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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WBC 결승에서 일본팀과 맞붙게 되면 임진왜란 이후 가장 의미 있는 韓日戰이 될 것이다. |
趙甲濟 |
지금 WBC 준결승전에서 김인식 감독의 한국팀이 베네주엘라 팀을 10-1로 이기고 있다. 기라성 같은 메이저 리그 타자들을 한국 투수들이 간단하게 요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승부에 강한 한국인'을 생각한다. 한국의 현대사가 기적과 逆轉의 드라마였으니 강한 승부근성은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DNA가 된 것이리라. 만약 결승에서 일본팀과 맞붙게 되면 임진왜란 이후 가장 의미 있는 韓日戰이 될 것이다. 한국인이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정리하려면 일본과 전쟁하여 이기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이 있었다. 민주국가 사이엔 총을 쏘는 전쟁을 할 수가 없으니 韓日 야구 결승전에서 이기는 것으로 대신하면 어떨가 생각된다. **************************************** 야구는 역시 축구보다 더 재미 있다! "야구는 詩이고 축구는 산문이다. 가장 재미 없는 야구는 가장 재미 없는 축구보다 더 재미 없다. 가장 재미 있는 야구는 가장 재미 있는 축구보다 더 재미 있다." 趙甲濟 40년 이상 야구에 관심을 갖다가 보니 야구 예찬론자가 되고 말았다. 이런 말을 한다. "가장 재미 없는 야구는 가장 재미 없는 축구보다 더 재미 없다. 가장 재미 있는 야구는 가장 재미 있는 축구보다 더 재미 있다." "축구는 散文(산문)이고 야구는 詩다." 오늘 한국 야구팀이 쿠바를 꺾고 북경올림픽 금메달을 딴 시합이 '가장 재미 있는 게임'에 해당한다. 3-2라는 스코아에 걸맞게 꽉 찬 내용의 시합이었다. 마지막 투구와 마지막 스윙까지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지속되었다. 쿠바가 1死만루에서 병살타를 치지 않고 안타를 쳤더라면 동점 아니면 역전승했을 것이다. 타구가 1m 정도만 다른 궤도를 그렸어도 병살타는 되지 않고 동점이 되었을 것이다. 야구 금메달을 계기로 한국에서 프로야구 관객들이 늘어날 것이다. 올해 미국의 메이저 리그와 일본의 프로 야구는 대기록도, 대역전도 없는 아주 재미 없는 시즌을 만들고 있다. 이번 올림픽 야구가 더 재미 있었다. 야구의 재미는 逆轉에 있는데 한국이 逆轉勝을 여러 차례 했다. 한국팀은 금메달을 땄을 뿐 아니라 가장 재미 있는 야구를 했다. 이 점이 금메달보다 더 중요하다. 한국이 받은 13개의 금메달을 내 나름대로 랭킹을 매긴다면 야구 금메달과 박태환의 금메달을 공동 1위로 꼽겠다. 한국-쿠바 결승전의 경과를 보면 人生의 역정을 닮았다. 9회 말 쿠바가 1死만루를 만들 때 우리 포수가 심판에게 불평을 하다가 퇴장처분을 받았다. 한국 감독은 투수까지 함께 교체했다. 구원투수로 나온 이가 언드스로인 것을 보고, 나는 텔레비전 앞에 모여 있는 가족들에게 "서양선수들은 단기적으론 언드스로에 약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는 해설을 했다. 한국의 포수 퇴장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한국 팀에 불리한 결과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人生에서처럼 위기라고 생각된 것이 지나고 보면 다행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라고 하겠다. 일본에서 좌절과 울분의 세월을 보냈던 이승엽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서 생애 최고의 홈런을 두 개 때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야구에 무심한 이들에게까지도 야구가 이렇게 재미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금메달은 어머어마한 홍보효과를 만들 것이다. 타이거 우즈의 등장 이후 나 같이 골프에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골프 시합 중계를 보게 되었듯이. 야구엔 人生이 있고, 환희, 페이소스(pathos), 그리고 신화가 있다. 야구는 복잡하면서 깊은 맛이 있다. 오늘 게임은 김수현 드라마보다 더 재미 있는 드라마였다. 한국팀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역전극을 벌이기 직전에 좌절한 쿠바 선수들의 마음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아는 팬이라면 야구를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더구나 한국-쿠바 결승전은 올림픽 무대의 마지막 야구시합이 아니었던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야구 종목이 제외된다. 여자 핸드볼 팀 감독은 오늘 동메달을 딴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대회가 끝나면 허무하다. 이것 하나 때문에 그렇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혹독한 언어를 써가면서 했다. 끝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허무에 빠진다.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방금 일본 요미우리 신문 사이트로 들어가보니 '五輪野球、韓国が初の「金」…李が先制2ラン'(올림픽 야구, 한국이 첫 金…이승엽이 선제 투 런 홈런)이란 제목이 전체기사 중 탑으로 올라 있었다. *************************************** 신화, 전설, 서정, 꿈, 페이소스가 있는 야구 이야기 (月刊朝鮮 2001년 12월호) 「Nice Guys Finish Last - 좋은 사람들은 꼴찌만 한다」는데… 趙甲濟 月刊朝鮮 편집장(mongol@chosun.com) 야구광인 저는 1964년 월드 시리즈(뉴욕 양키스 對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부터 올해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월드 시리즈 중계 방송을 보거나 들었습니다. 1960년대 말 공군 사병으로 레이더 사이트에서 근무할 때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단파 라디오로 중계방송을 들었습니다. 저는 야구를 매개로 하여 英語도 배우고 日語도 익혔습니다. 요사이 유행하는 교육법으로 말한다면, 즐기면서 배운 경우입니다. 그동안 야구에 투자한 시간(매일 2~4시간)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혜택은 당연한 것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보통 사람들까지도 흥분시켰던 이번 월드 시리즈는 제가 겪은 월드 시리즈 가운데 最高의 명승부였습니다. 월드 시리즈가 최종전까지 가서 마지막 회 말에 역전승함으로써 챔피언이 된 경우는 98회의 월드 시리즈 사상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합니다. 1912년 월드 시리즈에서 아메리칸 리그의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는 8차전(한 게임이 무승부로 끝나 여덟 게임을 함)에서 10회 초까지 2 대 1로 뒤지다가 10회 말에 두 점을 얻어 3 대 2로 이겼습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3 대 2 역전승이 더욱 짜릿하게 느껴진 것은 4, 5차전에서 양키스가 9회 말 2死 후에 기적적인 홈런으로 동점을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한 것에 대한 통쾌한 복수전이었기 때문입니다. 구원투수 김병현이 두 번이나 9회 말 2死 후에 홈런을 맞아 다 이긴 경기를 놓친 경우는 월드 시리즈 역사상 처음이었습니다. 전투에는 졌지만 전쟁에는 애리조나가 이겨 김병현의 失投가 갖는 의미가 달라지긴 했지만 아마추어라면 몰라도 프로 선수로선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마추어는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것으로써 모든 것이 덮여지지만 프로는 이겨야 하는 것입니다. 프로 선수들이 보통 사람들보다도 수십 배, 수백 배의 천문학적인 봉급을 받는 것은 정정당당하게 싸운 代價가 아니라 이긴 代價인 것입니다. 아마추어는 져도 同情을 기대할 수 있지만 프로는 그래선 안 됩니다. 더구나 김병현은 세 번(4차전에서 동점 홈런과 역전 홈런, 5차전에서 동점 홈런 허용)이나 똑같은 실투를 했습니다.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연구했어야 할 프로로선 자격 미달입니다. 이런 김병현에 대한 일부 언론의 동정론은 프로 스포츠의 승부와 프로의 윤리에 대한 미숙한 시각을 드러낸 것입니다. 언론은 김병현의 실수를 사정 없이 비판했어야 했습니다. 최악의 失投를 한 선수를 영웅시하는 자세는 빈 라덴을 영웅시하는 것만큼이나 변태적이고 병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프로의 승부 세계는 예술의 세계와 같아 어리광이나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이 끼어들어선 안 되고 비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진정한 감동이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광이 된 덕을 요즘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미국인들과 만나면 공통된 화제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그럴 때 야구 이야기를 傳家의 寶刀처럼 끄집어냅니다. 『나이스 가이즈 피니시 라스트(Nice Guys Finish Last:마음 좋은 사람은 꼴찌한다)란 말을 누가 했는지 아십니까』 『모른다』고 대답하는 미국인들이 요사이는 더 많아졌습니다만, 아는 사람들은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집니다. 이 말은 프로 세계의 생리를 보여 주는 名言인데, 리오 두로셔라는 선수 겸 감독이 한 말입니다. 內野手이던 이 사람은 盜壘 슬라이딩을 하면서 스파이크 달린 신발을 치켜들어 수비수를 다치게 하는 따위의 거친 플레이를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기자들이 『당신은 왜 그 모양이냐』고 물으니 『프로 야구에선 마음 좋은 사람은 꼴찌하고 나같은 악돌이가 일등한다』는 뜻에서 「Nice Guys Finish Last」라고 한 것입니다. 저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한 날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애리조나가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양키스가 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애리조나가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두 번이나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역전패를 당한 다음 애리조나의 피닉스(不死鳥란 뜻)로 돌아와서 6차전이 벌어진 날 관중석의 한 사람이 이런 글을 쓴 종이를 들고 있는 것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Aura and Mystique are dancing in NY. This is Arizona.」 「양키스에 따라다니는 後光과 신비함이 뉴욕에서 춤을 춰서 우리 팀을 홀리게 했지만 여기는 애리조나이니까 효과가 없을 것이다」고 풀이되는 글입니다. 뉴욕 양키스는 정기 시즌에선 겨우 플레이 오프에 진출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 주다가도 월드 시리즈에만 나가면 역전승을 거듭하면서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명포수 출신의 차분한 조 토리가 감독이 된 이후, 양키스는 위기 때마다 정말 不死鳥처럼 살아나곤 했습니다. 평소엔 농땡이를 부리다가도 시험 때만 되면 「번개치기」 공부로써 항상 일등만 하는 머리 좋은 학생처럼 얄미운 것이 양키스였습니다. 이 승부 강함의 비결은 오랜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신비한 자기 확신(또는 자기 최면), 그리고 단기 승부엔 항상 유리한 투수진(그래서 강한 투수진은 항상 강한 타선에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어쨌든 양키스처럼 맨날 행운을 먹고 살아서야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는 우스개가 되고 「운 센 사람이 잘 사는 사회」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억울함을 가졌었는데, 이번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억울함을 풀어 준 것입니다. 애리조나가 이길 수 있었던 또 다른 비밀은 양키스의 魔力에 전염되지 않은 신생 팀이었다는 점입니다. 양키스의 엄청난 전통이나 권위, 그리고 행운에 대한 선입감도 존경심도 없는 심리적으로 아주 건강한 조건의 소유자였다는 의미입니다. 권위, 전통, 後光 같은 것은 안개와 같은 것이지요. 안개는 그것을 겁내는 사람에겐 유령처럼 보이지만 안개를 우습게 아는 사람에겐 한낱 물방울일 뿐입니다. 金正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金正日이 무시무시한 존재이고 영악하며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휘둘리지만, 그의 본성이 겁쟁이이고 組暴 두목 정도의 식견을 가진 인간이라고 정확하게 간파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金正日은 노리개에 불과하지요. 국가 총생산을 기준한 경제력이 북한의 거의 100배나 되는 대한민국의 지도층이 그 북한 정권의 두목에게 끌려다닌다면, 金正日의 後光과 신비에 홀려 있든지, 약점이 잡혀 있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위선과 환상으로 자신을 속인 결과일 것입니다. 만약 양키스가 이번에 우승했더라면 김병현이 맞은 홈런들은 미국 메이저 리그 역사상 유명한 홈런들 가운데 들었을 것입니다. 메이저 리그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홈런에 대해선 異論이 없습니다.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그 홈런은 월드 시리즈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The Shot Heard ’round The World(세계를 뒤흔든 홈런)」이라 불리는 그 홈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951년 미국 내셔널 리그의 페넌트 레이스는 싱겁게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8월11일 현재 뉴욕의 브루클린 다저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前身)는 뉴욕 자이언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前身)를 13.5 게임차로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자이언츠는 시즌 개막 직후 11連敗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8월에 16連勝을 하면서 다저스를 추격하기 시작해 마지막 게임에서 다저스와 승률이 같아졌습니다. 당시엔 디비전도 플레이 오프도 없어 내셔널 리그 승자가 바로 아메리칸 리그 승자와 월드 시리즈에서 맞붙었습니다. 승률이 같은 두 팀을 위해 제도에도 없던 3連戰의 플레이 오프가 열렸습니다. 1차전은 자이언츠가 3 대 1로 先勝. 보비 톰슨 선수가 홈런을 쳤습니다. 2차전은 다저스가 10 대 0으로 승리하여 결승 3차전으로 넘어갔습니다. 자이언츠의 球場인 폴로 그라운드에서 9회 초를 마쳤을 때 다저스가 4 대 1로 이기고 있었습니다. 9회 말 자이언츠는 1루타, 1루타, 2루타로 1점을 얻고 「1死에 2, 3루」가 되었습니다. 다저스 감독 찰리 드레센은 돈 뉴캄 투수를 물리고 랄프 브랑카 투수를 내세웠습니다. 톰슨이 打席으로 들어갈 때 3루 쪽에 있던 자이언츠의 감독 리오 두로셔는 톰슨의 등을 향해 『치려면 지금이야』라고 말했습니다. 톰슨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다짐했다는 것입니다. 『기본을 지켜라. 기다리면서 지켜봐. 너무 걱정하지 마. 집착하라, 공격적으로 생각하라, 문제는 의지력이다. 기다려라, 기다려라』 제1구는 정면으로 들어온 직구로 스트라이크. 제2구는 몸 쪽으로 들어온 약간 높은 공이었습니다. 톰슨의 방망이가 회전했고 공은 레프트 필드 스탠드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315피트를 겨우 넘겨 관중석의 맨 앞줄에 떨어지는 3점 홈런. 관중들과 선수들은 잠시 멍 하니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터진 환호, 그제야 사람들은 5 대 4로 자이언츠가 기적의 逆轉勝을 했을 뿐 아니라 내셔널 리그 페넌트를 차지한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이언츠는 월드 시리즈에선 양키스한테 4게임 대 2게임으로 졌습니다. 지난 10월3일은 이 유명한 홈런 50주년이었습니다. 미국 언론은 보비 톰슨과 그에게 홈런을 허용한 랄프 브랑카 투수의 근황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77세의 톰슨은 종이 파는 일을 하다 은퇴했고, 75세의 브랑카는 보험 외판원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 서로 친밀한 사이로 살아 가고 있었습니다. 브랑카는 지금 뉴욕 메츠의 감독인 보비 발렌틴의 장인이기도 합니다. 올 봄에 월 스트리트 저널紙는 폭로 기사를 실었습니다. 당시 뉴욕 자이언츠가 상대 팀의 사인을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훔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이언츠가 폴로 그라운드에서 경기할 때는 센터 필드 스탠드에 박아둔 첩자가 망원경으로 상대 팀의 포수가 투수에게 보내는 사인을 훔쳐보고 불펜(투수 연습장)으로 연락했다고 합니다. 부저를 한 번 누르면 직구, 두 번 누르면 변화구란 신호로 말입니다. 그런 신호를 받은 불펜의 중계자는 공을 집어서 자이언츠 팀 타자를 향하여 손을 번쩍 들어보입니다. 이것은 직구란 말입니다. 불펜의 중계자가 공을 던져 올리면 이것은 변화구란 뜻입니다. 톰슨 자신은 그 유명한 홈런을 칠 때 그런 신호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브랑카는 그 惡夢의 投球 3년 뒤 이런 사인 훔치기에 대해 알았지만 친구 사이가 된 톰슨에게는 내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브랑카는 회고했습니다. 『엎질러진 우유를 놓고 울어 봐야 무엇하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인을 훔쳤다고 다 홈런을 치는 것도 아닌 거고요. 만약 톰슨이 사인을 훔쳐서 그 홈런을 쳤다면 그는 거짓말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할 거고요』 브랑카가 톰슨에게 역사적인 홈런을 허용하고 혼자서 쓸쓸히 球場을 나오니 戀人 앤 멀비가 자동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차에는 포덤 대학교 학장이자 예수회 신부인 패트 롤리가 동승했다고 합니다. 브랑카가 말했습니다. 『여기 웬 일입니까?』 신부가 말했습니다. 『할 말이 있어서 왔네. 랄프, 하느님께서 당신을 택한 것이야.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이야말로 그런 십자가를 지고 견딜 만큼 강인하다고 판단하신 거지』 그 뒤의 인생 역정을 보면 이 신부의 말이 的中한 것 같기도 합니다. 球場에서의 敗者가 인생에선 勝者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저는 야구가 축구보다도 더 드라마틱하고 복잡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에선 종료 시간 5분 전에 어느 팀이 4 대 1로 이기고 있다면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야구에선 가능합니다. 逆轉의 의외성과 심도가 축구보다 큰 것이 야구입니다. 축구가 아날로그라면 야구는 디지털적이라고 할까요. 야구에는 傳說과 神話와 抒情과 페이소스, 그리고 꿈이 있습니다. 이번 월드 시리즈의 7차전 마지막 게임 같은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설이요 인생 축도판입니다. 때늦은 후회, 名手의 失手, 그리고 事必歸正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지나놓고 보면 김병현의 그 바보 같은 失投도 이 시리즈를, 그리고 마지막 게임의 역전승을 더욱 위대하게 보이도록 만들려는 神의 설계가 아니었겠습니까. 야구는 눈앞에 전개되는 운동량과 속도감, 그리고 迫眞感에서는 축구보다 靜的이지만 인간의 두뇌와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갈등, 계산, 번민, 흥분에선 그 어떤 경기보다도 깊고 진한 맛이 있습니다. 야구는 보이는 부분보다도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재미 있습니다. 야구는 詩的이고 축구는 散文的이라고 할까요? 저는 1996~1997년 사이 미국 보스턴 근교의 하버드 대학에서 1년 간 연수를 했는데, 보스턴 레드삭스의 球場 펜 웨이 파크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이 球場은 시카고 컵스의 리그리 필드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된 球場이며 가장 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꼽힙니다. 작지만 야구의 순수한 맛이 느껴지는 곳이지요. 전설적인 강타자 베이브 루스는 원래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투수였는데, 뉴욕 양키스로 송출된 경우입니다. 이 대실수를 보스턴 사람들은 「루스의 저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뉴욕 양키스에게 당하기만 하는 이유를 이 저주에 돌립니다. 다분히 숙명적인 체념이지요. 1978년이 좋은 경우입니다. 이 해 보스턴 레드삭스는 7월 중순에 1위와는 10게임차, 3위인 양키스와는 14.5게임차를 두었습니다. 7월 하순부터 시작하여 양키스는 희대의 역전극을 준비합니다. 나머지 73게임 중 52게임을 이겨 정규 시즌이 끝났을 때 보스턴 레드삭스와 동률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단 한 게임으로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펜 웨이 파크에서 열린 이 게임에서 7회까지 2대 0으로 리드했습니다. 양키스의 공격이 시작된 7회 초 2死에 주자를 두 사람 두고 버키 덴트가 들어섰습니다. 그는 시즌 중 홈런을 다섯 개밖에 치지 못한 약타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휘두른 방망이는 플라이 볼을 레프트 쪽으로 날렸습니다. 다른 球場 같으면 외야 플라이 볼로 잡힐 거리였지만 펜 웨이 파크의 레프트는 아주 짧습니다. 3점 홈런! 양키스가 3 대 2로 역전. 레드삭스는 양키스를 5 대 4로 따라잡습니다.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레드삭스는 2死에 3루 주자를 두고 강타자 야츠렘스키가 등장합니다. 내야 플라이. 지금도 많은 보스턴 사람들은 버키 덴트란 이름만 들어도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이런 팬들에게 야구는 역사요, 생활이요, 고통입니다. 메이저 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勝數를 기록한 시애틀 마리너즈를 꺾은 전통의 양키스를, 창단 4년 만의 신생 다이아몬드백스가 7차전까지 가는 死鬪를 벌인 끝에 누르고 우승했다는 것은 일종의 正義 구현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그 正義 구현은 영화에서처럼 一刀兩斷하듯 명쾌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처럼 복잡한 사연과 기복을 거친 끝에 힘들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시 야구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가하게 야구 이야기로 시종한 것 같습니다. 납치 여객기 자살 테러, 삽시간에 사라진 쌍둥이 타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언론사 세무조사, 金正日 답방을 애타게 기다린 金大中 대통령의 메아리 없는 러브 콜, 밑빠진 독처럼 巨金을 잡수고 계시는 하이닉스, 무너지는 기초 질서, 저질 組暴 문화의 확산, 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선언 등등 겉으로만 본다면 올해도 어둡고 부정적인 것들이 더 많았던 한 해 같습니다만 이런 소용돌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커가고 나아지며 굳어지고 예뻐지는 구석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없을 뿐이지요. 다가오는 2002년 1월호에는 더욱 밝은 눈과 희망찬 이야깃거리를 갖고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www.chogabje.com/ |
[ 2009-03-22, 12:42 ] 조회수 : 15 |
첫댓글 강호 베네주엘라를 대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