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녀의 기사(The Knight of Sorceress)
**************************************
서장. 마녀 사냥꾼(The Sorceress Hunters) …… ②
소녀는 주위를 둘러본다. 뭔가를 찾는 듯. 하지만 이 호수 위에는 이자
벨과 은발의 소녀뿐이었다. 소녀는 큰 소리로 불러본다.
"엄마아~~~! 여기 있는 거 다 알아요~! 엄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자벨은 볼 수 있었다. 은발의 소녀
곁에 모습을 드러내는 여인을……. 그녀의 외모는 상당히 젊어 보인다. 이
자벨보다 많아야 한두살 정도나 차이가 날 듯 싶다. 그녀에게서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짙은 검은색의 긴 머릿결이었다. 그 모
양새는 호수 위에 나타난 물귀신같이 보이기엔 딱 어울렸다.
"엄마아~!"
소녀는 반가운 듯이 그녀에게 매달려서 아양을 떤다. 그녀는 소녀를 들
어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어디 다치지는 않았니?"
"응~ 괜찮아. 근데 언제부터 와있었어?"
"방금 왔다."
그렇게만 말하고 그녀는 소녀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이자벨을 바라본다.
"이 아이에게 대접을 잘 해주더군."
그녀는 일부러 말속에는 감정을 싫지 안으려는 듯, 남 얘기하듯이 딱딱
한 어조로 말했다. 소녀가 엄마라고 부르는…
'악명 높으신 아이아이에 섬의 마녀, 키르케의 등장이라…'
상황이 이쯤 되자 이자벨도 조금은 진지해진 것 같았다.
"키르케… 이제야 만나는군요. 참 귀여운 따님을 두셨네요."
"왜 여기에 와서 소란이냐."
"호호, 대단한 마녀라고 해서 똑똑한 줄 알았는데… 영~ 돌대가리네요.
이 섬에 당신 말고 누가 있나요? 아, 따님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잠시나마 진지했던 이자벨이 다시 장난기가 발동하는가 보다.
"장난이나 받아줄 생각은 없다. 날 찾아온 이유가 뭐냐."
"물론, 호의적인 방문은 아니지요."
"하긴, 죽고 싶은 자들이 뭔 짓을 못하겠나."
"긴말 필요없고. 우리끼리 슬슬 시작해 볼까요? 아까 저 꼬마랑은 재미
있게 놀아서 덕분에 몸은 좀 풀어 놨으니…"
"확실히… 그대의 실력은 괜찮은 편이었다. 플라이(Fly) 마법을 쓰면서
동시에 다른 마법을 구사하는 건 꽤 힘든 편이지."
"마녀님에게 칭찬을 들으니 황공하군요. 저 꼬마 아가씨도 정령술이 제
법이던데요. 덕분에 비싼 옷이 이렇게 다 젖어 버렸다니까요."
이자벨이 뭐라고 떠들던 키르케는 별로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대의 재능은 높이 사주나, 나에게 도전하는 그 무모함에는 애도를 표
한다. 그리고, 내 딸아이를 건드린 것에는 마땅한 대가를 주겠다. 마지막
으로 남길 말은 없나."
키르케는 지금까지의 대화 중에선 가장 강렬한 감정이 들어가 있는 말투
로 이렇게 한마디를 내밷고, 자신의 딸에게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가야, 물러나 있거라."
※ ※ ※
마녀 키르케(Sorceress. Kirke)
에스테리아(Esteria)의 남부지방에 있는 세계적인 미항 마르세일즈
(Marseilles)에서 1,000,000큐빗 떨어진 곳에 있는 아아아이에(Aiaie) 섬
에 사는 걸로 알려진 마녀로, 자신의 섬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요술로써 짐
승으로 변하게 한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까지 그 섬에 들어가서 살아 돌
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하며, 따라서 아무도 그 섬에는 근처도 가지
않으려 한다. 이래서 아이아이에 섬은 자연스레 금단의 구역이 되었다.
에스테리아의 권위있는 마녀 연구가
토마스 아드리안(Thomas Adrian) 저
『에스테리아에 남아있는 마녀들』중에서…
……………………………………………………………………………………………
후기
이번 것은 좀 짧았습니다. 원래는 여기까지 해서 하나로 묶었어야 했는데
요, 뒷부분을 미처 다 쓰지 못한 상황이어서 결국 두 개로 나눠버리고 말았
습니다. 원래는 이번 것을 좀더 길게 서보려고 했습니다만, 다음 스토리는
좀 더 구상을 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이대로 올립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오프닝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이고요, 본격적인 스토리는
다음에 올리는 것부터입니다. 잘 써보려고 했는데, 오프닝이 영~ 엉성하게
만들어져 버렸네요. (^^;) 본편은 좀더 신경을 쓸려고 합니다만... 이 수준
에서 얼마나 더 발전될지...
새로 등장한 인물들
키르케(Kirke) - 아이아이에(Aiaie)섬에 사는 마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따온 인물로, 호메로스의 서사시 - '오딧에시아에'에서 잠깐 등장하는 인
물입니다. '아이아이에' 라는 섬도 거기에 나오죠. 야후 백과사전에서 찾은
키르케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키르케 (Kirke)>
‘독수리’를 의미한다. 요술에 뛰어나고 전설의 섬 아이아이에(Aiaie)에
살면서 그 섬에 오는 사람을 요술로써 짐승으로 변하게 하곤 했다. 트로이
함락 후 영웅 오디세우스는 부하와 함께 귀국 도중 이 섬에 배를 대었다.
제비를 뽑아 23명의 부하가 선발되어 에우릴로코스를 대장으로 이 섬의 탐
험에 나섰다가 키르케의 저택에 당도하였다. 문 앞에는 늑대와 사자가 있어
그들에게 달려들어 놀라게 했으나, 그녀는 일행을 맞아들여 환대하면서 약
을 탄 술을 마시게 한 다음, 지팡이로 때려 그들을 돼지로 바꾸어 버렸다.
혼자만 저택에 들어가지 않고 이 정경을 보고 있던 에우릴로코스의 급보에
접한 오디세우스는 단신으로 부하의 구조에 나섰다. 도중에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를 만나 모리라는 약을 얻었기 때문에, 그녀의 저택에서 마법의 술
을 얻어 마시고도 짐승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하들을 원래의 인간 모습으로
환원시킬 수 있었다. 그는 키르케와 함께 이 섬에서 1년간을 머물렀는데,
둘 사이에서 텔레고노스가 태어났다.
용어 설명
플라이(Fly) - 날아 다니는 마법. 그렇다고 새처럼 자유롭게 높이 나는 게
아니라, 땅위에서 약간 떠다니는 수준입니다. 그저 부유 마법 정도일 뿐입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