윽- 또 피했다!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다.
내가 이렇게 잘 피했었나? 흐흐. 이상하게 기분은 좋네.
“재윤쓰! 민휴씨가 너무 잘해!”
“뭐가 잘하냐? 피하고만 있구만.”
“피하는 것도 기술이라고!”
이상한 패턴으로 주먹을 날리는 여자애 덕분에 한 대도 맞지 않았다.
상대도 많이 힘이 드는지 헉헉- 거친 숨소리를 뱉는다.
예쓰!하고 마음 속으론 승리의 브이를 그려본다.
“어! 민휴씨!!!!”
갑자기 나를 부르는 최윤정.
“어? 왜에아아악!”
퍼억. 맞아버렸다. 저 놈의 최윤정 때문에 맞아버렸다.
우이씨. 어떻게 피한 건데! 어떻게 피한건데!
여자애. 힘이 세긴 세다. 여자애의 주먹 한방에 균형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아, 볼이 후끈거리면서 따갑다. 아우, 아퍼.
“헉.. 어쭈? 벌써 끝이야? 헉..헉..”
내게 일어날 시간도 주지 않고 이제는 발로 나를 때린다.
아! 아파! 아프다고! 네가 나보다 너 힘들어 하는 주제에! 아프다고!
“그만 때려! 으악! 아프잖아!”
“키킥. 꼴에 일어나 보시지? 어? 윤민이는 내꺼라고~”
“재윤쓰! 민휴씨! 어떻게 해!! 나 때문이야?”
“엉.”
저 자식들. 도와주지는 않고! 이 여자애는 계속 때리고!
퍽퍽- 나를 때리는 발길질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덕분에 내 교복도 장난이 아니다.
으아- 정말 DOUBLE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하는 구나.
“야, 이 년아. 윤민이한테서 꺼지라고.”
20%..
“네 까짓 게 어디서 난리야? 싸그리 뭉겨있으라고!”
아.. 50%..
“왜 지랄이야 지랄은!”
75..%..
“맞으니까 좋냐? 이 병신아?”
100%… 퍼엉! 내 머리에서 거대한 폭파가 일어났다.
간들간들. 겨우 붙잡고 고통을 참고 있던 내 이성이 파괴되었다.
까짓거, 학교? 내가 싸운다는 데 지들이 어쩔거야?
학교 측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다 죽여 놔야지! 다 죽었어!!
“야.”
“어쭈? 입은 살았나 보네?”
“반짝반짝 빛만 나는 녀석아!”
“뭐? 이 미친! 죽고 싶어!!!”
“너나 죽어!”
퍼억.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뻗어 정강이를 찼다.
교복 치마를 입었던 말던 상관이 없다. 그냥 때리고 싶었다 그만큼 맞았으니까.
아, 나도 슬슬 미쳐가는 건가?
“으윽. 치..치사하게 기습으로..”
상황 대 역전.
여자애가 일어나기 전에 먼저 일어났다.
아까의 상황과 똑같지만 배역이 바뀌었지? 이제 너도 죽어봐요.
“야.”
퍼억- 먼저 발로 허벅지를 찼다.
많이 아픈지 맞은 곳을 부여잡은 여자아이. 히히 내가 봐줄 줄 알고?
뻐억- 낮기만 단단한 구두 굽으로 녀석의 배를 찼다. 아이 좋아.
“크헉. 으윽.. ”
많이 아픈가 보다. 저 표정 일그러진 것 좀 봐.
이리 저리 뚫은 스폰지 같은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많이 아픈지 인상은 쓰고 낮은 신음을 흘린다.
그래도 봐줄 생각은 별로 없는데, 그래도 Give and Take 이지?
“딱 2 곳만 더 때릴 게.”
퍼억- 옆구리를 발등으로 가격했다. 허리가 활처럼 휜다. 우와, 신기하네.
“크흑..”
“많이 아프지? 미안해. 그래도 걱정은 마. 한 대 남았으니까.”
으음. 어디를 때려야 할지 고민이다.
정강이, 허리, 배 등 영화에서 보던 곳은 다 때렸는데. 또 뭐가 남았지?
그래도 처음 싸우는 건데 추억이 될 텐데… 아!
“거기 여자애~”
“움찔.”
내 부름에 움찔거린다. 한 대 더 남은 건 아나 보네?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나는 때릴 생각은 없으니까!
“자 손!”
“어?”
“에엥? 민휴씨! 뭐 하는 거야! 걘 적이라고!!”
꼭 이런 거 하고 싶었다. 남자애들처럼 막 싸우고 나중에 화해하는 것.
누구랑 싸우더라도 어정쩡하게 있는 것 보다 더 괜찮을 것 같았다.
아까는 잠깐 정신이 이상해서 마구 때렸지만 그래도 첫 싸움 대상이니까.
“그..그게. 많이 아팠을 것 같아서.. 미안해서..하핫.”
“뭐라고?”
“아까는 정신이 이상했어. 진심으로 사과할게. 많이 아팠지?”
씨익. 어설프게 웃어본다.
나도 아프긴 엄청 아팠지만 이 여자애 표정을 보니까 정말 아픈 것 같다.
이게 병 주고 약 주고인가? 흐음. 나도 참.
몇 분전까진 개 패듯이 때렸으면서 이젠 또 화해하자니. 내가 봐도 어의 없긴 하다.
그래도 기껏 화해하자고 손 내밀었는데 화해 해 주면 좋겠다.
“너! 내가 얼마나 아팠는데!”
“어?”
“내..내가 얼마나 아팠는데! 흐어엉. 너 죽어! 죽으란 말야! 흐어어엉.”
화해를 한건 지 안 한건 지는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이거 난감하네. 난 내가 운 적은 많아도 울린 적은 별로 없는데.
“저기 반짝반짝 화사한 아이야.”
“향미…”
“응?”
“난.. 나향미야.. 향미..”
“아, 향미야! 나는 삼성고등학교 신민휴라고 해. 반갑다.”
“흐엉.. 흐엉.. 흐아아아아앙..”
“저..기.. 그만 울면 안 될까?”
* 이상하게 4편인데 내용이 이상하군요. 하아.
후회가 마구마구 밀려들어옵니다.
많이 읽어주시고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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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180도 새 삶을 위하여. ve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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