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아침이 이렇게 편안해도 되는지 미안할 만큼의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어요. 아직도 비가 오고 있는데 뽀송뽀송해진 빨랫감이 어둠 사이로 만져졌어요. 1. 빨래가 가장 잘 마를 때가 언제일까요? 1) 햇볕이 쨍 쨍 한 날 2) 바람이 부는 날 3) 흐린 날 4) 맑은 날 50년도 넘은 시험 지문이 또렷합니다. 정답이 1번일까요? 2번일까요? 내가 오답을 쓴 이유는 이솝우화(나그네 옷 벗기기)의 잔상이 남아있어서 그랬을 것입니다. 기준도 없고 가치관이 모호하고, 시대정신마저 사라진 포스트모던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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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내 것만 챙깁니다. 의지할 사상이 없으니 군중만 남는 상황입니다. 라캉이 '집단주의'와 '관계'를 접고 나만의 '자유인'에 삶을 살라고 하더이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율법의 목표로 둔 성경의 가르침과 정면충돌하는 사상 가운데 과감히 플라톤을 잘라냈고 라캉과 편먹기로 작정하고 살고 있습니다. 일주일의 한 번 교회에 올인 하는 것은 쉼을(창의력) 송두리째 갖다 바치는 꼴입니다. 가장 젊은 날 가장 좋은 것으로 장장 30년을 오롯이 바쳤으니 남은 인생은 이기적으로 나를 위해서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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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밥을 먹으면서 어떻게 매번 잘 먹느냐고 '대충 떼 우는 밥'도 괜찮다 말한 에스더가 선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부지한테 그런 말을 하는 딸년이 대견합니다. 엄마 집 밥을 마다하고 고시원에 들어간 공주를 응원합니다. 라캉은 인간의 발달 단계를 3가지로 말합니다. 상상 계는 어린아이의 세계입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내가 누군 인지 판단해요. 그래서 '거울 단계'라고도 합니다. 언어를 배우기 전 단계로 이미지의 세계라 자아는 허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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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오이디푸스 단계'인데 아버지를 닮으려 하고 따라 합니다. 아버지(혹은 어머니)로 상징되는 타자의 욕망을 우리는 욕망하는 상징 계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언어로 이루어지고, 언어로 관계하는 언어의 세계인데, 상상 계에서는 그저 보고 알았다면, 상징 계에서는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고 그것이 무엇이라고 말합니다. 상징 계 넘어가 실재 계(the Real Order)입니다. 욕망이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지점이자 절대로 도달할 수 없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실재 계는 ‘어머니 자궁’ 같은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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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귀 기울이고, 그러한 너 자신을 욕망하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거세를 거쳐야만(상징 계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만) 실재 계를 보게 됩니다. 거울 단계인 상상 계(imaginary Order)에 머물러 있는 예주가 상징 계로(Symbolic Order) 뚫고 들어가는 그날을 염원하면서 아비는 소중한 오늘 하루도 춤추듯 살 것입니다. I woke up after a good night's sleep to the point where I felt sorry about whether my morning could be this comfortable.
2024.11.17.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