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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장.
“차차웅,좌보님께서 드셨습니다.”
“……”
태의에게 진료를 받은 후에도 한참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검을 내려다보고 있는 유.
시종장이 수가 처소 왔다는 말을 아뢰자 그제서야 몸을 일으킨다.
“…차차웅.”
“시종장께서 말한 것입니까.”
“…이 일이 조정에 알려지면…”
“알겠어요.좌보를 들라하세요.”
유가 자리를 잡고 앉아 수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무슨 말을 할지 알기에 그와 시선이 맞닿을까싶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무엇이 그리 급하시어 그 곳까지 간 것입니까.”
들어오자마자 다그칠 것 같았는데 생각외로 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내가 그곳이 어떤지 알았다면 더 일찍 갔을거야.”
“조정에 이 일이 알려지면 어찌 되실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언제까지나 대소 신료들 눈치만 보며 살 순 없어.”
“그렇다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할 것입니까.”
유는 수의 말에 다박다박 받아치면서도 그의 얼굴은 바라보지 않았다.검의 일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그가 반란군에 있었다는 것을 안다.전랑의 아랫사람으로 내 목숨을 노렸다는 것도 안다.
허나 가엾은 사람이다.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잘 말해볼게.그는 결국 나를 죽이지 않았잖아.충분히 시간은 있었는데도…”
“왕을 죽이려다 미수로 남은 것도 대역죄입니다.”
“…난 검이를 돕고 싶어.”
“차차웅,이 일은 사사로운 정으로 대해선 아니되는 것입니다.”
“…그저 사사로운 정이 아냐.난…”
수는 갈수록 의문이 들었다.유가 어찌 저리도 검을 감싸고 도는 것인지.처음엔 그저 자신과 닮은 모습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생각하였지만
지금은 그 것이 지나치단 생각이 들었다.제 부모를 죽이는데 앞장 선 이를 어찌 저리 쉽게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허면 무어란 말입니까.”
유가 검을 자꾸만 감싸고 돌수록 수는 유와 멀어지는 느낌이였다.유와 아로 그리고 수는 4년 전 첫 만남 이후로 궐에 들어오고 난 뒤에도
언제나 함께였다.누구보다 가깝고 누구보다 특별한 정이 있었던 그들이였다.
“…나는 내 힘이 닿는 한 검이를 돕고 싶어.”
“저 자가 어떤 자인지 잊었습니까…”
“알아,잘 알아.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하지만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유가 그제서야 수를 마주대한다.수의 시선이 닿은 유의 눈빛.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모두 다 알면서도 그를 돕고 싶고 살피고 싶다는 건.
“특별한 정이 있다는 것입니까.”
“…무슨 말이야?”
“저는 분명 검이를 처음으로 거뒀습니다.누구보다 검이 저 아일 잘 안다고 여겼는데…제가 떠난 이후,저 아이는 변해도 한참 변했습니다.
반란이 일어나던 밤에도 그는…”
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더 이상 그 뒤의 말을 잇다간 겨우 아물어진 유의 상처를 헤집는 꼴이 될까 싶어서.
허나 수는 검의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를 감싸는 유의 모습에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저 자를 특별히 여기시는 것이…”
“……”
“부디 제가 의심하고 있는 그 감정이 아니길 바랍니다.”
“무슨 말이냐구 묻잖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차차웅.”
수는 더 이상 어떠한 말도 없이 유에게 예를 갖춘 후 관복자락 휘날리며 빠르게 편전을 빠져나갔다.
굳게 닫힌 문이 그의 손길에 의해 벌컥 열렸다.멀어지는 수의 발자국 소리에 유는 암울한 마음을 감출 새 없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하지만 그 마음,수에겐 속이고 싶지 않다고 여기는 그녀였다.
그의 질문에 대한 답변엔 사실인 것이니까.그가 의심하고 있는 그 감정은 아니라 한들 어떤 감정인지 몰라도
검이에게 특별한 정을 품고 있는 것이 맞으니까.허나…
어떤 생각을 한 것인지 메마른 눈을 한 채 저에게 차가운 어투로 말을 내뱉던 수의 모습이 자꾸 아릿하게 떠올라서.
* * *
어스름한 밤,미세한 등불만 창틈새로 새어나오는 유의 처소 내.
아로는 오랜만에 그녀의 처소로 와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누고 있는 터였다.
“오라버니가 섭섭하셨을거야.”
“…가엾은 사람이야.”
“그 사람을 마음에 품은 거야?”
“아로야,나는 그런 감정으로 그 자를 대하는 게 아냐.”
“허나 오라버니가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며.”
자꾸만 수의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던 유가 아로에게 여태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허나 아로는 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보단 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타박을 늘어놓았다.
“…그건.”
“그저 동정심이라면 과한거야.”
보드레한 유의 입술이 살풋 벌려졌다.다른 이의 시선에도 그리 느껴질 줄은 몰랐다.
분명 수에게는 달리 아로에겐 모든 걸 털어놓았다.그런데도 아로는 유를 이해하질 못했다.
그렇다면 수는 어떤 생각으로 저를 마주대한 것일까.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수의 냉량했던 시선이 한층 더 서글퍼졌다.
“…허나.”
“오라버니가 여태 어떤 마음으로 언니를 지켜왔는 지 잊지는 않은거지?”
“……”
“하나만 물을게.언니에게 오라버는 어떤 의미야?”
“……”
“정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벗?”
“……”
“그게 전부야?”
아로의 질문에 유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한 번도 제 맘속에서 수의 의미를 새겨본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수는 그저 수일 뿐이였다.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은혜를 배풀어주고,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선택해 준.
둘도 없는 벗.그리고…
“……”
그리고는 없을 것이다,분명.분명 그래야 한다.그렇지 못한다 하여도 저는 이 나라의 왕이고 즉위하던 그 날,
여인의 삶을 포기하였다.허니 다른 감정 따윈 없었다.검에게도…수에게도.
…분명 그럴 것이다.
“그 검이란 자가 우리 모습과 닮아서,언니 스스로의 모습과 닮았다해서 그리 살피면 아니 돼.”
“…그 자를 그냥 가만히 둘 수가 없어서 그래.가여워서…”
“어쨌거나 죄를 지은 자는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하는거야.그게 누구든.언니가 왕이 된 이상 수 오라버니 말대로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선 아니되는거야.허니 내일,오라버니와 다시 얘기를 나눠봐.”
“……”
“진정 언니가 그 자에게 품은 감정이 오라버니가 생각하는 그런 감정이 아닌거지?”
“…그래.”
“그럼 언니가 먼저 사과해.”
“……”
또 다시 수의 냉량한 시선을 마주볼 생각을 하니 가슴에 상처가 난 듯 저릿하게 아파왔다.
무슨 말로 어떻게 운을 떼어야 할지─
“여태 어떤 마음으로 언닐 바라봐 왔는 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응?”
“아냐,매일 붙어있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냉랭하게 있을거야?”
얄핏하게 벌어진 아로의 입에서 정확치 않은 말이 흘러나와 유가 되물음에도 아로는 아무런 말이 아니라는 듯 씩 웃어보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릴 내뱉던 그 순간 아로의 표정이 아련하였다.
“……”
수야.내가 네게 어떤 존잰지 묻는다면 너는 어떤 대답을 줄까.
나는 네가 내 평생 그 누구보다 가까운 벗이라 표현하는 것에도 부족함을 느껴.
내게 너는 그냥 너인데 너에겐 내가 무엇이니.
그 물음에 나는 네가 어떤 대답을 할 지 두려워.
그저 내가 검에게 대하는 것처럼 너또한 그런 거라면.
부모 잃은 어린 계집에게 동정심을 적선하는 것이라 해도 난 괜찮을거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혹여라도 그 대답에 내가 흔들릴까봐…
난 그게 두려워.
* * *
“……”
검이 꼬박 사흘만에 눈을 떴다.말갛게 부서지는 햇빛이 눈부셔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야가 흐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텁텁한 먼지내가 나던 어두운 옥사 안이였는데…
“…깨어나셨습니까.”
호화스러운 방 안으로 탕재를 든 시자 한 명이 들어온다.오랜만에 보는 햇살…모든 것이 반년만이라 너무나 낯설었다.
“…어찌 내가 여기에.”
“차차웅께서 모셔왔습니다.호위대장께서 깨어나신 사실을 전하면 바로 와주실 것입니다.”
“…차차웅…께서.”
의식을 잃기 전 귓가에 들리던 그 목소리나 따뜻한 손길.그 모든 것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였다.
허나 자신의 죄가 덮여질 수 없음을 잘 아는 그였기에,어찌 그가 옥사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탕재를 드시어야 합니다.”
“하나만 묻지.”
“하문하시옵소서.”
“어찌 차차웅께서 나를 옥사에서 빼내신 것이지?…”
“소인도 세세한 이야기는 잘 모르오나 차차웅께선 조정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위대장님의 죄를 사하고 다시 직분을 회복시키겠다는
뜻을 굽히시지 않고 계신다고 하옵니다.”
“……”
시자의 말에 검은 가만 듣기만 하였다.그렇게 한참,그 순간이였다.
쨍그랑!
“아,아니…어찌.”
시자가 놀란 눈으로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며 질겁하였다.검이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옆에 있던 장식용 자기를 손으로 깨트린 것이였다.
사금파리가 조각 조각 살을 파고 들어 검붉은 핏물이 끊임없이 새어나옴에도 검은 자기를 쥐고 있는 손을 풀지 아니하였다.
“……”
“이리 하시면 아니되옵니다!! 어서 상처를 치유하여야…”
“차차웅께서는 어디 계시나.”
“펴..편전에 계실 것입니다.”
“…직접 갈 것이다.안내해라.”
“이,일단 상처부터 치유하셔야 합니다.이를 보시면 차차웅께서 놀라실터이니…”
챙-!
시자의 말에 검은 쥐고 있던 부스러진 자기를 던져버린다.그리고 조각조각 흩어져버리는 사금파리.
그럼에도 그의 굵다란 손 끝에선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서 안내하라.”
“상,상처가 깊사온데…”
“다시 한 번 말해야 하나.”
두려움에 젖은 시자가 급하게 문을 열고 앞서 나간다.그 뒤를 따르는 굳은 얼굴의 검.
편전으로 향하면서 검은 사금파리가 살을 에고 있음에도 그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하였다.
이미 미련 없는 제 삶을 구해보겠다고 조정과 맞서고 있는 어리석은 자 때문에.
“시,시종장님.호위대장님께서 차차웅을 뵙길 청하옵니다.”
“…몸이 아직 덜 회복되었을텐데 어찌 이 곳까지 왔는가.아니,그 손은 무엇이고.”
“차차웅을 뵙게 해주십시오.”
“…휴.잠시만 기다리게.”
시종장은 단호한 검의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편전 내로 들어가 유에게 아뢴다.
자꾸만 흘러내리는 핏물,검은 그것을 옷자락에 쓰윽 문질러버리고 유에게 허락이 떨어지자
발걸음을 급히 하여 편전 내로 들어간다.
...............
“아직 몸을 움직이는 건 이른데…어?!”
“…어찌 그러셨습니까.”
편전 내로 들어가자 서궤에서 무엇을 살피고 있던 그녀가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검의 손을 발견하고 놀란 듯 재빨리 그의 손을 잡아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어찌…”
“묻지 않습니까.어찌 저를 빼내신 것입니까.”
유가 검의 손을 잡고 어쩔 줄 몰라하자 검은 억세게 유의 손을 떨쳐냈다.그리고 또 다시 되물었다.
그 어느 때보다 호륵한 얼굴을 한 채 유에게 묻는 수의 모습에 유가 움찔 뒤로 물러섰다.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니까…”
“…제가 그 곳에서 나올 수 있을 땐 이미 이 목숨,다할 때 뿐이였습니다.”
“검아.”
“대역죄인이지 않습니까.이 나라에선 왕을 죽이려 한 자를 이리 쉽게 용서한답니까!
그저 그 짧은 세월 꾹 참고 견디면 몸도 치유해주고 그리 상전대접을 해준답니까!”
“그게 아냐,검아.네게 이젠 죄가 없어.나라도 그랬을거야.내가 너라도 그리 했을거야.
허니 이제 네가 있을 곳은 원래 너의 자리야.”
“죽이십시오.”
유의 어떠한 말에도 검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그 마음에 담고 있는 뜻도 그러할 것이다.
검은 단호히 외쳤다.자신을 죽여달라 그리 청하였다.
“내가 너를 돕고 싶어.”
“도울만한 자가 못됩니다.”
“이제 네게 죄가 있다면 나를 좀 더 믿어주지 못한거야.어찌 네 스스로 네 삶을 버리려 한거야?
검아,이젠 네 자리로 돌아 와.나와 약조했잖아.내가 너를 버리기 전까진 너도 내 곁을 떠나지 않기로.”
“차차웅께 접근하려는 속셈이였습니다.미련하게도 그거 하나 눈치 채지 못하신 것입니까.”
“검아…”
“그냥 두시지 그러셨습니까…제 스스로 죽어가면 당신의 손에 죽은 것도 아니고 오로지 제 의지였으니,
차차웅께서도 죄책감 같은 건 같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습니까…!”
“……”
“제발 저를 그냥 두십시오!”
검이 편전을 박차고 뛰쳐 나간다.유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함부로 붙잡지도 못한다.그는 상처가 깊은 사람이였다.
유는 기다리기로 했다.시간이 지나면 그 상처도 아물 수 있을꺼라고.끊임없는 믿음을 주면 그 또한 다시 돌아와줄꺼라고.
마음의 짐을 덜어놓은 채 오롯하게 그 믿음을 답해 줄.
* * *
창가에 푸른 빛이 새어들었다.동이 튼 듯,유는 밤새 고민 하다 결국 기별을 넣었다.
밖에선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기다리는 사람이 당도한 듯 하였다.
“수입니다.”
유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오랜 기다림 속 상대가 당도한 것을 확인하자 헛기침을 한 후 그에 답을 한다.
문에 비치는 그림자 속 상대가 한참의 적막 이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
“……”
문이 열리고 새벽의 찬기운이 그와 뒤섞여 방안에 스며들었다.유는 찬 기운 속 스며든 익숙한 수의 내에 잔뜩 몸을 굳혔다.
어떻게 운을 떼어야 할까.밤새 고민하고 연습하길 반복하였지만 막상 그가 들어오니 준비해 둔 말들은 아득하다.
“……”
“…저 그러니까.”
결국 우물쭈물 운을 떼었다.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 지 생각을 미처 마치기 전에,어떤 말이든지 말이라도 붙여봐야겠다 싶어
급히 말을 꺼내었지만 막상 말을 붙이고 나니 할 말이 없다.
“……”
“그게…”
“이른 시각부터 급히 찾으시었으면 긴히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아닙니까.”
“…응.”
아직도 냉량하기 짝이 없는 태도.그런 수와 마주 대하자 한 순간에 주눅들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였다.
“말씀 하십시오.”
“…무슨 말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거야.말이 뒤섞여 무슨 말인지 모르더라도 그냥 니가 이해해.”
“……”
유는 수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말을 내뱉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미안하단 말부터 할거야.네가 날 위해 그런 말들을 한 거 잘 알면서 쌀쌀맞게 굴어 미안해.
네가 가장 내 마음 잘 알고 있는 거 잘 알고 있음에도 네게 그런 말 한 거 미안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미안하다고…하는거야.”
“왜 차차웅께서 제게 사과를 하시는 겁니까…”
수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목소리 또한 떨려왔다.
어째서,어째서지? 사과를 했는데도 받아주지 않는건가?…그만큼 화가 났나?
“…수야?”
“……”
“…그게,난….”
“…사과는 제가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차차웅.”
“…응?”
“알고 있습니다.차차웅께선…”
유는 수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저 그의 말에 귀 기울인 채 한참을 시선을 아래로 두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수를 바라보고 있는데.
“……”
“욕심이였습니다…오롯이 차차웅께서 제가 아는 차차웅으로 남아 있길 바래서.”
“…네가 아는 내가 맞아.나는 달라진 듯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모습이 싫었습니다.”
“내가 기댈 사람은 너와 아로뿐인걸.”
“…그 마음,가고 싶은데로 가게 하십시오.저는 여기 있겠습니다.약조드렸듯,언제까지나.”
“…달라,수야.나는 검에게 네가 생각하는 것 처럼 사내와 여인으로써의,그런 마음을 품은 게 아냐.”
유가 수의 손을 잡았다.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곁에 묵묵히 남아주겠노라 말하는 수의 말에
그제서야 유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돌아왔다.저가 아는 수로─
“……”
“나는 말했지.여인으로써의 삶을 버리겠노라고.허니 나는 그런 마음 같은 거 품은 적 없어.
그 때 네게 답하지 못하였던 건 그저 그 마음이 특별한 것은 맞기 때문이야.너와 아로에게 품은 감정과는 다르게
네가 나를 처음 발견하고 끝까지 지켜주었듯,나도 그래.그도 너같은 사람을 만나서 그 상처를 치유하게 도와주고 싶어.
내가 내게 있어 너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
“……”
수가 시선을 들어 유를 바라보았다.자신의 손을 꼭 잡아오는 유를 수는 그 누구도 없는 그 곳에서만,
여태 감히 그리하지 못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꼭 끌어 당겨 안았다.
예전처럼.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때처럼.
“…수야.”
유야.너는 모를거다.너는 내가 네가 가엾고 안타까워 널 지킨 줄 알겠지만 나는 네게 그런 마음이 전부가 아님을.
감히 그 마음을 네게 전할 수 없어 이리 뒤에서만 지키는 나이지만,파리한 얼굴을 한 채 네 오라비를 부르던 너를 내 손으로 안아들고서
그런 너에게 마음을 쏟기 시작하면서─나는 그 때부터 네가 전부였다.
그리운 얼굴을 한 너─너는 내 어머니를 닮았다.
하여 처음엔 내 어머니 죽어가는 모습 보고만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내 어머니를 닮은 너에게 더욱 더 마음을 쏟아 부었다.
허나,유야.이제는 내겐 너는 너일 뿐이다.내게 있어 이젠 너는 너무나 커다란 존재다.
그러나 그 뿐이다.그걸로 되었다.너는 내게 과한 사람이니 나는 네 뒤에서 이리 평생 너를 향한 영원의 맹세를 지키고 살아도,
이 삶 후회는 없을 듯 하다.하지만 가끔 네가 이리 굴면 나도 너를 쉬이 묻을 수가 없어.
한번만,가끔 한번만이라도 이렇게 널 내 품안에 안을 수 있다면.
그 작은 어깨,내가 한번이라도 감쌀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그것이면 영원의 맹세에 대한 답례로 과할 듯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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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이럴 줄 알았어요!ㅠㅠ.......11장 넘어가니 12장은 손뗄수가 없더라구요.그만큼 술술 써졌어요.
하지만 이번편도 어눌하기는 마찬가지.왜이러죠..갈수록.
감정선 위주로 가려지만 역시나 그걸로 하려면 단편작이 되어야 할 듯 합니다.
대충 완결은 50장으로 잡고 있습니다.완결까지의 패턴은 다 짜뒀는데 이번편에서 시조묘를 나올 수 없게 되었군요.
그게 사람 감정이란게 참 묘한 것 같습니다.
너무 추상적인 것이라 한 단어로 표현하기엔 너무 힘든거죠.
유도 물론 수를 흔히 말하자면 ‘사랑하다’로 표현할 수 있겠죠.일단은요.
수야 뭐 오늘편 독백으로 저의 마음을 다 고백하고 말았지만요.
저는 수가 유라고 불러주길 바라지만 아마 완결나기까지 수가 유를 대놓고 부를 일은 없을 듯 합니다.
그것이 유에 대한 수의 감정 억제니까요.차차웅이란 칭호가 유를 향한 수의 마음이 넘치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겠죠.
일단 대충 감정선은 다 잡혔네요.오늘편으로 인해.
다들 눈치채길 바라겠지만 일단은 스포글을 날릴 생각은 없습니다..ㅋㅋㅋ
다음편은 진정 시조묘 방문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감정선 다루기와 스토리 전개를 동시에 하려면
느릿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이러다가 50장 내로 타임워프를 또 할수 있을까요..막바지에 긴 타임워프도 있을 예정인데..하..ㅋ
어쨌거나 제가 짜놓은 스토리들은 30장까지 가고 나머지 20장은 그 때부터 절정을 다달할듯 싶습니다.
쓰면서 스스로 다시 처음부터 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그래도 참고 써보려구요.
수정은 완결후에도 가능한거니깐 말입니다.완결내고 나서 고등학교 졸업후에(오랜시간후가 되겠군요.)
새롭게 쓰는 것도 괜찮을 듯 싶네요....ㅎㅋ
어쨌거나 오늘도 좋은하루 되시구요.댓글 확인했습니다.언제나 감사해요.
참,내일편은 오늘편이 두편이라 좀 늦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오늘 하루종일 놀면서 글쓰고 놀면서 글쓰고를 반복하여서..
첫댓글 ㅇ.ㅇ둘의 감정이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애절하면서도...뭐랄까, 묘하네요ㅜㅜ 여느 엔딩처럼 둘이 결혼하고 잘살고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요? 휴. 무튼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건필하세요^^
이번편 꽤 길군요 헥헥 ㅋㅋㅋ 우리(?) 유는 너무 착해서 탈인거 같.....< ㅋㅋㅋ 하루에 두편씩이나 올리시다니 정말 부지런하세요 ㅠㅠ 저도 본받아야될텐데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헛...삼각관계이군요~ㅋㅋㅋ담편도 기대해요~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