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는 못봤는데,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봄날은 간다를 보다 딱걸린 어떤 분... 참 같은 남자로서 연민을 느낍니다. 정말 조심해야 하는데... 특히 그렇게 센치해지는 영화볼때는...
하긴 그 영화 극장에서 보고 나오는데, '아, 영화 진짜 잘만들었다, 어쩜 연애 감정을 저렇게 세밀하게 그려내냐,' 한마디 했더니
'어떤 점에서 그래?' 하고 바로 유도심문을 날리더만요, 같이 본 어떤 사람이... 흠... 항상 조심 또 조심할 일입니다.
근데, 정혜님이 비디오로 본 영화들, 극장에서 보셨다면 맛이 더특별했을걸...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크린으로 볼때 갈대숲 한가운데 서있는 유지태의 모습이 눈에 시리고,
마지막 화면을 가득 채우는 빌리 엘리엇의 비상이 가슴 벅차게 하고,
아멜리에의 엉뚱한 상상에 익명의 다른 관객들과 킥킥 거릴텐데 말이죠.
아, 그 커다란 스크린으로 뉴논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춤추는 대수사선'같이 뉴논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미치게 해봅니다.
어디까지나 상상일뿐이지만요...
재미난 비됴 얘기, 잘 읽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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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분위기가 좀처럼 우울함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네요.
흠, 그저 기분 좀 바꾸시라고 최근 본 비디오 감상기를 적어 볼까 합니다.
몇 주에 걸쳐 제 취향대로 본 것들이라, 아주 최신 비디오라 할 수도 없고 객관성도 없습니다만...^^;
또 어차피 일요일이 다 끝나 가는 마당이라 이제 와서 비디오를 빌려 보러 나가시라고 추천하는 것도 아니게 되었습니다만.
요새 어떤 비디오가 나왔나 궁금해하시는 분들, 그저 참고만 하세요.
어차피 제 취향대로 쓰는 감상기이기에, 나름대로의 순위를 매겨봤습니다. 완전 객관성 무시의 순위이므로 의의를 다셔도 소용없습니다요.(참고로 전 유쾌하고 즐거운 사랑 얘기나 코미디를 특히 좋아합니다...^^)
1. <GO!>
말 그대로 유쾌, 통쾌, 상쾌했던 영화...아무래도 원작이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네요(가네시로 카즈키라는 재일쿄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데 일본에서 꽤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더군요. 전 영화가 넘 재미있어서 이 소설까지 봤답니다).
비디오 표지만 보면 뭐 꼭 불량 청소년 영화 같은 느낌이 나지만, 사실은 우리 재일교포 3세대 젊은이의 갈등 상황에 대해 가볍게(헌데 남은 느낌은 결코 가볍지 않았음..) 다룬 영화입니다(주인공은 계속 이 영화가 사랑 얘기라고 주장합니다...맞는 말인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코 쉬운 사랑은 아니죠).
젊은이로서 옳지 않은 일이 더 많고 허점투성이인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사실 어떤 나라건 어떤 상황에서건 쉽지 않겠구나 새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본 일본 영화 중 수작(秀作) 쪽에 꼽고 싶을 정도고, 우리 배우인 명계남 씨와 김민 씨도 까메오 출연합니다.
참,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배우도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일본통인 친구 얘기로는 한참 뜨고 있는 인기 많은 배우라더군요.
단, 이 영화의 약점은...한국인으로 출연하고 있는 대개의 주인공들이 사실은 일본인이기 때문에 자막이 나오는 일본어보다 자막 없는 한국어가 더 알아듣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도 볼 때 너무 알아듣기 힘들어서 한국어 부분만 대여섯 번씩 돌려보는 불행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한국인이 말하는 것 같지 않은 한국어... 뭐 일본인들이 볼 때는 관계없었겠습니다만, 참기 어렵더군요. "저거 한국어 맞나...?"
그리고..참고 사항.
영화에서는 알 수 없지만, 알고 있어야 이해하기 쉬운 몇 가지 사실(전 나중에 소설을 보다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주인공 스기하라 아버지가 하는 가게는 '파친코 경품 교환소'입니다.
파친코가 뭔지 아시죠? 일본인들의 국민 오락...우리나라 성인 오락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구슬 놀이입니다. 구슬이 내려오면서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점수를 따고 동시에 슬롯머신 같이 생긴 것이 돌아가서 그림 맞추기를 하면서 또 점수가 올라가는...(사실은 저도 실제 해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설명 드리기가...) 하여튼 이 기계로 점수를 많이 따면 구슬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을 파친코장에서는 경품으로 지급합니다. 현금 지급은 불법이기 때문이죠. 그 대신 파친코장에는 어디나 바로 옆에 이 경품을 현금으로 바꿔 주는 경품 교환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현물 가격보다는 못한 액수를 주죠. 경품 교환소는 그 차액을 이익으로 가져갑니다. 큰 힘 들이지 않고 상당한 돈을 만질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의 파친코는 야쿠자와 연계되어 있다고 하는데, 스기하라의 아버지는 일본인 야쿠자든 교포 야쿠자든 누구하고도 관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아무 배경 없이 돈 많이 벌리는 업소를 몇 개씩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경찰 OB들이 그 업소를 탐냈고, 연결되어 있는 파친코 업주들을 협박해서 스기하라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고 자기들에게 그 업소를 넘기도록 종용합니다.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받게 되는 불이익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버지가 한마디 던지는 스페인어가 있습니다. 영화상에서는 해석되지 않습니다만, 그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No soy coreano no soy japon s, yo soy desarraigado
나는 조선사람도 일본사람도 아닌, 떠다니는 일개부초다.
2. <봄날은 간다>
뭐 많은 분들이 보셨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설명할 필요를 못 느끼겠습니다만. 몇 마디 감상평을 덧붙이자면...
이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절대 애인과 같이 보러 가지 말라는 얘기가 나왔었지요. 비디오로나마 뒤늦게 보고 나니 왜 그런 얘기가 나왔나 이해되더군요.
같이 본 어떤 사람(?)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스무 살 때의 가슴 아픈 추억을 다 털어놓더군요. 너무나 자기 얘기 같다나요...(정말 딱 걸렸습니다.)
그만큼 사랑에 대해 여과 없이 정말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시각이 아닌 남성 시각으로 보는 연애에 대한 영화라 그런가, 잔인할 정도로 그 속 쓰리고 안타까운 순간을 자세히 묘사한 것 같더군요.
멋진 화면과 섬세한 묘사, 근사했습니다.
그런데...궁금한 것 하나.
남자들은(물론 순진하던 때이겠지만) 그렇게 연애 후유증이 오래 가나요? 한 반년 사귄 것 같던데 참 아픔이 크더구만요... 여자들이 너무 현실적인 건가? 여자들은 아무리 아픔이 커도 자기 할 일은 다 하는 것 같던데... 아닌가?
3. <빌리 엘리어트>
보는 내내 주인공이 부러웠던 영화입니다.
환경도 열악하고, 뜻대로 되는 일도 없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그거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는 어린 친구.
그리고 그 열정을 알고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선생님과 친구, 아버지...
저 친구 이상 부자는 없을 것이다...그렇게 부러워지더군요.
헌데...사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주인공이 가진 건 별로 없거든요. 그 친구가 가진 건 사실 꿈 하나. 바로 그 꿈이 무엇이든 가능케하는 원동력이었을까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 무얼까 생각해 본다면, 사실 누구나 저 친구만큼 행복한 결론에 이를 수 있으리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행복한 느낌을 주는 이유. 바로 그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따뜻한 시선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너무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4. <아멜리에>
주인공이 너무 귀여운 영화.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가 생각보단 좀 지루한 느낌이 강한 영화였습니다. (전 프랑스 영화를 보다 졸았던 적이 많아서...역시 프랑스어에 약한가...)
사랑이란 불확실한 감정에 용기를 내고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뭐 그런 생각을 했구요. 주위를 행복하게 만드느라 애쓰는 주인공의 발랄한 모습이 좋았습니다.
에구 어떻게 그렇게 눈동자가 크고 검을 수 있는지, 주인공의 얼굴, 특히 눈이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5. <프린세스 다이어리>
제 순정만화적 감수성에 문제가 생긴 건지... 영화 자체가 재미없었던 건지... 어쨌든 최근 본 영화 중 저로선 제일 재미없었던 영화입니다.
주인공이 올바른 사랑의 길을 선택했다는 데 대해서만큼은 만족했습니다만...
<귀여운 여인>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고 해서 그만큼의 느낌을 기대한 게 잘못이었을까요? 아님, 그 영화는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라는 출중한 배우 덕에 볼 만했던 걸까요?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던 영화입니다.
영화 순서는 앞에서 말했듯이 제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른 순위를 따른 것입니다. 그러니...오해는 마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1순위로 꼽은 <GO!>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스기하라는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재일쿄포라는 자신의 존재 때문에 국가니 민족이니 이름이니 하는 것을 모두 부정하고 싶어합니다. 나는 나일 뿐인데 그렇게 무언가로 규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고 말이죠.
자신의 존재를 더 큰 존재에 묶음으로써 규정하려 하는 건 용기 없는 자의 행동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국가니 민족이니 단체니 하는 것들을 부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어차피 이미 난 그 속에 묻혀 있고, 또 그 보호를 받고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런 이름으로 부당한 폭력이나 위협을 행하려 할 때 그 속에 있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속에 묻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따라야 할까요?
며칠 동계올림픽으로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올림픽이란 이름이 중계료 얼마, 광고료 얼마, 상업적 이익 얼마 하고 가치 매김을 할 때부터 사실 그 이름은 향기를 잃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지켜져야 할 아마추어 스포츠의 공정성이란 것마저 한 나라의 애국심 고양과 스타 메이킹 때문에 무너졌다 생각하니 많이 슬퍼지더군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에 늘 스스로의 비판 능력을 자랑하던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 능력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가장 힘이 센 나라가 아무렇지 않게 국수주의나 국가주의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에 대한 비판을 해야할 언론마저 그에 편승을 한다면, 스스로의 정화 능력을 잃은 나라는 다른 나라에 위협적 존재가 될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국가라든가 애국심이라는 이름 앞에선 저렇게 모든 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올림픽이 전세계 사람들한테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게 고작 이런 것일까 생각하니 슬퍼지더군요.
우리 그냥 저들을 불쌍히 여깁시다.
저들이 뭐라 하건 사실 누가 진정한 1위였는지 다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 저러니 우리도 똑같이 하자. 우리도 누구처럼 테러를 하자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그래도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세상을 너무 포기하는 것 같아 슬퍼집니다.
더러운 금메달로 얻은 1위라는 이름이 무슨 소용입니까...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요.
<GO!>에서 주인공의 친구 정일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을 옮겨 적습니다.
여기서 갑자기 얼토당토않은 글을 쓰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글이더군요.
열분들도 혹 이런 저런 일로 흥분될 때 이 글을 떠올려보시길...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내가 어떤 이름의 어디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 부당한 일을 당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같은 이유로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행하는 일도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