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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끝나고나니 정말 하루하루 바쁘기만 했다.
콘서트 연습 하면서 준비했던 후속곡도 있었고, 콘서트로 인해 여기저기 인터뷰에 라디오까지.
그리고 난생처음… 그들의 화보까지 찍을 만큼 바빠졌다.
이러는 와중에도 노트북을 끌어안고 고민고민하고 있는 호겸.
어떤식으로 고백을 해야할 지 아직도 모르겠던 모양이다.
이제 코 앞으로 다가온 지운의 생일.
좋아하는 게 뭐냐 물어도 '글쎄…' 싫어하는 게 뭐냐 물어도 '글쎄…' 였다.
그러니 더 고민할 수 밖에.
재원의 말에 의하면 지운은 은근 이벤트를 좋아한다 했다.
남자를 위한 이벤트. 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데뷔하기 전엔 연습생이라 할 수 없었고, 데뷔하고 나서는 공인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런 호겸이 할 수 있는 이벤트.
답이 나오질 않는다.
"호겸아, 방법 하나 알려줄까?"
"어?! 뭔데뭔데?!"
"정말정말 방법을 모르겠으면… 팬들이 쓰는 소설 봐바. 좀 민망하긴 해도 이벤트같은 건 잘 나와있을거다"
"……………… 그거야 나도 보지만… 딱 와닿는 이벤트는 없었단 말야"
"흐음…. 하긴, 주인공들이 가수니까 밖에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고"
"휴우. 타이밍이을 잡았다… 싶으면 이벤트가 걸리냐 왜"
연예인.
그리고 게이.
떳떳할 수 없다는 건 당연했다. 꽃다발을 건내주는 것도 잘못 걸리면 큰일 날 판국인데… 이벤트라니.
다들 잠든 벤 안에서 혼자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호겸.
여전히 소설을 보고있는 중이었다.
자신들의 팬픽을 벗어나 일반 동성소설까지….
읽다보면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해서 보긴 했지만, 대부분의 이벤트는 가수인 호겸이 하기엔 벅찬 것들 뿐이었다.
길에서 할 수도 없다. 카페에서 할 수도 없다.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일만한 곳은 안된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깊은 한숨을 푹- 내쉬던 호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꺼내보니… 반가운 이름이 뜬 모양인지 활짝 웃더니 전화를 받은 호겸이었다.
"응!!!! 이시간에 어쩐 일이야?!"
-"아 깜짝이야. 왜이렇게 빨리 받아?"
"너한테 전화온 거 처음이니까!!"
-"아 그랬던가? 안부 전해주려고. 요즘 바쁘다며. 힘내라고"
"………… 니가 힘내라고 하니까… 쓸데없이 기운이 솓아날 거 같아"
-"니가 호랑이냐. 기운이 솓아나게"
"………………… 강지운이 이런 개그도 했었나…"
-"뭐 어쨋든. 요즘 과로로 쓰러지는 연예인 많더라. 조심해-"
"니가 걱정해주니까 과로로 쓰러지고 싶다"
-"맞을래? 전화 끊어버린다"
"어, 아냐아냐!!!! 아 맞어. 지운아 나 내일은 학교 갈 수 있다?!"
-"항상 바빠서 못갔잖아. 왠일로 시간이 되나봐? 너 수업 못따라 갈 걸~"
"따라갈 수 있거든요~"
숙소에 도착 할 때 까지 통화는 계속됐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말 수가 적은 지운마저 조잘조잘 거리니, 호겸은 그저 기쁠 뿐이었다.
베시시 웃으며 통화하는 호겸의 모습을 백미러로 보고있는 매니저까지 웃음지을 만큼…
호겸의 웃음은 지금 가장 행복해보였다.
*
에어컨 온도를 낮게 맞춰놓고는 춥다고 교복가디건을 걸치는 꼴이라니.
거기다 체육하고 온 뒤로 환기를 시키지 않은 탓에… 교실안에는 온통 땀내뿐.
그 반 학생들이야 후각이 둔해져서 모른다고 하지만, 교실에 들어오는 선생들마다 표정을 찌푸리는 건 당연했다.
그저… 이 냄새속에서도 묵묵히 영어단어를 외우고있는 지운이 대단할 뿐이다.
학교가 끝나고 주인을 버려둔 채 집으로 가는 길.
수업하느라 확인하지 못한 문자를 이제야 확인하는 지운의 입가에 걸린 미소.
여전히 혼자 노는 호겸의 문자가 그리 재밌는 모양이다.
한참 보고있는데 새로 오는 문자 하나.
'7월 29일. 최호겸을 위해 시간 좀 내주세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데이트신청을 무슨 이렇게 한단 말인가.
그 날이 자신 생일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알았다 문자를 보내는 지운.
이벤트는 바라지 않았다. 그저… 진실된 고백 하나면 됐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이 문자를 데이트신청하는 걸로만 아는걸지도.
직업이 연예인이다 보니… 원하는 날짜에 시간을 내기란 하늘에서 별따기였다.
그런데도 29일날 시간을 낸 걸 보면… 꽤나 노력한 모양이다.
자신의 기량껏 준비한 이벤트와, 그 이벤트에 걸맞는 날짜 7월 29일.
힘들게 준비하고 있는 호겸의 맘은 모른 채 그저 데이트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지운이었다.
물론, 그 날 은근슬쩍 자신이 먼저 고백해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다녀왔습니다"
"지운아!!!!!!!!!!!!!!!!!!!!!"
"악, 깜짝이야. 뭐야…. 더워더워, 좀 떨어져"
"지운아지운아, 난 호겸이 관심 없구~ 우리 기욱오빠만 있음 되는뎅"
"………… 큰누나!!!! 작은누나가 막…… 우업!!"
"이자식이 진짜. 호겸이랑 잘되게 해줄터이니, 기욱오빠랑 좀 만나게 해 줘. 오키?"
"…… 큰누…ㄴ…… 우버버!! 퉤퉤, 아 짜!!! 손 좀 씻고 다녀 누나!"
"짜식~ 알았다구? 알았어 알았어. 내일 맛있는 거 많~이 사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움하하하"
철이 덜 든건지… 아니면 그냥 명랑한건지.
나름 조용한 성격의 지운마저도 은영의 옆에 있으면 소리가 커지게 된다.
워낙 장난을 좋아하는데다, 험한 은영이라 그런지… 괜히 휘둘리게 되는 그런 거.
남자친구가 없을 만 한 성격이다… 라고 늘 지운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런 누나라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다.
집에 자주 없는 재원에, 자신과 비슷하게 조용한 큰누나 지은.
만약 은영이 없다면… 이 집안은 재미없는 집이 될테니까 말이다.
"아, 아빠 있었네"
"……………… 다음에 그녀석 한 번 데려와"
"……어?"
"니 엄마한테 감사해. 밤새 시달리도록 졸라댔으니까. 내 허락 없인 절대 사귀지 말 것"
"이제 그만 좀 인정해주면 좋을텐데…. 아빠, 지운이가 삐딱선 탄 것 도 아니잖아"
"난 아직 인정못해. 사내면 사내답게 여자를 만나면 되는거지, 동성연애라니. 알아들었으면 들어가 봐"
지운이 게이라는 걸 알게 된 게 언제였을까.
모든 가족들이 알 게 된 건 다름아닌 연예인 때문.
지운을 자신에게 달라며 집까지 찾아와 무릎꿇던… 연예인.
그 연예인만 아니었다면 집안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다.
오로지 아버지. 아버지만이 인정하지 않고 있었고, 게이인 지운을 늘 피해다닌 쪽도 아버지.
가끔 묻는 말이라고는… '아직도 남자 만나냐' 밖에 없었다.
그랬던 아버지였는데… 어머니의 몇마디 말에 저렇게 변하다니.
허락없이 사귀지 말라고는 해도, 일단 데려와보라는 건 가능성이 있다는 거니까.
자신도… 그리고 호겸도 인정받을 수 있는.
허락을 받게 되면 고백 할 생각이었다.
수능이 걸리긴 했지만, 그 전에 놓쳐버리고 싶진 않았으니까.
호겸이 고백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줄 모른채… 지운도 고백을 준비하고 있었다.
*
29일이 평일이라 학교에 가야만 하는 지운과, 지운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이벤트를 준비하는 호겸.
시간이 느리게 지나간다.
자율학습이 이렇게 지겨웠던가.
문제를 풀기는 하는건지… 끄적이다 시계보고, 끄적이다 시계보고.
학교 끝나면 또 약속장소까지 가야되는데… 언제갈까.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러 달려가야만 할 것 같은데… 그럴 수 없다.
얼른 달려가서 고백해야되는데….
니가 좋다고, 널 좋아해버렸다고.
오전은 보충수업이 있다고 쳐도, 오후는 말그대로 자율학습이기 때문에 종종 튀는 학생들이 많았다.
처음 한시간정도야 선생님이 지키고 있으니… 튈 엄두는 못내겠지.
2시 반 쯤 되면 슬슬 가방싸는 학생들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보면… 깔끔하다.
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강지운이… 오늘은 그 튀는 학생들 사이에 끼게 되버렸다.
지운이 조용히 가방을 챙기자 멀뚱히- 쳐다보는 반 아이들.
세시가 된 건지- 확인하려 시계를 보지만… 아무리 봐도 시계는 아직 두시 반 도 안됐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천천히 오라는 호겸의 문자를 확인 할 시간따윈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에도 정신이 없다고 해야할까….
얼른 역에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바라느라, 주머니속에서 진동울리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지운.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콘서트를 했던 실내경기장.
경기장 앞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딱히 정해놓은 약속시간이 없었던지라 애만 타고 있었다.
먼저 간 건 아닌지, 기다리다 지쳐 집에 간 건 아닌지….
전화해보려 꺼낸 핸드폰 액정에 뜨는 문자 하나.
'너무 더워서 경기장 안에 있으니까 안으로 들어와라ㅜㅜㅜ'
다행이다. 안갔구나.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계속계속 안으로 들어간 지운.
깜깜하다.
얼마 전엔 여기에 깔린 의자에 앉아 콘서트를 봤었는데.
아차, 싶어 다시 두리번 거렸을까… 팍- 하고 켜지는 조명들.
그리고 돌아본 경기장 앞쪽엔… 치우다 만 무대가 있었고, 그 무대 위엔…… 호겸이 앉아있었다.
"아, 좀 뽀대안난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하나 둘. 잘 들려?"
"…………………"
"무대 철거하려는거, 겨우 미룬거라서…. 처음엔 어떻게 고백할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난 가수니까. 노래… 밖에 없더라구.
나 말야. 콘서트에서 노래 부를 때, 너 보면서 불렀어. 근데… 좀 아쉽더라. 너 한 명한테만… 불러주고 싶었거든"
아무 말 도 할 수 없었다.
철거하다 만 무대 위에 앉아있었지만… 조명 탓인지, 호겸이 이뻐보였다.
뽀얀 피부와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허스키한 목소리.
그 허스키한 목소리가 내뱉는 노랫가락.
아무런 반주도 없었는데… 그랬는데도 아름답다.
실내경기장에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그가 부르는 노래 선율이… 마냥 아름답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 눈에 난, 내 사람인걸 알았죠
내 앞에 다가와 고개 숙이며 비친얼굴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죠
왠일인지 낯설지가 않아요
설레고 있죠 내 맘을 모두 가져간 그대
조심스럽게 얘기 할래요, 용기 내 볼래요
나 오늘부터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처음인걸요 분명한 느낌, 놓치고 싶지 않죠
사랑이 오려나 봐요
그대에게 늘… 좋은 것 만 줄게요
유리상자 - 사랑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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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입니다 !!!!
하지만, 또 이상한 데 서 끊어버린 팔구 ............
결과야 물론 OK 겠지만서도, 정확히 노래씬에서 끊어버리는 절묘한 타이밍.
제가 타이밍의 신인가요 .... 후덜덜
여차저차 벌써 고백이긴 하지만 ......
그냥 그러려니 하렵니다 ㅜ
점점 내용이 허술해져 가는 것 만 같아 마음이 욱신욱신 ..........
다음편에서 뵈요 !!!!!
첫댓글 아니에요~ 저는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후훗.
우와~~!!!! 고백이 너무 멋있는거 아니예요~!!ㅋㅋㅋㅋ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우와아~!!!!!!!!!! 드디어 고백했군요!! 다음편 기다릴께요! 히힛
꺄하하하하 > <지운이 아버지도 얼른 허락을 ..ㅋㅋㅋㅋㅋ
아아아, 딱 끈어버리시네, 아아 궁금!!!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역시 반대하는분이 한명쯤은 있을꺼라 생각했어요ㅋㅋ; 그래도 뭐 별탈없이 지운이랑 호겸이 잘될것 같아 행복한..♡꺅! 다음편도 기대★
와 궁금해야 될 부분에서 딱딱 뜻어주시는 센스..ㅜ 흑..ㅜ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 ㅜ
★오늘처음봤어요!! 팔구님소설을놓치다니ㅠㅠ 다음편기대할게요!
오오 드디어 고백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 이햐이햐 근데 아버님이 반대라니 ㅠㅠ 어머님보다 강적이다! 이거이거 아버님이 반대하는건 처음보는 케이스인데요 ㅋㅋㅋ 다음편기대할께용~
에잇! 하이라이트에서 끈키다닜!ㅋㅋㅋㅋ
드뎌 고백을 ㅋㅋ 다음편을 빨리 기대해야겠다. !!
담편기대요.♡
오호호!!!!! 그 노래는 유명한 결혼 축하곡아닌가??무튼무튼!!!!! 너무 귀엽다,ㅋㅋㅋ 글구,,,,저두 저럼 집안이 있었으면,,,, 요즘은 많이 알려져도 잘 받아드리질 못하니깐,ㅋㅋㅋㅋ왠지 기분이 업되는것 같은 기분???ㅋㅋㅋ 둘이 빨리 잘됬으면 좋겠어요,!!!!
워우!! 처음 봤어요- 재미있습니다. 역시 팔구님!!!흐흐흐흐
작가님은 타이밍을 아주 잘 끊어주시네요 ㅎㅎㅎㅎ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