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몇가지...

[uklove]

안녕하세요..

노무사 준비를 시작한지 한달이 조금 넘었네요

직장생활한지는 근 3년 가까히 되가는데 그동안 내가 무얼 하면서 살았나 하는

한심함이 밀려옵니다.

어느덧 제 나이도 30살이되고 이제 내년부터는 서른살의 나이에 1살, 2살을 붙혀

나가야 하는 위치이지만 그래도 늦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다행이다 라는 생각으로 자위하면서 직장생활과 수험생활을 겸하고 있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제처두고라도 노동법을 공부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저도 어떤 한 회사의 근로자 신분으로서 우선 당장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분명 내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 중에 노동법에 의거한 일들이 많을테니까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연매출 1조정도 하는 회사입니다.

연매출 치고는 회사가 다루는 분야가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하는 특수한 업무이어서

그렇게 회사 네임밸류는 높지않지만 대졸초봉이 2,500이상 되고 매년 성과급도

200%이상 나오는 견실한 회사지요. 속칭 근로자라 칭하는 직원도 약 800명정도

하는 제법 큰 회사지요. 뭐 지금도 그렇지만 잘나간다던 회사도 휘청했던 IMF때도

계속 성장을 했던 회사구요.

노동쟁의는 고사하고 조그마한 분규조차 회사 창립이래 한번도 없는 회사입니다.

회사생활에 만족을 하는게 아니고 전 직원이 사무만 보는 회사라 그런지 노동조합같은건

개념조차 없습니다.


대학졸업 후 사회의 첫발을 내밀었던 회사이고 그 첫발부터 지금까지 약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3년이란 시간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의 반 강제적인 퇴직을 보아왔습니다.

사실 거의 말단 직원으로서 회사의 관리자급에 속하는 부장, 차장들이 좌르륵

잘려나가는걸 보면서도 별반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와는 급이 다른 관리자급 이었기때문에

그들만의 반강제적 퇴직사유를 그저 흘러다니는 소문에 의해서만 접하고 흘려버렸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노무사를 막 준비하기로 맘음을 먹고 민법책을 보고 있던 약 한달전에

저를 귀여워 해주시고 챙겨주셨던 근처 팀의 여자 과장 한분이 회사로부터 강제

퇴직을 권고 받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그만 두셨습니다.

사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30대 중반의 여자과장이 회사에서 하는 업무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고 1년정도 업무를 숙지한 신입사원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이었기에

회사에서 효용성을 못 느꼈다는게 역시 흘러다니는 소문입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제가 다니는 회사는 견실하다 못해 튼튼해서 근기법에서 요하는

경영상 긴박한 사유도 없습니다. 올해 초 신입사원 공채때 무려 회사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60여명을 채용한 그런 회사니까요.

해고 유예기간도 거의 없었습니다. 권고 사직 받고 거의 반 강제적으로 30일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더군요.

임원, 부장, 차장급의 관리자급의 칼바람은 둘째치고

이제 30대 중반의 과장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잘려나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여자 직원분들 중 최고 연장자이고 최고참입니다)


회사측에서 근기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당췌 위반하지 않은 법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그렇게 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그렇게 잘려나거더군요.

비단 제가 다니는 회사만의 일은 아닐겁니다.

거의 우리나라의 모든 회사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닐까 하네요.


무지한 그리고 힘없는 근로자들이니까... 라고 치부해 버리기는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부당해고로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신고 및 소송을 걸지... 라고 하기에는 주어진

현실이 너무나 가옥하네요. 그렇게 신고하고 소송을 걸어 부당해고로 무효가 되서

회사에 재입사 한들 우리나라의 봉건적인 사회 현실상 제대로된 회사생활을 할 수가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오늘 문득 이런생각이 들더군요.

노동법이라는거... 근로 기준법이라는거...

아직 개발도상국 위치인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의 사고방식 혹은 근로 여건상

허울좋은 껍데기에 불과한 법이 아닌가 하구요...



도서관에서 노동법 책을 뒤척이며 노동자의 인권이 어쩌구 존엄성이 어쩌구 떠들어대는

관련 법률과 책들의 아주 이상적인 이론들을 읽다가 도서관을 나오면서부터는

그런 이상적인 이론과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에 내가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한숨이 나오네요.


그 과장님이 떠나던날 하던말이 생각나네요..

15년 가까히 근무했던 회사에서 쫒겨나면서 남는건 고작 회사에 대한 불신과

몇천만원 퇴직금 그리고 권고사직에 대한 3개월치 위로금뿐이라구요.

[*성실*]

넘 안타깝네요. 1조원 매출 대비 윤리경영은 마이너스 천억원대는 되는 것 같습니다. 중장기 경력개발 지원프로그램은 전무한 상태에서 무조건 인건비 절감만이 경영의 왕도라고 생각하니. ㅡㅡ 정말 안타깝습니다.

[큰창]

노동법이 님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실효성이 없는 법이 아닙니다. 너무 센티멘털하게 생각지 마시고 열공하세요.

[여름하늘]

성실님, 큰창님 말씀에 모두 공감합니다. uklove님, 힘내서 열심히 합시다! 이런 현실, 우리가 바꿀 수 있습니다!^^*

[꼼지락]

실제 업무를 하다보면 법과 너무 다른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법대로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노동법이 더 이해가 안 가는 경우도 많구요... 암튼 시험은 붙어봅시다!!

[하나되기]

분명 근기법 조문상에는 "이 법의 기준은 최저기준..."이라고 나와 있건만... 실제로는 최저기준이 아닌 이상적인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언론들마다 주5일근무 시행으로 레저붐, 웰빙붐이 일어나고 행락인파가 붐빈다고 떠들어지지만... 토요일 오후에도 영세공장의 근로자들은 비지땀을 흘립니다.

[하나되기]

외국의 근기법은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법상의 기준과 현실상의 괴리가 이처럼 큰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요? 저의 생각입니다.

[김돌수]

글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전의가 불타오르내요 이런글 감사합니다. 자주 써주세요^^ 우리가 고쳐나가야지요 화이팅!!1

[날개]

부당해고구제 돼서 원직복귀 되더라도...님 말씀대로 예전처럼 직장생활 편히 하기 무지 어렵져~ 사측에서나 당해 근로자에게나... 그래서 많은 경우 사측이 돈을 더 많이 주고 그냥 사직하라고 권고하고 한데요, 회사분위기, 종업원 사기 등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니까.. 또한 해고당한 근로자도 그걸 노리고 끝까지 소송

[날개]

진행하는 경우도 많구요...노동법이 근로자의 권리 보호가 목적이지만 이런 경우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져... 그 여과장님은 참 안되셨네여... 암튼 잘 되셨음 좋겠네여

[stas]

자격증의 힘, 그것 아주 큽니다. 노무사 자격증 취득후 부당해고를 목격하면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해고의 부당성을 설명해 주면 회사도 수긍하리라 봅니다. 꼭 자격증 취득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