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낮에 졸음이 쏟아진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는 환경 변화에 몸이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몸이 적응을 마치면 대부분 사라진다. 그런데 충분히 자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졸음이 쏟아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주간에 쏟아지는 졸음은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상태임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당부 된다.
푹 자도 눈꺼풀이 늘 무겁다면,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낮이면 풀리는 눈, 치매 다가오는 신호일지도
7일(현지 시각) CNN은 미국신경의학회의 ‘신경학(Neurology)’ 저널에 낮에 쏟아지는 졸음과 치매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가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주간 졸음과 흥미 부족을 경험한 사람의 35.5%가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MCR)’을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증상이 없는 이들은 이 증후군의 발병 위험이 6.7%에 그쳤다. MCR은 치매나 운동장애가 없지만,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기억력이 감퇴하여 일상 속 불편함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2배 이상 높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치매가 없는 평균 연령 76세인 성인 4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트레이드밀을 이용해 참가자들의 보행 속도를 기록하고, 동시에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 △수면 시간 등 수면의 질과 양에 대한 설문 데이터를 매년 수집했다.
분석 결과, 수면의 질이 낮은 사람들은 MCR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낮 시간대에 잠이 오거나 일에 대한 흥미가 감소하는 증상을 겪은 이들은 MCR 위험이 3.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 결과는 자가 보고에 의존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수면 장애와 인지 기능 저하의 연관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푹 자도 꾸벅꾸벅…기면병 등 의심해 봐야
낮에 쏟아지는 졸음은 치매 전조증상과 연관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면병이다. 기면병은 수면장애의 일종으로,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어 15분 정도 잔 후에 깨어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밖에도 수면마비, 탄력발작, 가위눌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 증상이 나타날 경우 기면병을 의심하고 가까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침대에 누워서 잔 시간은 충분한데, 낮에 졸리고 피곤하다면 수면 무호흡증, 하지 불안 증후군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이들은 미세 각성을 유발하여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낮에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입이 바짝 말라 있고 심한 코골이와 무호흡이 이어진다면 수면 무호흡증을 의심해야 한다. 하지 불안 증후군은 잠들기 전에 다리가 불편해 다리를 자꾸 움직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두 질환 역시 신경과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 및 치료받을 수 있다.
유독 밥을 먹고 난 후에만 졸음이 쏟아진다면 혈당 조절이 잘 안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과식, 탄수화물 과다 섭취 등으로 인해 식후 혈당 수치가 급격히 오르면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혈당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처럼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내려가는 현상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하며, 이는 졸음을 비롯하여 두통, 토기, 초조함 등 다양한 이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즉 식후 쏟아지는 졸음은 혈당이 널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의미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체지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당뇨병 등 성인병 발병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과식을 삼가고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며, 혹 과식했다면 바로 앉지 말고 스쿼트 등을 통해 대근육을 움직여 혈당 수치를 안정화하는 것이 좋다.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