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나물에 꽂혀서 나물도감 사서, 이것저것 나물 해 먹다가
여름 되니 여기저기 쏙쏙 얼굴 내미는 꽃을 보며, 꽃차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꽃차에 관한 책을 사서 읽고, 또 읽고....
그런데 아직도....휴,
사진 속 나물과 꽃을 봐도 이건가 저건가, 잘 구분이 안 돼요.
지난 해, 산모퉁이에 놀러오신 학부모님 한 분이
"선생님, 이렇게 굵은 고들빼기가 많은데 왜 안 드셨어요? 이거 약이에요."
그러면서 고들빼기를 생으로 즉석에서 무쳐주셨지요.
와, 맛있는 고들빼기 무침.
그 후,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고들빼기가 안 보여요. 제 눈에는...
책을 들여다 봐도 잘 모르겠는 고들빼기(왕고들빼기는 확실히 알지만)
저는 아마도 식물 부진아인가 봐요.
나머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시켜줄 선생님이 옆에 안 계시니....
언제쯤, 부진아 신세를 벗어나, 모범생이 될 수 있으려나....
그렇게 잘 몰라도 이 더운 여름에 열심히 꽃차를 만들었답니다.
금불초꽃차 칡꽃차 달맞이꽃차
생강나무꽃차 달개비꽃차 더덕꽃차
달개비꽃차와 더덕꽃이 너무 적어
오늘 또 더덕꽃과 달개비꽃을 땄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꽃을 땄습니다.
아침이슬 머금은 예쁜 꽃을 땄습니다.
이 더운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만드는 꽃차....
한 송이, 한 송이 경건한 마음으로 꽃을 따며,
장마철 눅눅한 공기 속에 곰팡이 필까, 꽃잎이라도 다칠까 애지중지 다뤘더니
꽃도 그 마음 알고, 잘 말라주었네요.
문득, 꽃이 이럴진대 사람 대하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나이 들면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생각도 많아지나 봅니다. ㅋㅋ
첫댓글 달개비꽃도 차로 마실 수 있어요? 오 신기하네요
달개비가 몸에 좋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저도 책에서 보고 시도해 보았어요. 근데 맛 괜찮네요.
선생님처럼 꽃차를 만들어보려고 뒷산에 올라 칡꽃을 따다가 산모기에 물려 여기저기 가렵네요. 꽃차 만들기 너무 힘들어요. 말리는 과정도 힘들고 ---- 근데 다 말린 건 어떻게 차로 만들어 마시나요?
모든 꽃차(허브차)는 찻잔에 85~90도(팔팔 끓지 않는 물)의 물을 붓고, 적당량 넣어 우려 마시면 됩니다. 차가 우러나는 모습을 보아서 좋고, 향기도 맡고, 꿀꺽꿀꺽 마시지 말고, 입안에서 잠시 머물게 하여 꽃차 특유의 맛을 음미하면 됩니다. 혼자 마셔도 좋고 벗과 함께 마셔도 좋습니다. 좀 예외적으로, 커피 마시듯 마셔도 됩니다.
저희는 일부러 그네 위에 칡덩쿨을 올려 따기가 쉬웠답니다. 원래 칡꽃은 따는 것부터 무척 힘들어요. 그래도 잘 만드셨겠죠?
꽃차 만드는 법과 우려서 마시는 방법 확실히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벌개미취꽃도 꽃차로 만들어도 되나요?
벌개미취도 됩니다! 구절초, 쑥부쟁이, 백일홍도 되구요!
꽃차를 다양하게 만드셨는데, 식물부진아라니요! ㅋㅋ
이 정도 되면 식물학 박사가 부러울 거 없습니다. 좋아서 즐기는게 가장 좋지요~~
사람은 참 벨벨 걸 다 멍는다.
그렇죠? 그냥 봐도 좋을 꽃들을 왜 먹는지..,
어머나, 어쩜! 보기만 해도 꽃물 스미네요. 보기만 해도 멋스러워서 한번 뵙도 못한 안선모 선생님께 홈박 빠져부렀습니다.
쌤과의 전화통화, 정말 반가웠습니다. 9월에 꼭 뵈었음 좋겠네요.
두 사람이 만나면 밤을 새워도 할 말 다 못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