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sports-g.com/2022/12/23/%EC%9D%80%ED%87%B4-%EC%95%9E%EB%91%90%EA%B3%A0-%EC%B9%B4%ED%83%80%EB%A5%B4-%EC%A7%84%EC%B6%9C%ED%95%9C-%EA%B0%80%EC%86%94%ED%98%84-%EB%82%B4-%EC%B6%95%EA%B5%AC-%EC%9D%B8%EC%83%9D%EC%9D%98-%ED%9B%84
카타르 적응은 어땠는가? 더워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말 남태희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다. 남태희의 가족 덕분에 이렇게 뛸 수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도움 받은 게
많아서 이걸 어떻게 하나하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쉽게 말하자면 하나부터 열까지 남태희가 거의 다 해
줬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줬고 좀 더 수월하게 적응하도록 해줬다.
정말 사소한 것도 도움이 됐다. 은행 업무도 도와주고 여기는 인터넷 설치도 최소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남태희가 도와줘서 3일 만에 인터넷이 설치됐다. 특히 남태희가 정말 착하다. 뭘 좀 도와달라고 하면 거절하는 법
이 없다. 휴대폰 개통같이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걸 모두 도와줬다.
특히 남태희가 집으로 초대해서 밥을 차려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아내를 두고 먼저 혼자 왔을 때 밥을
차려주고 와서 편하게 먹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태희와 친해졌다. 내 아내가 왔을 때는 제수씨(남태희 아내)가
밥을 차려주는 등 많이 도와줬다. 심지어 남태희 덕분에 돼지고기도 카타르에서 먹었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가 엄격히 금지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그렇다. 국가에서 발급하는 라이센스를 소지하고 있으면 돼지고기나 주류 등 카타르에서 금지하고 있는 물품들
을 정당하게 살 수 있다. 구단주들이 팀을 통해 발급해준다. 현재 내가 알기로는 남태희와 (정)우영이 형이 라이센
스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아직까지 라이센스가 없다.
정말 남태희와 제수씨가 없었다면 나와 내 아내는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양고기 맛집인 ‘알 카이마’도 몰랐
을 것이고 카타르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것이 좋은 거고 어떤 것이 잘못된 거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살면서 이게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내가 남태희 입장이 되면 이런 게 절대 쉬운 것이 아
니라고 생각한다.
남태희와 내가 예전부터 크게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축구선수라는 공통점 하나 뿐이었다. 그런데 그
것 때문에 도와준 것이다. 그 덕분에 내가 이곳에서 적응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중략)
카타르 2부리그라 환경이 더 열악한가? 월드컵 경기장에는 에어컨이 나왔는데.
1부리그와 2부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에어컨이다. 카타르 스타스 리그 경기장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시
원하게 뛸 수 있다. 그런데 2부리그 경기장에는 에어컨이 없다. 더운 그대로 뛰어야 한다. 이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 2부리그 훈련장도 상당히 좋다. 잔디구장 갯수 정도가 다르지 2부리그도 꽤 잘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과 붙었을 때 나는 선수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16강전 경
기장이었던 스타디움974는 에어컨이 없다. 조별리그 3경기가 열린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에어컨이 가동
된다.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뛰다가 스타디움974에서 뛰니 더위라는 또다른 적과 싸워야 한다.
이게 밤 경기여도 더운 열기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낮에 열기가 그라운드 안으로 모인다. 그런데 수만 석의 관
중석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장 조명이 그라운드로 향하니 열기가 빠질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
컨도 가동되지 않으니 선수들 입장에서는 밤이어도 찌는 듯한 더위에 고생할 수 밖에 없다.
TV로 16강전을 보신 분들은 전반전을 보면서 ‘왜 이렇게 못 뛰어? 왜 이렇게 몸이 무거워?’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물론 조별리그에서 로테이션 가동 여부도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외부적인 변수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경험을 해봤으니 말씀드릴 수 있다.
사실 1부리그도 에어컨이 설치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카타르 경기장에 에어컨이 들어온 게 3~4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남태희는 아마 에어컨 없는 그라운드를 경험했을 것이다.
솔직히 궁금한 게 있다. 카타르 오니 ‘오일 머니’가 새삼 느껴지는가?
에이 아니다. 1부리그와 2부리그는 상당히 다르다. 카타르에서는 알 사드와 알 두하일, 알 아라비, 그리고 알 라
이얀 정도가 명문 소리도 듣고 자금력도 상당하다. 물론 알 라이얀은 요새 성적이 좋지 않다. 이들은 외국인 선
수도 정말 이름값 있는 선수를 데려오고 연봉도 많이 준다.
그런데 2부리그는 많이 다르다. 물론 한국에 있을 때보다 연봉을 많이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메리트도 없으
면 이 더운 곳에서 어떻게 뛰겠는가. 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1부리그와 2부리그를 비교했을 때는 꽤
많이 차이가 난다. 그리고 나는 아직 월급을 한국 돈으로 환전을 해보지 못했다. 환전을 해봐야 좀 실감이 날 것
같다.
1부리그와 2부리그의 자금력 차이는 나를 보면 딱 알 것이다. 내가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병행하면
서 뛰고 있다. 카타르 1부리그에서 나와 같은 포지션인 선수가 한 명 있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인 하비 마르티
네스다. 돈 많으면 하비 마르티네스 쓰는 거고 돈 없으면 가솔현 쓰는 거다.
그래도 정말 ‘기름값’ 하나는 싸다. 카타르는 휘발유를 실버와 골드로 나눠서 판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반 휘발
유와 고급유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일반유 수준인 실버가 우리나라 고급유보다 옥탄가가 높다고 들었다. 품
질이 좋은 셈이다. 그런데 가격은 싸다. 실버가 리터당 4~500원 정도 하고 골드가 600원 정도 한다. 정말 저렴
하다.
대신 물가는 상당하다. 외식 물가도 비싸다. 얼마 전에 아내가 한국으로 잠시 들어갔다. 그런데 한국에서 뭘 자
꾸 계속 시켜먹는 것이다. 여기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느껴지니까 그렇게 쓸 수 있는 것이다. 여기는 스타벅스가
그렇게 비싼 카페가 아닐 정도니 말 다 했다.
명품도 그렇다. 카타르에는 명품샵이 제법 있다. 한국을 보면 ‘오픈런’ 한다고 줄 엄청 서 있고 그러지 않는가. 여
기는 그렇지 않다. 그냥 아무나 구경할 수 있다. 제품도 막 쌓여있다. 나도 신기해서 한 번 구경해봤다. 그런데 가
격은 같은 제품이어도 한국보다 여기가 몇백만원 정도 더 비싸다.
(중략)
안양 후배(?) 조규성이 이번 월드컵에서 대스타가 됐다.
하나 일화가 있다. 대표팀이 카타르에 온 이후 하루 자유시간이 있었다. 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
때 대표 선수 몇 명과 함께 양갈비를 먹으러 갔다. 송범근과 이재성이 나왔고 조현우가 윤종규와 오현규를 데리고
나왔고 권경원이 조규성과 친해서 또 데리고 나왔다.
조규성과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는데 나는 조규성을 알고 있었다. 내가 전남에서 뛸 때 조규성은 안양에 있었고
이후 전북현대로 이적하면서 워낙 유명한 공격수가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딱 그 정도였다. ‘규성이’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그래도 같이 차에 있으니 “규성아 안녕”이라고 인사 정도만 했다.
그런데 조규성이 갑자기 내게 “형. 저는 형 알아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형. 그 때 저 볼보이였어요. 저 형
골 넣는 것도 많이 봤어요”라고 말했다 (가솔현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FC안양에서 뛰면서 팀의 창단 첫 골과
K리그 2부리그 사상 첫 골을 넣은 주인공이다. 조규성은 2014~2015년 안양의 유스 소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