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초대권으로 뮤지컬 <우리 동네> 보고 왔어요.^^
사실 전 이번이 두번째 관람이랍니다. ㅎㅎ
그래서 첫 관람 때 썼던 리뷰와 두번째 본 느낌을 종합해서 써볼까 해요.
음음.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글이 좀 길어질 것 같네요. 인내심이 필요하실지도;;
<우리 동네>...
밋밋하구 식상한 제목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별로 끌리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정말 의외의 수확이었던 작품입니다.^^
공연시간은 긴편이예요. 인터미션도 있구요.
하지만 전 별루 지루하단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5분간의 휴식시간이 지루했지요.
1부는 평화로운 일상, 사랑,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밝고 아기자기해요.
2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묵직하고, 좀더 철학적입니다. 울었다지요.^^;
2부에 이 뮤지컬의 모든 주제가 집약되어 있어요.
어떤 분들은 2부가 1부와는 달리 진지하고 무거워 별로라고도 하셨지만
전 2부가 없었다면 이 뮤지컬의 존재의 의미, 이야기의 큰 힘이 사라졌을 거라 생각해요.
위에서도 말했듯 1부는 주로 '일상'으로 채워져 있는데요.
사실 다른 분들 후기를 통해 그 사실을 알고 갔기에 처음엔 좀 의구심이 들었어요.
뮤지컬하면 무언가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일상을 담는다면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란 걱정이 들었죠.
그런데 공연을 보며 연출가의 재기에 감탄했습니다.
평범한 일상도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무대 위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아이들 등교시키랴 남편 뒷바라지 하랴 바쁜 엄마의 아침,
성가대를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길 아줌마들의 끝없는 수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소녀의 풋사랑 등등
평범한 일상 속의 따뜻함, 여유로움, 설레임...
평범하고, 때론 식상하기도 하기 까지 했던 일상들도
시간이 흐르면 황금 테두리를 두른 추억이 되듯
무대 위에서 재연되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일상들도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은게 없었어요.
어느 노래 가사가 자꾸 생각나더라구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그리고 2부에서는 예기치 않은 죽음을 통해
그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에 대해 말하죠.
예전에 봤던 영화 중에도 비슷한 주제를 담은 영화가 있었거든요.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어떤 사람이 말하더군요.
아침 출근할 때 발목을 간지럽히던 풀 한 포기가 그렇게 소중한것인지 몰랐다구요.
그땐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의 그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며 살았다구요.
다시 생을 살 기회를 준다면 하루를 선물처럼 생각할꺼라구...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그렇잖아요?
정말 힘들고 괴로울 때면 아무일도 없는 평범한 하루가 아쉽고,
평소엔 눈 여겨 보지 않던 사소한 것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법이죠.
그러고 보니 영화 <트로이>에도
이 뮤지컬의 메시지와 비슷한 대사가 나왔던 것 같아요
인간은 죽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마지막 순간을 살기에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일상의 소중함, 산다는 것의 의미,
덧없고 서글프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인생...
그런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었어요.
오늘도 제게 주어진 24시간을, 가족을, 친구를,
내게 보내준 선물로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고등학생이 된 상우와 선영이가
오해로 갈등하다가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는 부분...
그 부분에서 좀 루즈해지는 감이 있더라구요.
연출의 '연'자도 모르는 무식한 저의 개인적 생각이지만^^;
그 부분을 그렇게 길게 배정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아요.
그부분은 짧게 끝내고, 결혼 후의 이야기를 조금 담았어도 좋았을 것 같단 생각도....
결혼만 하고 갑자기 훌쩍 뛰어넘어 죽음으로 가는것이 뭔가 허전한 느낌도 살짝 들었거든요.
아, 그리고 인터미션 때문에 맥이 끊긴다는 분도 계시던데
결혼 이후 바로 죽음 테마로 넘어가기 때문에
그 사이에 인터미션이 없음 너무 급전환이라 더 이상했을 것 같단 생각이...뭐, 저만의 생각입니다.^^;
외국 작품이 원작이라던데 그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한국적으로 잘 각색하셨단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주된 시대적 배경은 80년대였지만
전혀 시대의 갭이 느껴지지 않는...정말 우리집 이야기같은 느낌...
해설자(무대감독) 역할 맡으신 분 말씀처럼
옛날이든 지금이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은 거겠죠.^^
한편으론 80년대를 지나 90년대로 갈수록 시골동네가 점점 도시화 되면서
쓸쓸한 느낌도 들었어요. 정겹던 80년대에 대한 향수랄까..^^;
뭣보다 캐스팅을 참 잘했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배우들의 외모나 목소리가 캐릭터에 딱딱 들어맞더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배역은 선영이 아버님(권우경씨)....
목소리가 어찌나 중후하고 좋으신지 ㅎㅎㅎ
선영이 어머님(김태리씨)도 좋았어요.
정말 우리 엄마, 이웃집 아줌마를 생각나게 하는 정겨운 모습...
아, 글구 지씨 아저씨(윤진호씨)만 나오면 심각한 부분에서도 왜케 웃긴지 ㅎㅎㅎ
특히 숙자엄마(오지숙씨)를 볼 때마다 인상 쓰시는 모습 넘 재밌었어요ㅋㅋ
(그 장면이 왜 웃긴지는 뮤지컬을 보신 분만 알 거예요 ㅋㅋ^^)
내내 지씨 아저씨의 신경전을 벌이시던 숙자엄마(오지숙씨)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셨지요.^^
선영&상우 결혼식 때 어찌나 수다스러우신지ㅎㅎㅎ
두번째 관람, 결혼식 때 숙자 엄마가 제 친구 바로 앞좌석에 앉으셨거든요.^^
뒤돌아 보시고는 제 손을 치면서 말도 걸어주시고 ㅋㅋㅋㅋ
숙자 엄마 옆에 앉아 계셨던 남성관객분이 정말 압권이었어요.
다른 관객들은 배우가 옆에 딱 달라붙어서 아는 체 하면 당황하거나 민망해 했을 텐데
그 분은 재밌게도 숙자엄마와 같이 얘기 나누듯이 연기를 하시는 거예요.
덕분에 관객들 더 크게 웃었지요.^^
첫관람 때는 2층에 앉아서 몰랐는데 앞 좌석에 앉으니 이런 즐거움이 있더군요...^^
상우 어머님(송지선씨)은 성악을 전공하셨는지 노래는 정말 잘 하셨는데
연기는 쪼금 어색하단 느낌도 쫌 들었어요.^^;
긴장을 많이 하신건지 표정이나 동작이 굳은 느낌이랄까..
상우(이동준씨)는 정말 야구선수답게 떡대가 좋더라구요.ㅎㅎ
큰 덩치를 하고는 연신 어리숙하고 순수한 미소 ^^ 정말 딱 상우였습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이었던 선영이...
제가 이 공연을 두번 관람 했다고 했지요?
다른 배우들은 모두 동일 했는데 선영이만 배우가 달랐습니다.
처음 접한 선영이(조헌정씨)는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모습이
정말 청순하고 단정한 문학소녀같았답니다.^^
목소리가 정말 너무 곱고 이쁘시더라구요.
프리뷰라서 그런지 2부에는 몇번 삑사리가 나긴 했지만..^^;;
실력을 잘 다듬으셔서 다른 작품에서도 꾸준히 만났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조정은씨도 롬앤쥴에서 처음 보고 목소리에 반해 기억해 놨었는데
젊베슬, 미녀와야수 등에서 다시 만나 넘 반가웠거든요.
이분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만났음 좋으련만...^^
두번째로 접한 선영이(이름 모르겠음;;)는 단발머리였어요. 체구도 정말 작으시고...
교복도 첫번째 선영이의 깔끔한 디자인과 다르게 분홍색 리본이 달린 교복..^^;
아마도 단정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첫번째 선영이와 차별화 하여
귀여운 이미지를 주려고 한 것 아닐까 싶은데
솔직히 전 이 분 좀 별로였어요. (어디까지나 개인적 느낌입니다.^^;)
목소리톤도 좀 낮은 것 같고 음색 자체도 별로 끌리지를 않더라구요.
무엇보다 맘에 안 들었던 건 감정이입 안 되는 그 표정.....
우는 표정인건지 웃는 표정인건지..아님 화난 건지 구분 안 되는 그 표정.....
첫 관람 때는 선영이에게 너무 감정이입 되서 많이 울었었는데
이번엔 전혀 감정이입 안 되더군요. 저만 그런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첫 관람때는 주변에서 훌쩍 거리는 소리도 많이 들렸는데 이번엔 별로 그렇지도 않았거든요.
글쎄요. 처음으로 접한 선영이가 제 마음 속에 너무 강하게 각인 되어서
두번째 선영이를 못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전 두번째 관람 내내 첫번째 선영이가 너무 그리웠어요.^^;;
어떤 배우를 통해 보느냐가 감상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지요.
그외에 여러 감초배우들이 있었지만 배우 얘기는 여기까지..ㅎㅎㅎ
마지막으로, 이 공연 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실 '떡 게임',,ㅎㅎㅎ
공연 시작할 때 분위기 띄우기용으로 하는 게임인데요. 성공한 분들에게 OST를 준답니다. ^^
첫번째 관람 때 전 2층이라서 게임 참여를 못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꼭 OST를 타고 말리라 정말 벼르고 별러서 갔지요ㅎㅎ 연습도 지대루 하고 <;;;
근데 웬걸;; 그새 게임의 난이도가 쬐금 높아진 거예요.쿨럭;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덕분에 실수해서 무대감독님께 답답하다고 타박 듣고 ㅠㅠㅠ
(진짜 타박이 아니라 장난 섞인 타박이란건 말 안 해도 아시죠?ㅎㅎ)
그래도 질 쏘냐~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졸라서 성공했지요 ㅋㅋㅋ
지금 OST 듣고 있는데 너무 좋아요. 잇힝!!
덧. 아. 글구 공연장 시설이 그닥 좋은 편이 아니라
좌석에 따라 감상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두번째 관람 때는 1층 두번째 줄이라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첫번째 관람 때는 2층 맨 뒷줄에서 봤는데
앞좌석과의 높이 차이가 얼마 안 나서(정말 심하게 안 났음;;) 내내 서서 봤답니다.ㅠㅠㅠ
게다가 스탭들 진행도 너무 미숙하고.....
공연은 좋은데 관람환경이 점수를 많이 깍아먹는거 같아요.^^;
첫댓글 정말 식지 않는 글이당..ㅋㅋ
팔팔 끓고 있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