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올린 게시물(비 내리는 오후에 듣는 바하
<아리오소>...)이 쓸데없는 댓글 공방으로
카페지기님에 의해 삭제된 데 따른 심적
후유증이 전혀 없진 않지만(거슬리는 댓글만
삭제하시지 않고 공들여 만든 게시물 전체를 없애버리신
데 대해 약간의 아쉬움도 있으나
카페지기님으로서는 나름의 고충과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비 내리는 아침에
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다 보니 또 한 자를 적게 된다.
중앙일보 최정동 기자가 쓴
<외계인에게 띄운 음악>이란 글을 읽다가 베토벤 현악 4중주
제13번 Op.130,
그 중에서도
제5악장 ‘카바티나’를 반복해 듣고 있다.
베토벤은 1810년에 작곡한 현악 4중주 제11번 <세리오소>
4중주 이후
14년 동안이나
현악 4중주를 가까이하지 않다가
1824년부터 1826년에 걸쳐 5곡의 현악 4중주를 더 만드는데,
이는 아마츄어 음악가인 러시아 귀족 갈리친
공작이 베토벤에게 후한 사례금을 약속하며
현악 4중주를 몇 곡 써달라고 의뢰한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제12번에서 제16번에 이르는 이 후기 현악
4중주곡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다양하고 많은
매체들에서 극도의 찬사와 경외심을 늘어놓고
있는데,
‘모든 기교를
초월하여 베토벤만의
고고한 소우주를 이룩하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멸의 금자탑이다’,
‘음악적 완성도와
내면적 깊이에 있어서 이들을 능가하는 작품은 영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애호가들의
평가대상이 되기엔 너무나 높은 곳에 위치한
음악이다’
등등 읽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표현들의 연속이다.
현악 4중주 제13번은 1825년 완성되었고 6악장 구성인데,
마지막 악장을 별개의
작품으로
독립시키고 곡을 새로 써서 마지막 악장에
다시 배치시킨 게 1826년 11월이므로
최종본을 기준으로 할 때
제13번이 후기 현악 4중주의 마지막
곡이자 베토벤 작곡인생의 최후작이기도 하다.
이 제13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카바티나(짧고 단순한 노래라는
뜻)’라는 이름이 붙은
우아한 제5악장으로 신비롭고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
누군가로부터
“베토벤이 드디어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이 카바티나 악장은 바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2번>의 제1악장,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의
제1악장 등과 함께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의
하나로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
2호 두 우주선에
실려(클래식 종류로는 7곡이 실렸는데 바하 3곡,
모차르트
1곡,
베토벤
2곡,
스트라빈스키
1곡)
지금도 우주를 항해
중인데,
언젠가 이 우주선과
마주칠 외계인에게 지구라는 별에 사는
인간이란 생명체의 음악으로 들려지게
된단다.
적막한 우주 암흑을 돌아올 기약도 없이
외롭게 떠가는 작은 여행자(우주선)를
생각할 때 이 카바티나 악장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음악은
없으리라.
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곡이 청각을 완전히
잃은 음악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난다...
태양계 밖을 날고 있던 보이저
2호 우주선이 작동 불능에 빠져
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원격조종으로 살려낸 적이 있었다는데 그 당시
지구와 보이저 2호의 거리가 185억km
였다고 하며, 보이저 우주선이 다른 별을 만나게 되는
시점은 지금부터 약 4만년 뒤라고 한다.
185억km...
4만년...
인간의 관심을 초월한
우주의 시공간에 헛웃음만 나온다.
4만년 뒤 처음으로 마주친 별에 운 좋게도
마침 외계인이 있었고 그들이 베토벤의
카바티나 악장에 감동하여 지구를 찾아왔을 때 지구의 인류가
과연 생존이나 하고 있을까?
집값 상승,
고부갈등,
카드
연체,
뱃살
빼기,
동호회
모임,
황혼이혼 등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오늘은 부다페스트 4중주단의 연주로
감상했으며,
보이저 우주선에 실린
카바티나 역시 부다페스트 4중주단이 연주했다. - 보월산방도사
베토벤 : 현악 4중주 제13번 중 제5악장
<카바티나>
(보너스)(보이저 우주선에 함께 실린) 바하 :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2번 중 제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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