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4년 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이다.
또래들의 자리에선 '너 51 프로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 시국을 초래한 대통령은 네 손으로 뽑은 거니?'라는 놀림이다.
귀찮아서 투표장에 안 갔다는 변명이 더 당당한 분위기다.
몇몇이 머쓱한 표정으로 '51프로'가 맞다고 인정하자 대체 왜 그랬느냐는 야유가 쏟아진다.
옆에 앉은 '51프로'들은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답한다.
'그때는 박근혜가 좋아 보였으니까'라고.
분위기를 수습해 보려 누군가 '그래도 혹시 4프로는 아니지?'라고 이어 묻는다.
국정 농단 사태의 실체가 드러난 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은 4~5%로
곤두박질쳤다.
'4%'는 그 콘크리트 같은 박 대통령 지지층을 일컫는 표현이 됐다.
아직까지 본인이 '4프로'라는 커밍아웃은 듣지 못했다.
아버지가,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바로 그 4프로란 이야기와 '집에서 고생 많겠다'
'그냥 정치 얘기는 피한다'는 말들을 주고받다 주제가 다른 데로 옮겨 간다.
동료 기자 A는 얼마 전부터 다른 사람 앞에서 인터넷 게시판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취재원 앞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 얘기가 나와 평소 생각을 가감없이 털어났는데
앞에 앉은 취재원이 호응도 없고 표정도 굳어지더란다.
그제야 '아차, 혹시' 싶어져 그 후로 입을 다물게 됐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친구 B부부와 어울린 자리였다.
어쩌다 '일베충'이란 단어가 나왔는데 B가 돌연 '우리 남편도 일배 해. 나 진짜 깜짝 놀랐어'라고 폭로했다.
그후 B를 따로 만났을 때 남편이 사이트를 드나드는 것은 간섭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부부끼리도 정치.사회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게 됐다고 들었다.
뒤에선 극단적이고 확고한 성향을 표출하면서도 눈을 마주했을 땐 각을 세워 논쟁하고
싶지 않은 '샤이 2030'이 많아지는 것 같다.
2016년의 촛불은 그 규모에 비해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주중엔 회사에서 조용히 자판을 두드리던 김 과장, 이 대리가 토요일만 되면 아이의 손을 잡고,
혹은 홀로 커피 한 잔을 들고 광장에 나가 초를 들었다.
이전까지는 흥분한 참가자들의 돌발 행동이 나오기 마련이었으나
이제는 오후 10시쯤이면 대부분 조용히 초를 불고 쓰레기를 주워 지하철역으로 걸어간다.
조용한 20~30대 집회 참가자들을 보며 혹자는 '패기가 부족해 보인다'고, 혹자는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한다.
보수든 진보든 '샤이 2030'은 흥분하지 않는다.
그만큼 표심을 읽기 힘들다.
'시국이 이런데 당연히 한마음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51프로'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현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