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명절이라고 고향에 내려간다고 들떠있단다.
외국에서 보내야 하는 내 마음 또한 엄마 아버지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괜히 쓸쓸한 마음에 오차드 거리를 갔다가 사진 몇 장 담아왔다.
ION 쇼핑센터의 앞모습 지난해에 이 건물의 입구에 주저 앉아 맨손으로 세면을 문지르던
눈과 치아만 반짝거리던 동남아 노동자의 모습이 기억난다.
기러기 엄마로 살다 보면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아이들 유학 시킨다고 1불이라도 아끼고 아끼며
사는 생활이라서 택시를 타거나 명품거리에서
쇼핑을 하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을 해서인지
거의 오차드를 나가는 일이 없었다.
마침 버스를 타고 지나는 길에 최근에 새로생긴 ION쇼핑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 잔디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시커멓게 탄 동남아 노동자들의 모습도 동시에 내 눈에 들어왔다.
빛나는 명품은 숨쉬는 것이 아니지만
시커멓게 탄 얼굴에 눈만 반짝이는 이들은 나와 똑 같이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에 내 눈은 명품 상가 보다는 이들에
더 많은 관심과 애착이 간다.
싱가폴 오차드는 명품의 거리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 빛나는 명품 뒤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은 기억에도 없을 것이다.
무관세로 명품을 판다는 소문을 익히 알고 있어서 인지 유명 쇼핑센터에는
일부러 쇼핑관광을 오는 그룹들도 있단다.
한국인 대상 여행사 직원 말에 의하면 한국 아줌마들 명품쇼핑 상품 만들어서
세일 기간에 재미를 봤단다.
한국에 들어오는 유명브랜드가 워낙 비싸다보니 관세 없이 이곳에서
핸드백이나 지갑 정도를 잘 사면 비행기 타고 올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씁쓸한 기분은 없는 사람의 괜한 자존심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한국 여성들이 들고다니는 가방을 보면 왜 그리 루이비똥이 많은지 이해가 된다.
오차드 한복판에 새로 지은 초 고층의 ION 건물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시내는 대부분 일방 통행이라서 서쪽에서 시내로 들어갈때는 오차드 쇼핑 거리를 통과해서 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쇼핑거리에서 한참을 걸어가 뒷 블럭에서 차를 타야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높은 ION 빌딩의 꼭대기를 올려다 보면서
참 높기도 하다는 생각과 함께 고개가 아프다.
근데 자세히 보면 높이만 높은게 아니라 빌딩의 넓이 또한 규모가 대단하다.
ION빌딩을 통과해서 MRT를 탈 수 있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 오차드 거리에서
뒷 블럭으로 나오는데도 ION건물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가 길을 잃어서
안에서 한참을 헤메다 왔다.
ION과 다까시마야 건물이 오차드의 쇼핑센터 중에서는 제일 규모가 큰것 같다.
붉은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다까시마야 건물은 중앙에 "의안성" 이라고 쓰여진 통로를
중심으로 A동 B동으로 나눠져 있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물이라서
사진에 잘 안담았더니 아이가 왜 엄마는 다까시마야 빌딩은 사진을 안찍냐고 묻는다.
일본 건물인데 우리나라 독도 이름을 쓴것이 기분나빠서 사진을 안찍는다 했는데
길가에 앉아 있는 노무자들을 사진에 담는 사이에 멀리서 사진 속으로 들어왔다.
싱가폴의 빛나는 명품상가 뒤어는 동남아의 아주 저렴한 인력들이 있다.
하루 종일 어디에선가 일을 하고 저녁무렵 상가 뒷편의 인도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다.
몇 분 후에 트럭이 오더니 앞에 정차하자 이들은 하나 둘 트럭에 올라탄다.
처음에 싱가폴에 도착했을때 트럭에 사람을 가득 태우고 시내를 누비는 트럭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랬었다.더군다나 비오는 날이 많은 싱가폴에서 비오는 날에도 이렇게
트럭 두에 사람을 태우고 달린다.
사람들은 재빠르게 트럭에 나눠 타고 어디론가 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