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지불 불능 신청 3만7,000건 상회
BC주 증가율 16.2%로 전국 최고 기록
캐나다에서 고물가와 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한 서민들이 파산이나 채무조정 절차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국 소비자 채무불이행 신청 건수가 금융위기 여파가 거셌던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가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소득보다 빠른 지출 증가, 1분기 3만7,121건 신청
연방 파산감독청(OSB)이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전국 소비자 채무불이행(insolvency) 신청 건수는 총 3만7,1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한 수치다. 분기별 수치로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그 호이스 파산 전문 수탁인은 식료품비와 유가 등 생활 필수 비용의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를 앞지르면서 많은 가구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부족한 생활비를 신용카드 등 부채로 메워온 서민들이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고물가 장기화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법적 절차를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C주·온타리오주, ‘채무조정’보다 ‘파산’ 선택 늘어
지역별로는 BC주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BC주의 채무불이행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2% 급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가 15.3%, 온타리오주가 14.7%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특히 온타리오주의 높은 증가율은 대도시권 가계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채무 상환 의지가 반영된 '소비자 채무조정'보다 자산을 포기하고 빚을 탕감받는 '개인파산'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특히 앨버타와 온타리오 지역에서는 파산 신청 증가 속도가 채무조정을 앞질렀다. 앨버타 대학교의 애나 런드 교수는 채무자들이 3~5년의 장기 상환 계획조차 감당할 여력이 없어지자 최후의 수단인 파산을 즉시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 둔화와 금리 부담 가중, 비상 자금 확보 시급
파산 전문가들은 고용 시장 둔화와 주거비 상승이 이어지면서 채무불이행 신청도 당분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전체 신청 가운데 약 80%는 주택이나 차량을 유지한 채 빚을 분할 상환하는 채무조정 형태다. 다만 가계 소득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개인파산 비중도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이스 수탁인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는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현금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별도의 비상 예산을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