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이야기 834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5 : 충청도 신라 화랑 김흠운에서 비롯한
「양산가」
양산은 또한 「양산가」의 고장이기도 한데, 그 노래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신라와 백제는 한반도의 남쪽에 위치하여 각각 동쪽과 서쪽을 차지한 나라였기 때문에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였다. 평화의 나날은 짧고 대부분 전시(戰時)였다. 태종 무열왕이 집권했을 때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시기였다. 그때 김흠운이라는 화랑이 있었고, 그에 대한 기록이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 권 제47 ‘김흠운’편에 자세히 실려 있다.
김흠운은 내물왕의 8대손이요, 아버지는 달복 잡찬이다. 흠운이 소년 시절에 화랑 문노의 문하에 다녔는데, 당시 화랑 무리들이 ‘아무개는 전사하여 지금까지 이름을 남기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니 흠운이 감개 깊은 얼굴로 눈물을 흘리면서 이에 격동하여 자기도 그와 같이 하겠다는 기색이 보였다. 같은 문하에 있던 중 전밀이 말하기를 “이 사람이 만일 전쟁에 나가면 반드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영휘 6년에 태종 대왕이 백제와 고구려가 변경을 막고 있음을 분하게 여겨 이를 치기로 계획하였는데, 군사를 동원하게 되자 흠운으로 랑당(郞幢) 대감을 삼았다. 흠운은 행군할 때 집 안에서 자지 않으며 바람과 비를 무릅쓰고 군사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였다. 백제 지역에 도달하여 양산(陽山) 밑에 진을 치고 조천성(助川城)을 침공하려 하였더니 백제군이 밤을 이용하여 급격히 달려와서 먼동이 틀 무렵에 성가퀴를 넘어 들어오므로 우리 군사가 놀라서 자빠지고 엎어져서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적이 이 어지러운 틈을 타서 급히 쳐서 날아오는 화살이 빗발처럼 쏟아지는데 흠운이 말에 앉아 창을 잡고 적을 막았다.
대사 전지가 권고하여 말하기를 “지금 적이 밤중에 들어와 지척에서도 서로 알아볼 수가 없으니 당신이 비록 죽더라도 남들이 알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당신은 신라의 진골이며 대왕의 사위이므로 만일 적의 손에 죽는다면 백제의 자랑거리가 되고 우리의 심중한 수치가 될 것이다”라고 하니, 흠운이 말하기를 “대장부가 이미 몸을 나라에 바친 이상 살고 죽는 것을 남이 알거나 모르거나가 마찬가지니 어찌 구태여 명예를 바라겠느냐?” 하고 꿋꿋하게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좌우에서 말고삐를 잡고 돌아가기를 권하니 흠운이 칼을 뽑아 뿌리치고 적들과 싸워 두어 명을 죽이고 자기도 죽었다.
보기당주(步騎幢主) 보용나가 흠운이 죽었다며 말하기를 “그는 가벌이 귀족이며 세도가 등등하여 남들이 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처지에 있음에도 오히려 절개를 지켜 죽었다. 더군다나 나는 살아도 이익 될 것 없고 죽어도 손실될 것이 없다” 하고 드디어 적진으로 달려가서 적 서너 명을 죽이고 자기도 죽었다.
대왕이 이 말을 듣고 몹시 슬퍼하여 흠운과 예파에게 일길찬 위품을 주고 보용나와 적득에게 대나마의 위품을 주었다. 당시 사람들이 이 소문을 듣고 「양산가」를 지어 그들을 애도하였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일연은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신라에서 인재를 놓칠까 봐 염려하여 동류끼리 모여서 함께 놀게 하는 것은 거기에서 그들의 행동과 지향을 관찰한 뒤에 등용하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얼굴이 잘난 남자를 뽑아 화려한 옷을 입혀서 ‘화랑(花郞)’이라고 부름으로써 그들을 받들게 하였다. 여러 낭도가 사방에서 모여들어 도리와 의기로써 서로 충고하기도 하고 노래와 음악으로써 서로 즐겁게 놀기도 하며 좋은 산수들을 유람하는데, 아무리 멀어도 못 가는 데가 없었다.
이런 것으로써 그들의 성품이 간사하고 정직함을 알아내며 또 그들을 골라서 조정에 추천하였다. 그러므로 김대문이 말하기를 “어진 재상과 충신이 여기에서 나오고 훌륭한 장수와 용감한 군사가 여기에서 양성된다”라고 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태종대까지 3대 왕조의 화랑이 무려 2백여 명이나 되었으며, 그들의 빛나는 이름과 아름다운 사적들이 기재된 바와 같다. 흠운과 같은 이도 역시 화랑 무리의 한 사람으로서 그가 능히 나랏일에 목숨을 바쳤으니 화랑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았다고 이를 만하다.
그러나 그때 불렸던 「양산가」는 전해지지 않고, 이 지역의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양산가」만 남아 있을 뿐이다.
양산을 가세, 양산을 가요.
모링이 돌아서 양산을 가요.
난들 가서 배 잡아타고
양산을 가세, 양산을 가세, 양산을 가세.
잉어가 논다, 잉어가 논다,
양산 창포장에 잉어가 논다.
양산을 가세, 양산을 가요, 양산을 가요.
자라가 논다, 자라가 논다,
양산 백사장에 자라가 논다.
양산을 가세, 양산을 가요.
장끼가 논다, 장끼가 논다,
양산 수풀 속에 장끼가 논다.
양산을 가세, 양산을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