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실거주 할 생각으로 빚 내서 집 샀지만?
세계일보, 김현주 기자, 2023. 1. 13.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외곽 지역 대단지에서 국민평형(전용면적 84㎡)이 4억원대에 거래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리인상 여파로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값이 빠르게 내려앉으면서 영끌족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1월 12일 뉴시스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방학동 우성2차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4억9800만원(8층)에 거래됐다.
도봉구 도봉동 극동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11월 4억9000만원(4층)에 매매됐고, 인근에 있는 도봉한신 전용면적 84㎡은 4억5500만원(5층)에 거래되면서 최고가인 2021년 8월 7억4000만원(14층) 보다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도봉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싼 편에 속한다. 최근 가격 하락세가 심화하면서 도봉구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도봉동, 방학동 위주로 국민평형 4억원대 거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서울 외곽 지역은 재작년까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이란 메리트 때문에 영끌족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지만 작년부터 본격화된 금리인상에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하락세가 더 심화했다.
도봉구보다 집값이 조금 더 비싼 노원구와 중랑구, 금천구 등에서도 소규모 단지나 나홀로 아파트를 중심으로 4억원대 거래가 속속 나오고 있다.
노원구 광덕파크빌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4억8500만원(8층)에 새 주인을 찾았고, 중랑구 그랑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4억4500만원(2층)에 손바뀜됐다.
금천구 관악산벽산타운5차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11월 5억원(12층)에 거래돼 5억원 선 붕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시세 통계에서도 서울 외곽 지역의 두드러진 하락세가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통계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도봉구(-0.77%), 노원구(-0.70%), 성북구(-0.64%)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이들 지역 집값이 크게 빠지자 뒤늦게 수억 원대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들은 고통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도봉구에 아파트를 산 30대 직장인 A씨는 "10년 이상 실거주할 생각으로 빚을 내 집을 샀지만 막상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걸 보니 후회된다"며 "더 비싸게 산 사람도 있다는 걸 위안 삼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