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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남자 친구를 데리고왔다. 인사하겠다고 내 방으로 오겠다길래 고개만 끄덕였다. 아줌마는 재빨리 결혼할 사람이 될지도 몰라요~귀뜀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걸까?... 뭐, 버선 발로 맞으라는 얘기는 아니겠지...
이름은 나중에 정하는 거다. 아이도 낳기 전에 이름 지을 수는 없지 않는가?... 친구하자고, 애인하자고, 오빠 , 언니 하자고 정해놓고 사귀는 게 아니지 않은가?... 사귀다보면 무엇이 되기도 하고 남남도 되는 법 아닌가.
그냥 컴 앞에 앉은 채로 맞았다.
그저그런 놈하나가 겁?도 없이 큰절을 하려했다. 내가 그만두라며 의자를 빙글 돌려 등을 보이자, 딸이 놈을 살짝 꼬집어 일으켰다.
그래도 지 아빠 스타일을 알긴 아는 모양이다. 아직은 그런 격식으로 대할 사이가 아닌데, 과장되이 모우션을 취하는 것을 보니 대장부는 아닌 듯 해 보였다
놈이 당황했는지 떠듬거리며 뭐라고 어설픈 인삿말을 하자, 딸은 옆에서 계속 중언부언 거드는 꼴이 무척 다정해 보였다. 지 눈에는 멋진 남자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왠 시커먼 도둑놈와서 씨부렁거리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컴에 반쯤 눈을 두고 듣는둥 마는둥 하다가,
가서 일들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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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내 나이 27살 되는 해 네가 태어났다. 예정일이 일주일 쯤 남았는데 배 아프다는 네 엄마 연락 받고, 사장님 차 빌려 평소 다니던 현 산부인과로 옮겼다.
임신중독!! 무식한 네 엄마 끝까지 자연분만 하겠다고, 배 아파 낳겠다고 똥고집을 부리는데, 현 원장님과 내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혈압이 내려가면 촉진제 주사해 보자는 현 원장님을 믿고, 애써 침착함을 찾으며 가게에 돌아와 있었다. 산모와 태아가 다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 귓가에 뱅뱅 돌았다 아빠도 어릴? 때라 얼마나 무섭고 떨리는지...
1985년 5월 16일 오후 5시 손가락 다섯개 또 다섯개 , 코 하나, 눈 둘, 귀 둘, 입 하나 , 발가락 다섯 다섯 합이 열 다 확인하고야 동료들과 한잔 마셨다
딸 놓으면 지들이, 아들 놓으면 내가, 사기로 되어 있었는데 너는 태어나면서부터 효녀였던 셈이구나
정말 열심히 일했다. 너와 네 엄마 쌔근거리며 누워 자는 모습 보면, 천사같은 저것들이..... 아무 죄 없는 저것들이.......... 나만 믿고 저리 태평한데..........
죽도록 일만 했다 새벽에 나가 자정이 넘어서 들어왔다 오죽하면 네 엄마가,-- 저 양반은 아기가 태어나서 바로 걸어 다니는 줄 안다고 했을까..... 진짜로 나는 네 기어 다니는 모습은 기억나지 않는구나.
네가 7살 되던 해, 아빠는 또 고민했다. 내년에 초딩 입학하면 가정 통신문인지 호구 조사인지 해서 아빠 직업 물을텐데 남의 집 점원이라면 어린 네가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사장님께 독립하겠다고 얘기하니, 우리가 같은 업을 어찌 하겠냐며, 그냥 공짜로 가게를 물려 주셨다. 네가 또 한번 효도를 했구나.
중학교 1년 여름 방학이었구나, 내 학창 시절 가지고 놀던 기타가 다락에 쳐박혀 있었는데, 네가 그걸 들고와 가르쳐 달라기에 손님도 없고, 심심풀이로 코드 몇개 가르친 것이 원죄가 되어, 그 길로 너는 딴다라?가 되었다. 아빠 덕에 원도 한도 없이 놀았지?....
내가 음대 지망할 때 아빠가 웃으며 한 말 기억하느냐?
인간은 숫자와 같다 그 놓여진 위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333333333 원이 있다고 보면 똑같은 수이지만, 어느 것은 그냥 3원이고 어떤 것은 3억이 되는 이치지...
이화여대 졸업하니까, 다 시집도 잘 가더라... 아무래도 선배들이 많이 끌어주니 졸업 후에도 쉽고... 그리고는 네 선택에 두말하지 않았다.
장난이 아닌 네 성적이 너무도 아까웠지만 , 평소 너희를 자유로이 키운 내 자존심이, 용케도 내 욕심을 이겨내었다. 나는 세상 일에 민첩?하고 딱 부러지게 대처하는 현명한 아빠를 그때 포기했다. 신의 프로그램을 택했다.
지우개 하나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너는 타고난 구두쇠였다. 예대 2년 내내 니 엄마는 돈 보내겠다고 하고, 너는 저번에 보낸 것 남았다고 하는 이상한? 싸움을 하더구나. 싸구려 운동화 두 컬레로 학교를 마친 너!
그런 너였기에 오늘 남의 집 귀한 도련님이 도둑놈같이 보였단다.
니 엄마에게 내 얘기했다.
누구든 우리 하고 살 사람 아니지요? 지 하고 살 사람이지요? 대신 살아 줄 꺼 아니지요?
우리는 아이 선택을 따릅시다. 설사 그것이 최악의 선택이 될지언정... |
첫댓글 너무 행복해 보이십니다,,그치만 지 쪼매 걱정 되거던요 저 아들만 둘인데 아들래미 천덕꾸러기 댈까비,,하지만 지도 걱정 안합니다요,,전 아이들을 사랑하니까요!!!주천님의 사랑이 머문자리에 온통 퍼질듯 합니다,,행복하세요*^^*
녜. 그 사랑이 참사랑인 줄 곧 알게 되실껍니다.
울 아들 이제 고2인데 여자들이 무자게 따라붙습니다.키~크죠...잘생겼죠..ㅎㅎ이러다 지맘에 든다고 주천님 딸래미처럼 덜커덩 집에 댈고 오면 어야지요.자식 사랑하니까...믿어야 하겠지요...근데 색안경끼고 볼것같은거 있죠.주천님 마음 이해가 가고 ...사랑하는마음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알것같네요.
우선은 부러운 마음입니다. 저는 아직 딸 아이가 어려 주천님과 같은 마음을 가질려면 한참을 지둘려야 될 것 같네요.아마도 따님은 지금까지 옳고 바른길을 걸어 왔기에 앞으로도 주천님 바램에 어긋나지 않는 길을 가리라 봅니다.
우리딸아이도 스므살인데 아직까지는 독신주의 부르짓고 있지만 제게도 언젠가 저런날이 오겠지요....
먼 미래에 저희집에도 생길 일이겠지요 .. 주천님의 딸사랑 마음으로 듬뿍 느끼며 갑니다 ...
훌륭하게 키우셨네요 딸을 믿어보세요 믿어주는 만큼 실망 안시킬거 같아요 화이팅하세요 주천님.....
ㅎㅎㅎ...멋지시네요..아빠의 사랑이....나도 맨날 스스로에게..다짐합니다..ㅋㅋ 레게머리 남자를 댈구와도..ㅋㅋ 놀래지말고..ㅎㅎ 딸래미 시선에 맞춰보자..ㅎㅎ 하구요..근대 잘안되지 싶어요..ㅎㅎㅎ 클랏어..우리클때랑 넘 다르죠?
철벅철벅 감동의 바다입니다. 자식을 믿고 그 선택을 믿고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같은데 훌륭하십니다. 한수 배우고 갑니다.
장자론에 이어 숫자의 교육까지... 염두에는 두지만 쉽지않을것 같으네요. 멋진 아빠십니다.
댈꼬 와야 되는디 울 딸은 아직 없어서 탈이네요 눈이 높은것 보다 아직 주위엔 중 고등 학생밖에 없으니,,,바빠 연애할 시간도 없긴 없나 봐요,
따님이 있어 참 부러우네요 ~~~~~~~~~~~~~~~^^*
주천님 의 교육받은딸이 어이 헛되이 생활할이가 있겠습니까? 그 어빠의 그딸이 분명 하리리다.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지천명 나이에 아직도 세상사 짐작 못하는 철부지입니다.나이 드신 분들 세상 사는 이야기 듣기 힘든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동년배의 속 내음을 맡으니... 다 똑같구료... 울 딸딸이들도 비슷하답니다. 아직 나도 준비가 되질 않았는데 녀석들은 지 혼자 성장해서 벌써 짝을 찾는가 봅니다. 울 애들은 노란녀석들 하고 사귀나 본데 주천님은 그래도 글 표현하면 요즘젊은이 치곤 괜찮은 넘 같은데.... 전 서양놈하구 짝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왜 이리 세월이 빠른겁니까?
서양 사위라도 지가 데꼬? 살 꺼니 걱정 마소. 근데 서양늠들은 아아고 어른이고 말 터고 지낸다던데... 루시퍼님은 사위하고 말 까고 지내게 생겼네요^^* ㅎㅎㅎ
우리말에도 존칭어가 있듯이 영어도 소위 고급영어(존칭어)가 있답니다. 헌데 요즘 젊은애들이 잘 지킬까... 염려 됩니다. 사위넘이 희물그리한 넘이 된다믄 지가 고 고급영어를 갈켜 줘야쥬 뭐 ㅎㅎㅎ ^^**^^
참... 사람 심리(?)는 이상하지요~~?? 딸래미가 어떤놈(?)을 델꼬와도 맘에 안들고 다 도적놈 같을거 같어요... 근데 막상 그 도적놈하고 결혼하고 나면... 그 도적놈이 참 이뻐 보일거 같어요... 부디 세상의 모든 딸들이.. 괜찮은 도적놈을 만나기를 바라네요...
그거이 정답같고 ,그 수 밖에 또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