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열린 비경 토왕성 폭포와 속초일대 트레킹
한동안 여유를 못내고 있다가 인천 시청에서 출발하는 뚜벅이 트레킹 카페
에 토왕성 폭포 트레킹과 속초일대 미식기행 공지를 보고 얼른 신청을했다.
친구들과 함께 가볼까했더니 다들 스케줄이 있다고 해서 혼자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신청 인원이 적어 취소되나보다 했더니 25인 승 버스로라도 다녀
온다는 결정이 났다.수익면에서 분명 적자 일텐데 강행하기로 한 것은 회원
들의 신뢰에 부응하고 신년 첫트레킹이라 어떻게든 다녀와야겠다는 카페지
기님의 성의의 발로였다는 걸 나중에 듣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하필이면 북반구를 강추위가 뒤덮은 주말이어서 준비하며 이것 저것 들었다
놓았다 하게 되었다.준비물 속에 트레킹 후 차 안에서의 보온을 위해 무릎담
요를 준비하라는게 생각나 집을 나서다 말고 플리스 반코트를 집어들고 갔는
데 탁월한 선택! 두루 요긴하게 활용했다. 8시,느긋한 출발이다.워낙 춥다고
하니까 토요일인데도 길이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11시 30분 경 속초 도착.
25년 전통 두메 산골이라는 식당에 도착해 황태찜과 정식으로 약간 이른 점
심을 먹었다.한번 스쳐가는 관광객들 보다는 아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식당이
라고 한다.밑반찬과 젓갈이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주고 푸근한 인상의 여사장
님이 강원도의 후한 인심을 보여준다.폭포입구에서 차를 내려 슬슬 걸어들어
가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는 덜 추워 마음이 놓였다. 길가에서 몇 사람이 라면
냄새를 풍기며 하하호호 웃는걸 무심히 지나치는데 카페지기님이 아!저 사람
들 저러면 안 되는데.하신다. 버너에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는거다.아니나
다를까 몇 걸음도 안 되어 카키색 방한복을 입은 분이 사진 부터 찍더니 뭐라
뭐라 한다.취사금지지역에서 불을 피웠으니 벌금을 내야할 거란다.
그 분들 꽤나 비싼 라면을 먹은 셈이다.30보도 안 떨어진 곳에 적당한 장소도
있더구만...그 추운 날,국립공원 내에서 불을 피워 라면을 끓여먹을 생각을 했
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옷차림들을 봐서는 등산 좀 했다 할 만한 사람
들인데 세상을 너무 우습게 본 것 같다.길은 평탄하게 이어지다가 출렁다리를
지나가게 되는데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소리가 계곡을 울린다. 흔들흔들 하는
다리에 맞춰 걸음을 옮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육담폭포에 이어 비룡폭포까지
올랐다. 계곡물은 얼어서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가 육담폭포인지 모르겠으나
비룡폭포는 물줄기가 제법되어 척 보니 알겠다.물이 흐르다 꽝꽝 얼었고 폭포
아래 고인 물은 썰매를 타도 될 만하다. 비룡폭포에서부터 토왕성 폭포 전망대
까지는 약 400 미터.거리는 짧지만 계단의 연속이다. 몇 명 안 되는 일행들의
발걸음이 빨라 서둘렀더니 꽤 힘도 들고 땀도 많이 났다. 급한 일도 없으니
쉬엄쉬엄 사방을 둘러보며 올라도 되겠구만 날씨 탓이랄지,덕분이랄지,전망대
는 그리 혼잡하지 않아 좋았는데 수량 적은 폭포물은 얼어붙어 기대 만큼은 아
니었고 역광이라 사진도 별로여서 살짝 실망하긴 했어도 추위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보고 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꽤 뿌듯했다. 권금성으로 오르는 케이
블카를 바라다 보면서 다음엔 저걸 좀 타봐야겠다는 생각을 햇다. 신흥사 쪽
으로 갔더니 그나마 트인 곳이라 칼 바람이 분다. 등산화 속으로도 찬바람이
스며들어 긴 양말을 신고 왔어야 했는데.. 후회가 되었다.그러나 만약 그 신을
신고 갔다면 폭포 오르는 계단길이 더 힘들었을 거다. 신흥사에서 오른쪽으로
는 흔들바위, 울산바위까지 오를 수 있다. 흔들 바위 올랐던 기억이 아득하다.
신흥사에는 통일대불이라는 엄청난 철불이 위용을 자랑하고 그 앞에다 전각
을 짓는 불사를 하는 중인데 좁은 공간에 들어설 자리나 있는지 모르겠다.
대웅전 앞에서 바라다 보이는 설악산 줄기가 장관이어서 한동안 바라보았다.
절에선 역시 문살~나름 공들여 찍는 중,갑자기 전화기가 깜깜해졌다.이리저
리 해봐도 요지부동.하필이면 명부전 앞이다.군데군데 부러진 곳도 있고 낡
았지만 패치워크해놓은 것 같아 찍어보려던 참이었는데..최첨단의 전화기가
절의 기에 눌렸나,날이 추워 이러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무엇보다도 사진
이고 연락처고 백업해놓지않은 게 후회막심.한편으론 마음을 비우라는 뜻인
가싶기도 했고.숙소는 1인실로 신청했더니 침대방이다.방도 욕실도 널찍하고
이부자리는 깨끗하고 방바닥에도 온기가돌아 훈훈하다.저녁은 생선구이.식당
이름은 사장님 이름에 옥자가 들어있어 옥이네~반찬도 깔끔하고 맛깔 스럽다.
나올 때 보니 명태김치가 이집의 명물이란다.택배도 된다 해서 혹시나 하고 명
함 한 장을 받아두었다. 일행과 함께온 사람들은 밤바다 구경을 간다고 나가는
데 전화기 때문에 신경도 쓰이고해서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TV를 보았다.
아침에 모이라는 시간에 늦을까봐 모닝콜을 부탁해 두었다.예전에 스페인으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하러 가면서 짐무게 줄인다고 시계를 안 차고 가서 후회
했었던 것까지 떠올랐다. 산행용으로 가벼운 시계를 꼭 장만해야겠다는 결심
을 했다. 둘쨋날은 일출을 보러 해맞이 공원에 가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설악산이 영하 28.1도라는 뉴스를 보고 나갔는데 그런대로 견딜 만 하다.일출
의 순간은 볼 수 없었지만 두껍게 깔린 구름 위로 해가 솟는 걸 보니 호연지기,
새해의 시작이 이만하면 아주 좋은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피어오르는
안개를 보니 예사롭지 않다. 무척 추운 날이기는 하다. 아침은 맑은 대구탕.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이 속을 뎁혀준다. 해안가를 따라 걷기시작했다.파도가
밀려온 자리는 모래가 꽝꽝 얼어있었다.대포항,외옹치 해변,청초호를 한 바퀴
돌고...속초시장 구경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속초시장에만 가면 실없이
닭강정을 사들게 되는 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대망의 아바이 순대. 오만
식당이 다 1박2일에 나왔다는 간판을 붙이고 있다. "진짜로 1박2일에 나왔다"
는 간판이 붙은 단천식당에서 아직 못 먹어보았던 오징어 순대와 비빔냉면을
먹었다.속이 꽉 찬 오징어가 질길 것 같았는데 부드럽다. 비린내도 모르겠고
곁들이로 나온 가자미 식해도 잘 삭았다. 공정여행이 뭐 별거라냐 ~그 지역의
산물을 사는 것도 여행의 재미이기도 하다.가자미 식해와 오징어 순대도 산다.
어차피 차에 싣고 움직일 것이니 영금정 일대를 걷고 전망대를 오르는 것으로
일정 마무리.동해바다의 물빛은 역시 다르다. 태평양 저 쯤,하와이와도 이어지
는 짙은 잉크색. 마우이섬에서 바다를가르며 고래 보러 갈 때의 물빛을 닮았다.
빡빡하지 않은 일정에 인원이 적으니 시간도 잘들 지키고, 전혀 무리가 없다.
사진 찍을 일이 없으니 한편으로는 한갓지다는 생각도 들었다. 걱정해주시는
분들께는 마음속에 담고 가지요..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전화기가 자동으로
Lock Up이 된 거였다. 배터리 일체형 전화기는 가끔 전원을 껐다 켜주어야 한
다는 걸 전화기 살때 대리점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던가,얘기 해줬는데 잊었다던
가 둘 중 하나다. 음량 줄이는 버튼과 전원 버튼을 동시에 10초간 누르고 있으
면 풀린다는 거여서 잠깐 허탈했지만 일단 전화기에 이상이 없다니 다행스럽기
만 하다. 요즘은 전화를 거는 일도 받는 일도 거의 없게 되었는데 대신 카톡이
엄청나다. 약 이틀 동안 불통되었을 뿐인데 카톡이 86개라는 숫자가 떠있었다.
(옮긴 글)
|
첫댓글 아~~ 색동저고리님! 넘 반갑습니다. 오래간만이에요.
그간 교회에서..카페에서도 뵈올 수없어서 편찮으신가
무척 걱정되드군요. 이렇게 만나뵐 수있어서 얼마나 반가운지요.
가만히있어도 지치는 폭염.. 힘드실텐데...
큰 기쁨을 안겨주는 아름다운 님의 댓글 ..
시원한 Ice Tea....행복한 밤입니다.
색동저고리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무더위에 건강 관리 잘 하시고 개강하면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 바랍니다.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