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북알프스를 다시 찾았습니다. 지난 가을 카미코지 숲길의 달달한 계수나무 솜사탕내와 아즈사와 강의 물소리가 그립더군요. 홀로 우뚝 솟아 별빛에 반짝이던 야리가다케(일본에서 다섯번째 높은 산),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가보지 못했던 가타호다카와 오쿠호다카(일본에서 세번째로 높은 산, 일본 북알프스 최고봉) 칼능선길도 궁금했습니다. 일본 북알프스'는 동계올림픽으로 유명한 나가노현 히다산맥(飛?山脈)의 3000미터급 높이의 야리가타케, 오쿠호다케((奧穗高岳, 3190m), 다테야마(立山, 3015m) 등으로 구성된 산무리(山群)를 말합니다. 주변의 카미코지와 함께 일본 중부산악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웨스턴'이라는 영국인 선교사가 히다산맥을 등반한 후 그 풍광이 유럽의 알프스와 닮았다고 극찬하면서 유명세를 탔다는 군요. 지난해 같은 10월에 일본 북알프스 야리가다케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일본을 상징하는 산은 후지산이지요. 후지산은 일본의 최고봉(3776m)으로 눈 덮인 정상 모습은 일본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일본의 정신이라고도 불리지요. 2008년 이후 매년 30만 명 이상의 일본인과 관광객이 후지산을 오릅니다. 덕분에 2013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거기에 이번에는 호다카 산맥의 칼날같은 능선길이 더해졌습니다. 미나미다케와 기타호다카, 그리고 야리사와다케, 일본에서 세번째로 높은 산이며 북알프스 최고봉 오쿠호다케, 마지막으로 마에호다카까지 3000m 높이의 다섯 봉우리를 연결하여 다녀왔습니다. 깍아지른 듯 펼쳐진 능선길, 하늘과 맞닿아 손에 잡힐 것 같은 구름, 찬란한 아침태양과 뜨겁다가도 밤이면 몰아치는 찬바람과 아침서리 자연 그대로의 거대한 산무리 앞에서 사람은 그저 작은 점이었습니다. 총 7박 8일을 일본 북알프스 들머리인 카미코지와 북알프스 능선에서 머물며 차근차근 북알프스 능선길을 밟았습니다. 많은 이들을 만나고 즐거웠습니다. 김포공항에서 2시간을 날아 나고야 츄부 국제공항에 내렸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아침 8시 20분 비행기를 타셔야 저녁 해지기 전에 일본 북알프스 들머리 카미코지에 도착합니다. 들머리까지 교통비가 많이 듭니다. 나고야에서 전철로 나고야역까지 이동후(850엔) 1> 마츠모토라는 도시를 거쳐(기차 약 5500엔) 신시마시마를 들러 카미코지로 가는 방법(버스요금 약2,500엔)이 있구요. 2> 다카야마라는 도시를 거쳐(버스요금 2,500엔) 히라유 온천(1,500엔)버스요금 을 들러 카미코지(1,100엔)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카야마를 거쳐 히라유를 지나 카미코지로 들어가는 경우 비행기 도착 시간때문에 당일로는 빠듯합니다. 따라서 시간이 넉넉치 못하면 들어갈 때는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마츠모토를 거쳐 가되, 나올때 다카야마를 거쳐 나오면 됩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당근 다카야마를 거쳐 첫날 히라유 온천 국립 캠핑장에서 1박을 하고 천천히 쉰 후 다음날 아침 카미코지로 들어가도 됩니다. 히라유 온천 부근에 있는 히라유국립캠핑장은 아래 소개할 예정이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가격도 1박에 700엔이구요. 거리는 히라유 터미널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에 있습니다. 히라유 온천은 정통온천입니다만 가격이 500엔 밖에 안합니다. 뚜벅이 등산객이나 백패커들에게는 참 좋은 곳입니다. 저는 개인적 사정으로 마츠모토를 거쳐 카미코지로 들어갔습니다. 신시마시마에 잠깐 내리면 역 앞 노점에서 과일을 맛보세요. 나가노현 사과가 정말 맛있습니다. 나고야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 마츠모토에 도착 후 바로 전철로 신시마시마까지 50여분, 그리고 약 1시간을 달려 카미코지에 들어갑니다. 첫날은 카미코지에서 가장 가까운 코나시다이라 캠핑장에서 머물렀습니다. 작년에도 호다카 연봉을 배경으로 아즈사와 강 물소리를 들으며 달게 잤습니다. 캠핑장이 깨끗하고 넓습니다. 주변 식당에서 삼겹살부터 각종 식재료도 팝니다. 굳이 한국에서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다음날 코나시다이라 캠핑장에서 출발하여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해발 2000미터 이전까지는 설악산 수렴동의 풍경과 비슷합니다. 다만, 산세가 더 깊고 원시적인 느낌이죠. 코나시다이라 캠핑장을 시작으로 카미코지에는 약 2km마다 묘진((明神)산장, 도쿠사와(德?)산장, 요오코(橫尾) 산장이 있다. 산장마다 주변에 캠핑장이 있습니다. 작년 10월에 왔을 때는 14명이 사망했는데, 올해는 벌써 18명이 등반사고로 사망했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본의 산행문화는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는 시스템입니다. 기상상황에 따라 강력하게 입산통제를 실시하는 우리의 국립공원과 달리 일본에서는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입산통제가 없다고 하네요. 우리 국립공원은 정해진 대피소 숙박 외에 비박(Biwak, 침낭이나 지형지물만을 활용하여 하룻밤을 지새는 것)과 야영을 철저하게 금지하죠.
요코산장에서 하루를 자고 천천히 야리가다케로 올랐습니다. 비가 쏟아지던 작년과 달리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야리가다케 능선에 올라 텐트를 치고 다음날 야리가다케 정상등반을 기다립니다. 바랍이 거셉니다. 밤새 서리가 내리고 날씨가 안좋아 졌습니다. 일부 등산객들은 아침에 안개로 둘러싸이고 서리가 내려 미끄러운 야리가다케 정상등반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이 오전 9시가 지나며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맑아집니다. 덕분에 야리가다케 정상에 올라 북알프스를 조망합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기타호다카로 넘어가는 능선은 미나미다케 전까지는 평온하다가 이내 급경사로 바뀝니다. 미나미다케 산장부터 다이키렛토라 하여 칼능이 시작되는데 두손 두발을 다 사용하면 기어 가야 합니다. 가급적 배낭을 가볍게 하고 산행 간격을 유지해야 낙석등 불의의 사고로 부터 안전합니다. 일반적인 체력을 지닌 등산가라면 못지나갈 정도는 아닙니다만, 위험하니 준비는 잘하는게 좋겠습니다. 다만, 험한만큼 일본 알프스 호다카산맥의 정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깍아지른듯 솟구친 봉우리와 칼능, 그 사이로 펼쳐진 시원한 조망망때문에 3000미터 고산의 야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기타호다카 정상에서 15분쯤 가면 기타호다카 캠핑장이 있습니다. 산장으로 부터 20분쯤 떨어져 있기 때문에 미리 물과 음식을 준비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기타호다카를 넘어 산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미나미다케에서 기타호다카까지 일본북알프스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다이키렛토를 넘었다 좋아 했습니다만 오쿠호다카까지 능선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最低コル이라 고 불리는 봉우리 사이 움푹 들어간 능선이 지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기타호다카 산장 직원이 오쿠호다카까지 루트가 어떻냐는 내 질문에 "다이키렛토도 레베루가 오나지 데스"라고 답했을 때 무시했더니 그 친구 말이 맞습니다. 게다가 눈이 얼어 있어 너무 미끄러웠습니다. 그만큼 절경이 보상을 합니다만. 무서웠습니다.
가라사와다케를 지나 오쿠호다케 산장까지 왔습니다. 작년에도 느꼈습니다만, 일본의 산장문화는 참 독특합니다. 작년에 날씨 때문에 불가피하게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저렴한 비용의 우리나와 달리 일본의 산장은 비싸고 고급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룻밤 자고 2끼를 먹는데 우리돈으로 약 10만원이 듭니다. 이불도 포근하고 화장실도 산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만큼 깨끗합니다. 식사도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산장이용의 핵심은 교류입니다. 사실 해가 지면 산행을 중단하는 일본 산행문화때문에 산장에 머무르는 시간은 의외로 깁니다. 때문에 저녁이면 산장 응접실이나 식당에 모여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 하고 산행정보를 나눕니다. 단체로 움직이면 모르겠습니다만 저처럼 혼자 움직일때면 다양한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비용이 부담되어 저는 올해는 모두 능선종주 내내 텐트에서 잠을 자고 음식을 해먹었습니다. 숙박객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는 별도로 캠핑족이나 일반 등산객에게 판매하지 않습니다. 대신 간단한 스낵이나 카레라이스등을 팝니다. 매일 간단한 음식으로 때우다가 900엔을 주고 카레라이스를 사먹었습니다. 맛있습니다. 밥심으로 일본북알프스 최고봉 오쿠호다카에 오릅니다.여기서 호다카 연봉이 시작되는 마에호다카까지는 금방입니다. 암릉미가 정말 말도 못합니다. 마에호다카를 거쳐 카미코지로 하산합니다. 3박 4일의 긴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카미코지에서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제게 주는 상입니다.ㅋㅋ 저녁식사 도중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앤리코라는 이름의 이친구는 자신이 바스크 출신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이 아닌 바스크라고 콕 찝어 강조합니다. 바스크는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지방인데 약 250만명의 바스크인들이 이곳에서 자신들 고유의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 정권 대항하여 인민전선이 저항했던 스페인 내전 시절,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하는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방은 인민전선의 세력권에 있었는데, 바스크 지방에 대해 독일의 지원을 받아 프랑코 정권이 이들에 대해 대학살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게르니카 학살입니다. 피카소가 그 처참함을 화폭에 담은 '게르니카의 학살'이 유명하지요. 저도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카탈루냐의 독립요구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바스크에 대해서는 무지했는데 앤리코에게 스페인 안에서도 다양한 민족적 정체성이나 정치적 입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스페인에서는 프로축구에서 이런 정체성이 나타나는데, 카탈루냐가 FC바르셀로나라면 이친구들은 아틀렌틱 비발오를 자신들과 동일시 하더군요. 앤리코는 네팔에서부터 키르키스탄등 중앙아시아를 거쳐 자전거로 세계여행중이랍니다. 다음 행선지는 태국이라네요. 여동생이 한국에 있답니다. 잠깐 사이 제가 그친구에게 소금을 빌리고 츄러스맛 아몬드를 답례로 건네며 친해졌습니다. 다음날 카미코지에 비가 내렸습니다.이 비가 지나고 나면 이곳 나가노에도 겨울이 오겠지요. 고산지대에서 일주일 이상 장기 여행을 하다 보니 계절의 변화를 가 섬세하게 느껴집니다. 바람이 머금은 물기와 땅의 축축함, 그리고 찬기운을 밀어내기에 힘이 부치는 햇살의 안타까움 대해서도 민감하게 느껴지네요. 비내리는 김에 하루 푹 쉬고 정비하기로 합니다. 카미코지를 둘러보고 근처 알펜호텔 온천을 다녀오기로 맘먹습니다. 뚜벅이 백패커 주제에 무슨 호텔온천이냐고 의아해 하실 겁니다. 스위스 계열 알펜 호텔은 조그만 관광호텔인데, 온천요금이 600엔 밖에 안합니다. 게다가 숙박손님에 못지 않게 온천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좋습니다. 작년에도 흙묻은 등산화로 호텔 로비에 들어가는게 망설여 졌는데 슬리퍼를 내주고 젖은 옷을 말릴 수 있는 건조실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아침 아침 10시에서 12시 사이에는 청소시간이라 호텔 로비에서 무료 와이파이 하며 오랜만에 문명생활하며 사치를 누렸습니다. 로비에 200엔~300엔 짜리 무료 커피나 음료도 구비되어 있어 눈치 보일 것 없습니다. 다음날 호다카 마지막 봉우리 니시호다카를 오릅니다. 그런데 날씨가 많이 좋지 않습니다. 밤새 눈이 내리렸습니다. 텐트 안에 14시간을 꼼짝없이 갖혀 있었네요. 덕분에 책도 보고 지도랑 이야기도 나누며 재미있었습니다. 아쉽지만 니시호다카는 내년을 기약해야 하나 봅니다. 옆텐트 일본 친구가 그러기를 니시호다카 캠프는 올시즌 오픈을 한다고 합니다. 겨울 설산산행으로 유명하다네요~ 겨울에 한번 장비를 갖추고 와봐야 겠습니다. 카미코지를 떠납니다. 아쉽지만....달달한 계수나무 솜사탕내, 눈부신 햇살과 촉촉히 젖은 숲길이 그리울 겁니다. 나고야로 가는 길에 히라유 온천마을에 들렀습니다. 카미코지에서 40여분 남짓 떨어진 히라유는 온천으로 유명한 작은 시골 마을 입니다. 국립 히라유캠핑장에서 하루를 머물렀습니다. 캠핑장이 너무 좋습니다. 1박에 700엔 입니다. 근처 온천에서 유황온천을 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개운해 집니다. 나고야 츄부공항에 가실 때 꼭 스카이 전망대에 들러보세요. 이세만이라고 바다근처에 세워진 나고야 츄부국제공항의 명소입니다. 항공기 이착륙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공항 내부가 답답한데 마음이 뻥뚤립니다. 좋은 날씨와 건강하게 속살을 보여준 일본 북알프스 산들 덕분에 즐거웠던 10일이었습니다. 언제나 산에 감사합니다. |
출처: 믹스앤매치 원문보기 글쓴이: 리오
첫댓글 제가 다녀온거 같은 기분이 드는 후기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죠^^
아 ~
글~ 그림~
보는 것 만으로도 감동입니다~!!
수고로움 끝에 자신에게
주는 상이란 말!!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기회되면 동행하고 싶습니다
예~ 같이 가시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기회됨 꼭 다녀오셔요~ 백패킹으로 가시면 비용도 저렴합니다^^
진정 베스트로 가야하실듯~ 덕분에 즐감합니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감동 그자체네요. 가볼 목록에 넣어 두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옙 꼭 한번 다녀가셔요^^
본문에 북알프스 조난 사고 건수가 작년 기준이네요~ 제가 오해했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17 01:1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17 08:32
후기 잘보고 갑니다. 비박시작해서 두번 다녀온 사람인지라 생생한 후기가 파노라마처럼 더 와닫네요, gooood~~~
아이구~ 선배님이시네요^^
@리오리오 헐~~아녀요. 장비구입해서 9월에 첨 시작했어요 ㅋ 선배는 아니옵니당~~
다시봐도 정말 멋지다...ㅎㅎ^^
그렇지요~ 사진으로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후기 대단합니다.
요즘 몸이 좋지 않아 산행도 못하고있는데
사진만 보고도 같이 다녀온것 같습니다.
안전산행 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자세한 후기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에 좋은 글귀 대단히 감사 합니다 일본 여행은 그냥 다녔는데 일본산행을 한번해봐야 겠습니다 ^^ 언제 기회가 되면 같이 8천고지산도 같이해보시죠^^
예~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저도 올해 같은코스로 두번이나 갔다 왔는데
설명을 잘 하시네요 ㅎㅎ
저는 얼마전 알펜루트쪽으로 또 다시 갔다 왔습니다..
눈 실컷 보고 왔지요..
가미코지 또 가고 싶네여..
동계는 갈 방법이 없지만요 ㅎ
저도 알펜루트 꼭 다녀오고 깊은데... 감사합니다^^
9월말에 가는데 참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