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명의대여
“피의자 B는 건축사자격이 없는데도 건축사사무실을 운영했지요”
“아닙니다. 건축사가 사무실을 개설하고 모두 운영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직원으로 월급 받고 실무적인 일만 했을 뿐입니다.”
“피의자 C는 건축사로서 자격이 없는 B로 하여금 건축사사무실을 개설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모든 것을 B에게 맡겨놓고 월급만 한달에 150만 원씩 받았지요? 그러니까 건축사 명의를 대여했던 것이지요?”
“아닙니다. 건축사사무실도 제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매일 출근해서 설계감리를 제가 직접 다 했습니다. 월급 받고 명의를 B에게 빌려준 것은 아닙니다.”
건축사 C와 건축사 아닌 B가 경찰에 의해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건축사법위반죄로 형사입건되어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
경찰에서는 그 동안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된 설계감리자료를 임의제출받아 분석한다. 두 사람을 따로 따로 불러서 신문을 한다. 신문의 내용은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되어 나중에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된다.
경찰관은 파고 든다. 사무실을 얻을 때 건물주와 누가 만나 누구의 자금으로 보증금을 냈는지, 월세는 누가 냈는지, 사무실 통장 관리는 누가 했는지, 건축주와 같은 의뢰인과 설계감리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누군지, 실제 설계도서를 작성한 사람은 누구인지, 건축사는 왜 매달 150만 원씩 통장에 입금을 받았는지, 건축사가 사무실에 출퇴근했다면 교통수단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증거는 있는지 여부 등을 따지고 추궁한다.
건축사와 비건축사를 따로 조사하면서 집중 추궁하면 대부분은 사실이 밝혀진다. 실제 건축사 C가 B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고 사무실을 잘 나가지 않았다고 하면 아무런 상황이나 사정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로 꾸며서 자신이 건축사 일을 했다고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 사건을 보면, 이와 같은 건축사명의대여사건 수사과정에서 당하는 것은 건축사뿐이고, 비건축사는 자격취소될 위험이 없고 구속되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매우 소극적이다. 건축사야 자격이 취솓 되는 말든 상관 없다는 태도다. 그런데 비건축사가 비협조적이면 건축사는 혼자 변명을 해봐야 통하지 않고 벌금을 내고 자격이 취소될 수밖에 없다.
범죄사실은 건축사 C가 자신의 건축사 명의를 B에게 대여해 주고, B가 자격 없는 상태에서 건축사만이 할 수 있는 설계와 감리업무를 하고, A에게 명의대여료, 즉 명의를 빌린 대가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건축사가 비건축사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는 형사처벌된다. 그리고 명의를 빌려 쓴 비건축사도 같이 형사처벌된다. 대체로 인정되면 검찰에서는 두 사람 모두 벌금 300만 원 정도에 구약식한다.
법원에서 확정되는 경우 국토교통부에서는 건축사만 징계처분을 하는데, 자격취소처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의를 빌려서 건축사업무를 불법적으로 하고 재산상 이익을 챙긴 비건축사는 징계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처분을 할 수 없게 된다.
건축사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는 철저하게 단속되어야 한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명의를 빌려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건축물에 대한 설계와 감리를 하면 공공의 안전을 해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자격 없는 사람이 명의를 빌려 공무원과 유착하여 건축허가를 잘 받아주고, 저가에 덤핑하여 설계감리를 맡게 되면, 그 폐해는 성실하게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들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