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18회
- 철문협(鐵門峽) 전투(戰鬪) (하편) -
협곡(峽谷) 입구(入口)까지 군사(軍士)를 퇴각(退却)시킨 뒤, 관우(關羽)가 말한다.
"주전(朱儁)의 군사들이 싸우기도 전에 겁을 집어먹는 걸 보니 장보(張寶)의 요술(妖術)을 무시(無視)할 수 만은 없겠는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꼭 우리가 표적(標的)이 된 기분입니다." 장비(張飛)도 이제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말한다.
"아니다. 저건 요술(妖術)이 아니야." 유비가(劉備)가 이렇게 말하자.
관우(關羽와) 장비(張飛)는,
"예에?" 하며 놀란 모습을 보이며 유비(劉備)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유비(劉備)는 손을 들어 협곡(峽谷)의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협곡에는 항상(恒常) 구름과 안개가 서려있소. 이것은 협곡의 지형(地形)보다 반대편(反對便)의 지형이 현저(顯著)하게 낮은 것 때문인데, 그로 인해 아래쪽 기류(氣流)가 거센 바람이 되어 철문협(鐵門峽)의 좁은 틈새로 몰려드는 것이 틀림없소. 장보(張寶)는 이런 자연현상(自然現象)을 마치 자신이 요술을 부리는 양 이용(利用)하고 있는 것이오."
"오호, 제법(諸法) 머리를 쓴 거로군요." 관우(關羽)가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걸 병사들에게 말해줘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장비(張飛)는 병사들이 방금 전에 겁을 집어먹고 꼼짝도 하지 않았던 일이 생각나서 말했다.
"협곡(峽谷) 위에 절벽(絕壁) 위로 올라갈 수는 없을까? 올라갈 수만 있다면 적(敵)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공격을 할 수 있을 텐데..." 유비(劉備)가 협곡 입구의 절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장비(張飛)는 무릎을 <탁>치며,
"적(敵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공격(攻擊)이라, 그것참 좋은 생각이오. 그렇다면 고민(苦悶)할 필요(必要) 없이 저 절벽(絕壁)을 타고 기어오르면 되지 않겠소?"
"하지만 저 가파른 절벽을 어떻게 오른단 말인가?"
"형님, 오를 수 있는 길이면 기습(奇襲)이 안됩니다. 아무나 오를 수 없는 길을 올라야 방심(放心)하고 있는 적(敵)들을 기습해서 칠 수 있죠."
"장비(張飛), 자네도 가끔 신통(神通)한 소리를 할 때가 있구나." 관우(關羽)가 빙긋이 미소(微笑) 지으며 말했다.
"가끔이라뇨, 거 섭섭한 소리 말아요." 장비는 관우를 보며 웃었다.
"좋아, 그렇다면 한 번 해보자."
장비(張飛)는 날렵한 군사들을 동원(動員)하여 밧줄을 짊어지고 절벽(絕壁)을 기어오르도록 시키고, 관우(關羽)는 군사(軍士)를 시켜 굵은 밧줄을 한 자 간격(間隔)으로 촘촘히 그물처럼 엮도록 시켰다.
이윽고 절벽 위에 올라간 병사(兵士)들에 의해 위에서 밧줄이 내려지고, 그 밧줄에는 두 장(丈) 길이로 촘촘히 엮인 그물이 끌어 올려져서 절벽(絕壁) 위에 덮혀졌다.
그물을 타고 절벽을 오르기는 맨몸으로 절벽을 기어 오르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칼과 창 등의 무기는 별도의 밧줄에 묶여 따로 올라갔다.
유비(劉備)와 장비(張飛)도 의용군(義勇軍) 오백 명과 함께 그물을 타고 절벽 위로 올랐다.
"어떻소 형님, 이렇게 하니까 어렵지 않게 절벽(絕壁)을 오르지 않았소?"
"그래, 자네의 생각이 참으로 훌륭하구먼." 유비(劉備)의 칭찬(稱讚)에 장비(張飛)는 소년(少年)처럼 기뻐했다.
"그럼, 이제 조그맣게 불을 피우도록 하게"
"기껏 놈들의 뒤쪽으로 왔는데 뭘 하시려고요?"
"불을 피우면 알게 될 걸세."
이윽고 조그만 불이 피워지자 유비(劉備)는 나뭇가지를 꺾어 두 손으로 받들 듯이 들고 불앞에 다가가서 의식(儀式)을 치르 듯, 나뭇가지를 둥그렇게 여러번 휘저으며 불 앞에서 경건(敬虔)하게 배례(拜禮)를 하는 것이 아닌가?
병사(兵士) 모두가 유비(劉備)의 의문(疑問)의 행동(行動)을 보고 시선(視線)을 떼지 못했다.
이윽고 유비(劉備)가 군사(軍士)들을 향(向)하여 돌아서며 말했다.
"모두들 잘 보았나? 이건 귀신(鬼神)을 내쫓는 기도(祈禱)였다. 이것으로 장보(張飛)의 요술(妖術)은 사라졌다. 봐라, 철문협(鐵門峽)에서 본 하늘은 흐렸지만 여기 하늘은 맑지 않으냐? 모두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싸우자!"
유비(劉備)의 이상(異常)스러운 행동에 의문을 가졌던 장비(張飛)는 그제서야,
(역시 형님은 위대(偉大)한 인물(人物)이야! 군사(軍士)들의 공포심(恐怖心)을 씻어주려고 그랬구먼...?)
공격 개시(攻擊開始) 신호(信號)는 절벽(絕壁) 위에서 커다란 천을 한 장 던지는 것으로 시작(始作)되었다.
계곡(溪谷) 아래 남아 있던 군사(軍士)를 이끌던 관우(關羽)는 약속(約束)대로 소수(少數)의 군사만을 데리고 철문협 계곡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 시작(始作)하라!" 관우(關羽)가 명령(命令)하자 무기(武器)도 들지 않고 징과 꽹과리, 피리와 북, 나팔 등을 가진 선봉(先鋒)에 선 병사들이 일제(一齊)히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징 징~ 쾡 쾡~ 둥 둥~삐리리~"... 철문협(鐵門峽) 계곡(溪谷)이 떠나가라 시끄러운 소리가 협곡(峽谷)을 가득 메웠다. 그러자 계곡 위에 적(敵)들의 시선(視線)은 온통 아래로 쏠려있었다. 이런 절호(絶好)의 기회(機會)를 놓치지 않고 유비(劉備)와 장비(張飛)는 적(敵)들의 뒤로 돌아가 공격(攻擊)하기 시작(始作)하였다.
공격은 대성공(大成功)이었다. 절벽(絕壁) 위에 있던 수천(數千)의 적(敵)들은 불시(不時)의 공격(攻擊)을 받고 협곡(峽谷)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화살을 맞은 자, 발을 헛디딘 자를 비롯하여, 퇴로(退路)가 차단(遮斷)된 적(敵)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절벽(絕壁) 위의 적(敵)들을 처치(處置)한 유비군(劉備軍)은 산상(山上)에 만들어진 적들의 본거지(本據地)로 향했다.
적의 본거지는 목책(木柵)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한편, 장보(張寶)는 본진(本陣)에 있다가 정찰병(偵察兵)의 급보(急報)를 받았다.
"대체(大體) 무슨 일인데 협곡(峽谷) 아래가 이리도 시끄러우냐?"
"갑자기 계곡(溪谷) 뒤쪽에서 적(敵)들의 공격(攻擊)이 있었습니다."
"뭐라고? 적들이 어떻게 가파른 계곡 뒤에서 나타났다는 말이냐?"
"그것은 저희도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뭐라고? 어서 말을 끌고 와라!"
장보(張寶)는 황급(遑汲)히 말을 타고 목책(木柵을 빠져나와 철문협(鐵門峽) 방향(方向)으로 향했다.
그 순간(瞬間), 일발(一發)의 화살이 허공(虛空)을 가르고 목책(木柵) 정면(正面)으로 나오던 장보(張寶)의 목덜미 사정(事情)없이 관통(貫通)했다.
"황건적(黃巾賊) 두목(頭目) 장보(張寶)가 쓰러졌다"
"나, 유비(劉備)가 장각(張角)의 동생 지공 장군(地公 將軍) 장보(張寶)를 처단(處斷)하였다!" 유비가 큰소리로 외치자 5백 명에 이르는 유비군(劉備軍)은 함성(喊聲)을 올리며 적의 목책(木柵)을 향하여 달려갔다.
"지공 장군(地公將軍)이 적(敵)의 화살에 절명(絕命)했다...." 순식간(瞬息間)에 적(敵)들에게는 장보(張寶)의 죽음이 알려졌다.
"뭐라고? 지공 장군(地公將軍)이 당(當)했다고?"
"그렇다면 이제는 틀린 것이 아닌가?"
"어서 도망(逃亡)가자...!" 적(敵)들은 일대(一隊) 혼란(混亂)에 빠져버렸다.
그러자 장비(張飛)는,
"그렇게는 안된다! 네놈들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苦生)을 했는데...!" 장비(張飛)의 장팔사모(丈八蛇矛)는 바람개비처럼 그의 손에서 번쩍였다. 그럴 때마다 장비(張飛)의 앞에 있는 적(敵)들은 풀처럼 쓰러졌다.
산(山)은 적(敵)들의 아우성으로 울부짖었고, 적의 군막(軍幕)에 붙은 불은 산(山)으로까지 번져 밤낮없이 타올랐다.
적(敵)의 잔당(殘黨)은 산 아래로 도망(逃亡)을 치다가 협곡(峽谷)을 통과(通過)한 관우(關羽)가 이끄는 군사(軍士)들에 의해 모두 전멸(全滅)하다시피 해버렸다.
이렇게 장보(張寶)가 이끌었던 수만(數萬) 명(名)의 황건적(黃巾賊)들은 유비(劉備)가 지휘(指揮)하는 보잘것없는 숫자의 의용군(義勇軍)에 의해 철저(徹底)하게 섬멸(殲滅)된 것이었다.
삼국지 - 19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