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밖에 모르셨던 엄마가 부대자루 만드는 부인산업공장을 다니시면서
국민은행통장을 개설하셔서 사용하던 통장을 어제부로 해지시켰다.
한푼 두푼 모아서 적금으로 바꾸시고
그 적금이 만기되면 다시 정기예탁으로 전환시켜서 목돈을 만들어 가셨던 통장이다.
어제 그마저 해약을 하셨다.
교회가 이전을 하면서 잔금이 부족해서 천만원을 친구 목사님께 빌렸는데 병원비로 돈이 필요하시다고 연락이 왔다.
많이 망설이다가 엄마를 찾아갔다.
친구 목사님한테 잔금을 빌렸는데 돈을 해달라고 하는데 ...
"그럼 나랑 국민은행에 가자.
괜히 친구랑 돈때문에 맘상하면 안돼지 ..."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 돈을 갚기 위해서
어쩌면 당신의 전부를 내주셨다.
예탁금 685만원과 입출금 잔액 6만8천원을 정리해서 700만원을 주시며 모자라는건 준비할 수 있느냐고 하신다.
혹여 자식이 신용을 잃을까 싶어
당신의 전부를 기꺼이 내주는 맘,
그것이 어미의 심정인가 보다!
난 아직도 부모를 위해 그런 준비가 덜되었는데 ...
종종 늙으신 엄마를 앞세워 다녔던 은행문턱이지만
오늘은 맘이 무겁고 눈물이 난다.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은행창구로 모신게 미안하기만 하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들고 병들어서 은행에 올 수 없을것 같으니 ...
40년 동안 사용했던 통장인데 해지시켜 주구려"
그래도 자식의 자존심을 지켜주시려고 ...
겨울바람이 그 여느때보다 차게 다가온다.
힘없이 처진 엄마의 어깨를 바라보며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으며 "엄마 미안해" 라는 말로 대신한다.
첫댓글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는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