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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에서 만난 바캉스] 진짜 휴식을 찾았다
▲ 돌담길이 아름다운 고성 학동마을. 학이 내려와 알을 품는 지세로 명당으로 꼽힌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남해안. 여름 휴가철을 맞아 찾아간 여행길.
첫 번째 답사지로 고성 장산 숲에 들렀다. 고려 말 신돈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귀양 온 허기 선생이 머물었다는 곳이다. 물푸레나무와 푸조나무, 느티나무 등이 하늘을 가릴 만큼
평온한 숲.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경관이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도 충분할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시골 마을 숲으로 방치된 느낌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일인지 모르겠다.
장산 숲 연못. 자연미가 돋보인다.
■연꽃이 흐드러진 상리 공원
장산 숲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상리 공원에 도착했다. 산책길 옆으로 조성된 섶다리와 돌탑에다 정자까지 어우러진 풍경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장산 숲이 가진 자연미까지 보태면 얼마나 좋을까.
상리공원에서 10여 분 달려가면 돌담길이 아름다운 학동마을이 반겨준다. 황토에 납작한 돌을 섞어 쌓은 흙담이 탐스럽게 늘어선 골목길이 정겹다. 70여 채가 모여 있는 마을 안쪽에 전주 최씨 종가가 있다. 호기심에 문을 여니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지난해에 귀향했다는 12대 종손 최원석 씨가 인사를 한다. 최 씨는 학동마을의 지기(地氣)가 남달라 국회의원이 두 명이나 탄생했다고 귀띔한다.
다시 핸들을 잡고 1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송천 참다래 마을. 썰물 때면 육지와 연결된다는 솔섬이 있는 마을이다. 해안 산책길을 따라 5분가량 걸어서 찾아간 솔섬. 밀물 때라 쪽빛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모습 밖에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정취는 절경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그런 풍광에도 불구하고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휴가를 즐기는 사람은 단 한 가구뿐이었다. '숨겨진 비경'이라는 말은 이런 때 사용하는 것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연대도. 통영 달아항에서 도선을 타고 뱃길로 15분을 달려서 도착한 섬이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여행을 떠나요.
선착장에 내리면 통영에서 건너왔다는 4인조 밴드가 앰프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한다. 흥겨운 마음에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인근 만지도와 연결하는 길이 100m 규모의 출렁다리가 펼쳐진다. 주민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연대도와 출렁다리로 연결된 만지도. 만지도는 주민이 20가구도 채 안 되는 섬이지만 지난 1월 출렁다리가 완공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한다. 그 분위기를 반영하듯 만지도 해변에는 모터보트 2대가 물살을 가르며 오간다. 피서온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는 모습도 보인다.
연대도 마을 길. 나지막한 담장이 정겹다.
■몽돌밭이 정겨운 연대도
연대도로 돌아와 마을 길로 접어들면 몽돌 해변으로 안내하는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골목 안쪽으로 담장이 낮은 집들의 대문에 적혀 있는 사연들이 재미있다.
"돌담이 아름다운 집. 전통 어가를 그대로 간직한 백옥수 할머니 집으로 영화 '백 프로'에 나온 집입니다."
"허우두리 할머니 집. 연대도에서 태어나 오늘까지 시금치 마늘 등 밭농사를 지으십니다. 젊었을 때는 한 미모 하셨답니다."
마을 위편에는 교회가 있다. 목사와 신도 한 명이 전 가족인 '초미니 교회'다. 신도 한 명을 위해 3년 전에 육지에서 이주해 왔다는 목사님은 "연대도를 너무 좋다."고 말했다.
뒷동산에 올라서면 협곡 사이로 멀리 수평선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협곡 아래로 걸어 내려가면 몽돌밭이 펼쳐진다.
수천 년 세월을 거친 파도에 시달리며 모를 깎아온 몽돌밭. 은빛 모래로 깔끔하게 정비된 유명 해수욕장보다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 탓일까.
돌아오는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마을로 내려오니 배가 출출하다. 자연산 횟집이라고 써 붙인 식당에 들어가 라면을 청하니 전복, 대게, 미더덕 등 해물을 한껏 넣은 해물라면을 끓여준다. 패스트 푸드의 대명사인 라면까지 웰빙식으로 제공하는 섬마을. 입이 호강하는 곳이다.
선착장 옆 방파제에 다가서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망망대해에 외로이 뜬 작은 섬 연대도. 방파제의 끝머리에 앉아 말없이 낚싯줄을 드리우는 사람들.
세월을 낚는 것일까. 아니면 대어를 기다리는 것일까.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소중한 휴가를 이 작은 섬에서 보내고 있는지. 끊임없는 상념 속에 고개를 돌리니 달아항으로 가는 도선이 선착장에 도착해 었다.
글·사진=정순형 선임기자
여행 팁
■교통편
대중교통;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통영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1시간 40분 소요. 요금 1만 2천 원. 통영터미널에서 달아항까지는 530번 시내 버스를 타면 된다.
자가운전; 가락대로를 타고 가다 거가대로를 거쳐서 거제대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1시간 50분 소요. 통행료. 1만 1천 원.
달아항에서 연대도까지는 하루 7번 도선이 운행한다. 운임은 성인 1인 기준 4천 원.
■먹거리
통영에는 생선 한정식(사진)이 유명하다. 해파리냉채에 고사리나물 가지탕수육 오징어무침 등 밑반찬이 풍성하다. 생선구이도 볼락과 우럭, 전갱이 등이 푸짐하게 나온다. 항구에 있는 식당답게 솜씨도 뛰어나 생선의 육질이 졸깃졸깃하고 양념이 되어 있어 먹기도 편하다. 1인분 1만 원. 소담한정식. 055-3918-8847. 정순형 선임기자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남해안. 여름 휴가철을 맞아 찾아간 여행길.
첫 번째 답사지로 고성 장산 숲에 들렀다. 고려 말 신돈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귀양 온 허기 선생이 머물었다는 곳이다. 물푸레나무와 푸조나무, 느티나무 등이 하늘을 가릴 만큼
평온한 숲.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경관이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도 충분할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시골 마을 숲으로 방치된 느낌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일인지 모르겠다.
장산 숲 연못. 자연미가 돋보인다. |
■연꽃이 흐드러진 상리 공원
장산 숲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상리 공원에 도착했다. 산책길 옆으로 조성된 섶다리와 돌탑에다 정자까지 어우러진 풍경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장산 숲이 가진 자연미까지 보태면 얼마나 좋을까.
상리공원에서 10여 분 달려가면 돌담길이 아름다운 학동마을이 반겨준다. 황토에 납작한 돌을 섞어 쌓은 흙담이 탐스럽게 늘어선 골목길이 정겹다. 70여 채가 모여 있는 마을 안쪽에 전주 최씨 종가가 있다. 호기심에 문을 여니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지난해에 귀향했다는 12대 종손 최원석 씨가 인사를 한다. 최 씨는 학동마을의 지기(地氣)가 남달라 국회의원이 두 명이나 탄생했다고 귀띔한다.
다시 핸들을 잡고 1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송천 참다래 마을. 썰물 때면 육지와 연결된다는 솔섬이 있는 마을이다. 해안 산책길을 따라 5분가량 걸어서 찾아간 솔섬. 밀물 때라 쪽빛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모습 밖에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정취는 절경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그런 풍광에도 불구하고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휴가를 즐기는 사람은 단 한 가구뿐이었다. '숨겨진 비경'이라는 말은 이런 때 사용하는 것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연대도. 통영 달아항에서 도선을 타고 뱃길로 15분을 달려서 도착한 섬이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여행을 떠나요.
선착장에 내리면 통영에서 건너왔다는 4인조 밴드가 앰프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한다. 흥겨운 마음에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인근 만지도와 연결하는 길이 100m 규모의 출렁다리가 펼쳐진다. 주민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연대도와 출렁다리로 연결된 만지도. 만지도는 주민이 20가구도 채 안 되는 섬이지만 지난 1월 출렁다리가 완공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한다. 그 분위기를 반영하듯 만지도 해변에는 모터보트 2대가 물살을 가르며 오간다. 피서온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는 모습도 보인다.
연대도 마을 길. 나지막한 담장이 정겹다. |
■몽돌밭이 정겨운 연대도
연대도로 돌아와 마을 길로 접어들면 몽돌 해변으로 안내하는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골목 안쪽으로 담장이 낮은 집들의 대문에 적혀 있는 사연들이 재미있다.
"돌담이 아름다운 집. 전통 어가를 그대로 간직한 백옥수 할머니 집으로 영화 '백 프로'에 나온 집입니다."
"허우두리 할머니 집. 연대도에서 태어나 오늘까지 시금치 마늘 등 밭농사를 지으십니다. 젊었을 때는 한 미모 하셨답니다."
마을 위편에는 교회가 있다. 목사와 신도 한 명이 전 가족인 '초미니 교회'다. 신도 한 명을 위해 3년 전에 육지에서 이주해 왔다는 목사님은 "연대도를 너무 좋다."고 말했다.
뒷동산에 올라서면 협곡 사이로 멀리 수평선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협곡 아래로 걸어 내려가면 몽돌밭이 펼쳐진다.
수천 년 세월을 거친 파도에 시달리며 모를 깎아온 몽돌밭. 은빛 모래로 깔끔하게 정비된 유명 해수욕장보다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 탓일까.
돌아오는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마을로 내려오니 배가 출출하다. 자연산 횟집이라고 써 붙인 식당에 들어가 라면을 청하니 전복, 대게, 미더덕 등 해물을 한껏 넣은 해물라면을 끓여준다. 패스트 푸드의 대명사인 라면까지 웰빙식으로 제공하는 섬마을. 입이 호강하는 곳이다.
선착장 옆 방파제에 다가서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망망대해에 외로이 뜬 작은 섬 연대도. 방파제의 끝머리에 앉아 말없이 낚싯줄을 드리우는 사람들.
세월을 낚는 것일까. 아니면 대어를 기다리는 것일까.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소중한 휴가를 이 작은 섬에서 보내고 있는지. 끊임없는 상념 속에 고개를 돌리니 달아항으로 가는 도선이 선착장에 도착해 었다.
글·사진=정순형 선임기자
■교통편
대중교통;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통영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1시간 40분 소요. 요금 1만 2천 원. 통영터미널에서 달아항까지는 530번 시내 버스를 타면 된다.
자가운전; 가락대로를 타고 가다 거가대로를 거쳐서 거제대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1시간 50분 소요. 통행료. 1만 1천 원.
달아항에서 연대도까지는 하루 7번 도선이 운행한다. 운임은 성인 1인 기준 4천 원.
통영에는 생선 한정식(사진)이 유명하다. 해파리냉채에 고사리나물 가지탕수육 오징어무침 등 밑반찬이 풍성하다. 생선구이도 볼락과 우럭, 전갱이 등이 푸짐하게 나온다. 항구에 있는 식당답게 솜씨도 뛰어나 생선의 육질이 졸깃졸깃하고 양념이 되어 있어 먹기도 편하다. 1인분 1만 원. 소담한정식. 055-3918-8847. 정순형 선임기자
첫댓글 좋습니당
행복하겠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만땅이시네여...!
즐거우셨겠습니다.
감사 합니다ᆞ^_^
정보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으네요~
가보고잡다.. ㅠㅠ
재미난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