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역사을 우연히 읽었다. 저자는 미술사와 고고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는 경영운영으로 받아서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단순히 학문적인 깊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주식, 채권, 펀드, 부동산, 미술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전문가라고 하니 기대된다. 우선 금융이 문명의 배경이 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데 여기에 공감한다. 그는 금융이 시간, 위험, 그리고 자본을 재할당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금융은 문명의 기본이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은 시간적인, 보험은 위험을, 주식은 생산성에 따른 자금을 재할당한다. 21
금융은 가치의 시기를 이동시킨다.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면 현재 필요한 자금을 미래에 나누어 지불하는 계약을 하고 은퇴생활비가 필요하면 주택저당권을 지금 매입하여 상환금을 미래에 나누어 받는다. 그래서 인간은 늙고 병들어 일하지 못해도 아사할 위험을 피할 수있고 아직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도 미래 소득을 현재가치로 할인하여 자산구입이 가능해진다. 실직이나 질병으로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미리 비상자금을 저축하거나 미래 소득 등을 배경으로 위기를 넘길 수있다. 23
돈이 넘처나면 낭비를 부추기거나 생산성이 없는 투자에까지 분배되고 이는 버블을 거치게 된다. 이자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투자보다 소비가 많아지며 너무 높으면 투자는 물론 소비도 위축된다. 25 기대수명이 길어지면 저축의 필요성이 증가한다. 고령화는 소비자비율이 높아지게 하기 때문이다. 27-0 돈을 벌기위해 가장 좋은 것이 사업이라는 것은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않은데 주로 시간이나 돈이 없다는 이유다.
그런데 제한된 시간과 돈으로도 동업을 통해 사업을 할 수있다. 그중 가장 간단한 방법이 주식투자다. 사업보고서를 읽고 흥미가 있다면 조금 더 연구를 해서 가진 돈의 일부로 주식을 매수하면 된다. 우르의 쐐기문자 점토판에 의하면 고대 문명중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에서도 이러한 유한책임투자와 상속은 사전에 하되 종신 사용수익권은 남겨두는 방식이 존재했었다. 103 재미있는 것은 기원전 1788년에도 금융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탄생지기도 한 도시국가 우르의 왕 림신은 모든 채권이 무효라고 선언했고 사업기회를 찾아 채권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금융거래는 중지되었으며 그 결과 물류 중심지로 누리던 우르의 번영은 라르사로 이동하게 되었다. 104-3
관중은 환공을 도와 중원을 제패한다. 하지만 전쟁비용때문에 특별세를 징수해야 했고 많은 백성들이 부자들에게 부채를 얻어 세금을 납부해야 했고 민심도 떨어졌다. 이를 해결한 것이 그이 지혜다. 부자들을 불러 전쟁에 공헌한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백옥을 하사한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의 부채를 탕감해줄 것을 부탁했고 이는 효과적이었다. 214 그는 시장원리도 활용했는데 거래를 강요하기보다 가격을 통해 수급을 조정했다. 따지고 보면 투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는데 이를테면 장기금리가 역전되면 시설공급이 과다상태고 주가는 하락한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227-8
18세기까지 가장 번성했던 중국이 유럽에 추월되는 것을 저자는 금융이라고 해석한다. 가장 많은 인구와 생산은 물론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던 중국은 여러 소국으로 나뉘어 전쟁을 지속하던 유럽이 금융을 통해 시간가치와 계약이라는 것을 정착시킴으로서 패권을 잡는다. 발전은 사람과 제도가 필요하다. 즉 천재와 그가 사용할 수있는 자금이 필요하며 이룩한 성과를 보호할 수있어야 한다. 천재는 인구가 많던 중국에 더 많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강력한 국가주도의 금융와 계약보다 전제군주의 뜻이 중요한 중국에서 천재가 활용할 자금이나 그 결과를 활용할 가능성은 높지않다.
유럽의 경우 다빈치코드의 배경이 되는 성전기사단이 글로벌금융기능을 제공했다. 수개월간 여행경비를 가지고 성지를 순례하는 여행자는 범죄의 좋은 표적이 되었기에 순례자를 보호하기위해 청빈서약을 한 기사만을 입단시켰던 성전기사단은 무력으로 순례자를 보호하는 기능에서 원인을 제거하는 송금기능을 추가했다. 즉, 런던이나 파리에서 출발하는 순례자는 해당지부에 여행경비를 예치하고 조금씩 예루살렘에 도착할 때까지 경로에 있는 지부에서 인출할 수있었다.
이들은 교회전체에 버금하는 막대한 부를 쌓았다. 청빈을 서약한 무료 인력에 기부 등을 통해 재산은 증가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루살렘을 빼앗기고 국왕을 포함한 권력자들에게 대출했던 그들은 목적을 상실하고 자산은 많았기에 허위구실로 체포되어 고문받고 처형된다. 국왕들은 채무가 탕감되어 한숨돌렸지만, 일시적이었다. 다만 그들이 쌓은 정교한 금융은 유럽이 중국을 따라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11
대수의 법칙에 따라 모든 것을 조사하지 않아도 일정 수에 근접해가는 것만 확인해도 가능하다. 361-15
서구가 현재의 기초를 잡은 기반은 식민지였다. 그리고 그 식민지는 대향해에 의해 마련되었는데 대향해가 가능했던 이유로 저자는 주식회사를 제시했다. 누구도 충분한 자본이 없거나 리스크를 감당할 수없을 때 유한책임의 작은 단위의 투자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서구에는 다행이었고 신대륙에게는 불행이었듯이 구대륙이 신대륙에 비해 군사력이 강했기에 그들은 식민지를 만들고 수탈을 통해 부를 획득했다. 결국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고 물리력의 작은 차이는 그 자원을 독점하게 만들곤 한다. 마치 요즈음 선거결과와 같다. 412-17
재미있는 사실은 브라우저나 검색엔진은 야후 등이 선점했지만 구글이 평정했듯이 신세계의 발견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었지만 거래를 독점하게 된 것은 영국과 네덜란드였는데 그 이유도 저자는 주식회사라른 조직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은 막대한 금은으로 잠시 부자가 되었지만 결국 물가상승으로 모두 반납하고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으로 후발인 영국에 제해권을 빼앗긴다. 네덜란드가 최초의 공개주식거래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혔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비상장주식은 상장되면 가격이 배증한다. 418-18
아이러니한 것중의 하나로 네덜란드가 영국을 침공한 시점이 영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분기점이라는 것이다. 당시 네덜란드 통령은 용병을 이끌고 영국을 공격했는데 민심을 잃었던 왕은 옥새를 템즈강에 던지고 프랑스로 도피한다. 로빈슨 크루즈의 작가 디포 등 국민에게 오히려 환영을 받은 네덜란드 통령은 영국여왕과 공동통치를 시작했고 네덜란드의 금융기법을 배운 영국은 이를 활용하여 세계최고의 해군을 양성하여 신대륙에서 거래를 독점한다. 가장 수익이 높았던 삼각무역은 아프리카의 노예를 신대륙에 팔고 그 곳의 원자재를 구대륙에 가져와서 제품을 만들어 다시 아프리카에 가져간 것이다. 452-19
공급이 제한된 토지를 담보로 지폐를 발행했던 것은 흥미롭다. 항상 그렇지만 버블이 터지기까지는 모두가 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중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버블을 피해서 번 돈을 지킬 수있었다. 529-23 상하이부자 서윤은 주식과 부동산의 큰손이었지만 19세기말의 금융위기로 파산했다. 20세기초 모건도 비슷한 위기를 맞았지만 차이점은 그는 부동산투기를 하지않았고 위기에 대응하여 중개인을 통해 주식매입을 시작한 것이었다. 주식시장은 반등에 성공했고 그도 파산위기를 벗어났다. 571-24
러일전쟁에서 패한 러시아도 중일전쟁에 패한 중국이나 이집트와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었으나 1차세계대전중 발생한 혁명으로 차르가 폐위되고 서구열강의 백군지원에도 불구하고 내전에 승리한 적군으로 인해 해외채무불이행을 선언함은 물론 국민의 사유재산도 부정했다. 유일한 흠은 생산수단을 프로탈리아가 아닌 당이 장악해서 부르조아가 공산당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화폐나 금융을 부정하면서 경제는 퇴보하여 오히려 천국이 아닌 지옥으로 만들기도 했다. 집단학살은 덤이고. 588-25
대공황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국가연금은 개인저축과 출산을 줄이는 부작용이 있다. 그렇다면 개인기여분에 추가하여 출생율에도 은퇴연금을 연동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노르웨이와 같은 경우 유전에서 발생한 소득을 연금과는 다르게 후세대에게 이전하는 국부펀드를 만들었고 이 역시 산유국을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유명한 싱가폴 국부펀드는 산유국이 아니면서도 효율적으로 전세계에 투자하여 연금과 같이 경제적 안정을 추구한다. 648-28 732 9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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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글; 서문
1부 ─ 쐐기문자에서 그리스·로마 문명까지
1장 금융과 문자; 2장 금융과 도시; 3장 금융구조; 4장 메소포타미아의 황혼; 5장 아테네 금융; 6장 화폐혁명; 7장 로마의 금융
2부 ─ 중국이 금융에 남긴 유산
8장 중국 최초의 금융계; 9장 통일과 관료제; 10장 금융의 분기
3부 ─ 유럽이라는 도가니
11장 성전과 금융; 12장 베네치아; 13장 피보나치와 금융; 14장 불멸하는 채권; 15장 확률을 발견하다; 16장 효율적 시장; 17장 주식회사 유럽; 18장 주식회사와 탐험
19장 기획의 시대; 20장 프랑스에 인 거품; 21장 호일에 따르면; 22장 증권화와 부채
4부 ─ 국제금융시장 출현
23장 마르크스와 시장; 24장 중국의 금융업자들; 25장 러시아라는 곰; 26장 케인스가 구조하러 간다; 27장 금융의 신세계; 28장 미래 재설계; 29장 전후 이론
결론; 후주; 참고문헌; 그림 출처; 옮긴이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