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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지시(遼東之豕)
요동 땅의 돼지라는 뜻으로, 남이 보기에는 대단찮은 물건을 대단히 귀한 것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태도나 또는 견문이 좁고 오만한 탓에 하찮은 공을 득의양양하여 자랑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遼 : 멀 요(辶/12)
東 : 동녘 동(木/4)
之 : 갈 지(丿/3)
豕 : 돼지 시(豕/0)
(유의어)
요시(遼豕)
요동시(遼東豕)
요동백시遼東白豕)
출전 : 후한서(後漢書) 주부전(朱浮傳)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가 낙양(洛陽)에 도읍한 지 얼마 안 되어 천하는 전쟁의 상처가 가시지 않고 곳곳에서 스스로 왕임을 자처하는 자가 많았을 때, 대장군(大將軍) 주부(朱浮)는 많은 곡창을 개방하여 백성에게 고루 나누어 주려고 했다.
이때에 광무제(光武帝)를 도와 공을 세워 교만해진 어양(漁陽) 태수 팽총(彭寵)은 천하가 아직 불안하니 군량미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며 곡창 개방을 반대하는 한편, 암암리에 모반(謀反)의 계획을 추진해 나가고 있었다.
이를 안 주부(朱浮)는 낙양(洛陽)에 이 사실을 알렸는데, 이것을 알게 된 팽총이 노하여 주부(朱浮)를 치려고 군사(軍士)를 일으키자, 주부(朱浮)는 팽총에게 글을 보내어, "그대는 태수로서 군량만을 아끼고 있으나, 나는 조정의 적을 토벌하는 중임을 맡고 있기 때문에 현사(賢士)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는 바로 나라의 일이다. 내가 없는 사실을 천자께 보고했다고 생각하면 천자 앞에 나가 아뢰어도 좋다. 그대는 오만(傲慢)하게도 공이 크다고 여기는가? 옛날, 요동에서 머리가 흰 돼지 새끼가 태어나자, 이는 특이하다고 여겨 왕에게 바치려고 강동까지 가 보니, 그곳 돼지가 모두 희어서 부끄러워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만일 그대의 공을 조정(朝廷)에서 논하게 되면 저 요동의 돼지에 불과 할 것이다" 하고 꾸짖었다.
그러나 팽총은 모반(謀反)하여 연왕(燕王)이라 칭하다가 2년 후 토벌(討伐)당하고 말았다고 한다.
요동지시(遼東之豕)
요동 땅의 돼지라는 뜻으로, 남이 보기에는 대단찮은 물건을 대단히 귀한 것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태도를 말한다. 견문(見聞)이 넓지 못한 사람이 신기(神奇)하게 여기고 떠드는 것이 알고 보면 별 것 아닌 흔한 것인 경우에 쓰이는 말이다.
경험이 없거나 식견이 좁아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알지 못하고 제 편한 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이런 사람을 경계하는 속담이 '우물 안 개구리'다. 번역한 듯이 같은 정저지와(井底之蛙)와 비슷한 뜻을 가진 성어가 숱하다.
앞서 자주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고도 여름 한철을 사는 매미는 겨울의 눈을 알 수 없다는 선부지설(蟬不知雪), 남쪽지방 월(越)나라의 개는 본적이 없는 눈만 오면 이상하게 여겨 짖는다는 월견폐설(越犬吠雪), 술독 속에 갇힌 초파리 옹리혜계(甕裏醯鷄) 등이다.
중국 요동(遼東)지역은 한반도와 인접한 요녕성(遼寧省)의 남부로 본토에서 보면 변두리다. 이 곳에서 한 농부가 기르던 돼지가 하얀 머리의 새끼를 낳았던 모양이다. 귀한 것이라 자랑하려다 이웃 지방에서는 모두 하얀 돼지만 우글거렸다. 이 말은 견문이 좁고 오만하기도 해서 남이 보기에는 대단찮은 물건을 대단히 귀하게 여기거나 하찮은 공을 내세우는 것을 비유한다.
후한(後漢) 건국 직후 대장군 주부(朱浮)가 한 말로써 후한서(後漢書) 주부전에 실려 전한다. 광무제(光武帝)가 즉위한 뒤에도 천하는 전란의 여파로 뒤숭숭했다. 목사인 주부(朱浮)가 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해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구휼하려는 것을 지역 태수인 팽총(彭寵)이 반대하고 나섰다. 건국에 공을 보탠 팽총이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군량을 확보하여 반란을 계획했던 것이다.
주부(朱浮)가 편지를 보냈다. '요동의 어떤 돼지가 머리가 흰 돼지를 낳았다. 주인이 왕에게 바치려고 하동에 갔다가 그곳 돼지가 모두 하얀 것을 보고 부끄러워 돌아왔다(往時遼東有豕 生子白頭 異而獻之 行至河東 見羣豕皆白 懷慙而還).'
팽총이 공이 크다고 자부하는 것도 별것 아니니 자중하라는 충고였다. 이런 충고를 듣고도 팽총은 군사를 일으켜 연왕(燕王)이라 칭했다 토벌되고 말았다.
이런 사람이 오늘이라고 없을까. 지도자를 받들어 선거라는 큰 전쟁에 이기도록 힘을 보탰다. 이제는 자기 세상이 왔다며 눈에 보이는 것 없이 설치는 사람이 많다. 위에서 보면 그 정도의 노력을 한 사람은 부지기수다. 자리를 기다리다 지치면 욕을 하고 돌아선다. 자신이 모자란다는 것은 모른다.
요동백시(遼東白豕)
요동 사람의 흰 돼지새끼라는 뜻으로, 남이 보면 별로 이상하거나 대단한 것도 아닌 것을 본인은 매우 자랑으로 삼고 있는 어리석음을 비웃는 말이다.
중국 한(漢)나라 때,요동(遼東)지방의 어떤 농촌(農村)에서 사람들이 돼지를 기르며 살아 가고 있었는데, 그 곳의 돼지는 모두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어느 해 한 집에서 검은 어미 돼지가 머리가 하얀 새끼를 낳았다. 이 집안 사람들은 매우 흥분했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처음 보는 흰 돼지인지라 틀림없이 진귀(珍貴)한 동물로서 아주 상서(祥瑞)로운 징조라고 생각하였다.
이 소식(消息)을 전해들은 마을 사람들은 큰 구경거리라고 생각하여 우루루 다 모여들어 야단이 났다. 주인에게 축하(祝賀) 인사를 하는 등 잔칫집 분위기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진지하게 의논한 결과 "이 돼지는 보통 돼지가 아니고 상서로운 돼지니 그냥 우리 백성들이 소유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니 존귀하신 황제(皇帝)에게 진상(進上)하여야 한다"라고 결론(結論)을 내렸고 그 돼지 주인도 흔연(欣然)히 그렇게 하겠다고 동의하였다.
그래서 그 주인은 며칠 뒤 직접 돼지 새끼를 지고 서울인 장안(長安)을 향해 길을 떠났다. 요동에서 장안까지는 5천리나 되는 머나먼 거리였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황제에게 칭찬을 듣고 상을 받을 것을 상상하며 힘든 줄도 모르고 길을 갔다.
며칠을 걸어가서 어떤 마을에 당도해 보니 돼지 가운데 흰 것이 몇 마리 보였다. 이 요동 사람은 생각하기를, '이 동네 사람들은 흰 돼지가 보배인 줄을 모르는가 보다. 흰 돼지가 보배라고 이야기하면 이 사람들도 황제님께 바치러 갈 것이니 나 혼자 빨리 가서 바쳐서 칭찬을 받고 상을 타야지'라며 걸음을 재촉했다.
며칠 더 가서 하동(河東)지방에 이르고 보니 그 곳에 있는 돼지는 모두가 다 흰 것이었다. 그래서 요동 지방의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드디어 하동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하동 지방 사람들의 대답인즉, "돼지는 검은 것도 있고 흰 것도 있는데, 우리 고을에서 키우는 것은 대부분 흰 것이랍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요동 사람은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돼지는 검은 것만 있는 줄 알고 흰 돼지를 무슨 진귀한 보물이라고 황제에게 바치러 온 자신이 얼마나 견문(見聞)이 좁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상태인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자기 동네 사람들도 견문이 좁고 세상 물정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네 사람 가운데 한 사람 만이라도 세상에 흰 돼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자기가 이렇게 헛고생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라고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실(切實)히 느꼈다.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서울로 가던 발길을 다시 고향 요동으로 돌렸다. 먼 길을 왔다갔다 하느라고 많은 고생을 했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실망(失望)과 수치심(羞恥心)에 가득 차서 돌아올 때는 길도 더 멀게 느껴졌다.
그대로 흰 돼지를 지고 고향 마을로 돌아온 사람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모여들어, "어찌 된 영문이냐?"고 다투어 물었다. 그 돼지 주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우리 마을 사람들의 견문이 너무 좁습니다. 세상에 흰 돼지가 있는 줄을 몰랐으니까요. 앞으로 좀더 많은 것을 배우고 보고 듣고 그리고 다른 지방으로 여행도 해 봐야겠습니다"라고 자못 교훈조(敎訓條)로 일장 연설을 하였다. 이 내용이 후한서(後漢書) 주부전(朱浮傳)에 나온다.
후한(後漢)을 세운 광무제(光武帝) 초기에 어양태수(漁陽太守) 팽총(彭寵)이란 자가 있었다. 팽총은 처음에 광무제가 반군을 토벌하기 위해 하북(河北)에 진을 치고 있을 때 3000 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와서 가세했다. 또 광무제가 옛 조(趙)나라의 도읍 감단(邯鄲)을 공격했을 때에는 군량 보급의 중책을 맡아 잘 처리함으로써 개국공신이 되었다.
그러나 팽총은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모반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주의 장관 주부(朱浮)가 많은 곡창을 개방하여 백성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려 하자 군량미 확보를 위해 이를 반대하였다. 이를 눈치챈 주부가 낙양에 밀고하자 팽총이 이를 알고 노하여 주부를 치려고 군사를 일으켰다.
주부는 다음과 같이 팽총을 꾸짖는 글을 써서 보냈다. "그대는 태수로서 군량만을 아끼고 있으나 나는 조정의 적들을 토벌할 중책을 맡아 현사(賢士)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는 바로 나라의 일이다. 내가 그대를 무고하였다면 천자 앞에 나가 아뢰어도 좋다. 그대는 오만하게도 공이 크다고 여기는가. 그대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옛날 요동 사람이 자기 돼지가 머리가 흰 새끼돼지를 낳자 이를 귀한 것으로 믿고 왕에게 바치려고 하동까지 가 보니 그곳 돼지는 모두 머리가 흰 것을 보고 부끄러워 얼른 돌아갔다'고 한다. 만일 그대의 공을 조정에서 논한다면 이는 요동의 돼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팽총은 주부의 이러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연왕(燕王)이라 스스로 칭하고 모반을 꾀하여 2년 후 토벌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 가운데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이고, 자기가 전공(專攻)하는 분야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남의 의견은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끝까지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요동 사람들이 흰 돼지를 무슨 진귀한 것인양 야단을 떠는 것과 같은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우주는 넓디넓어서 알아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아무리 박학다식(博學多識)하다 해도,한 개인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좀 아는 것으로 자기의 학식을 뽐내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군림(君臨)하려 하고 교만(驕慢)을 떤다면, 이는 진정한 배우는 사람의 태도라 할 수가 없다. 학식을 자기 과시(誇示)에 이용하는 도구로 삼을 뿐인 것이다.
▶️ 遼(멀 료/요)는 형성문자로 辽(요)는 통자(通字), 辽(요)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寮(료)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遼(료/요)는 ①멀다 ②늦추다 ③느슨하게 하다 ④얼룩 조릿대(볏과의 여러해살이 식물) ⑤요(遼)나라 ⑥강(江)의 이름 ⑦땅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멀 하(遐), 멀 원(遠)이다. 용례로는 텅 비고 끝없이 멀고 넓음을 요확(遼廓), 동떨어지게 아주 멂을 요월(遼越), 멀리 떨어져 있음을 요격(遼隔), 넓고 아주 멂을 광료(廣遼), 요하의 동쪽이란 뜻으로 요령성 남동부 일대에 걸친 땅을 요동(遼東), 중국 요하 서쪽 일대의 지역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요서(遼西), 중국 요하의 왼쪽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가리켜 이르는 말을 요좌(遼左), 견문이 넓지 못한 사람이 신기하게 여기고 떠드는 것이 알고 보면 별 것 아닌 흔한 것인 경우에 쓰이는 말을 요동시(遼東豕), 요동 땅의 흰 돼지라는 뜻으로 식견이 좁은 사람 자기가 아는 것만이 진리인 양 착각하는 자기중심적 태도를 꼬집는 말을 요동백시(遼東白豕) 등에 쓰인다.
▶️ 東(동녘 동)은 ❶상형문자로 东(동)은 간자(簡字)이다. 東(동)의 옛 모양은 전대에 물건을 채워 아래 위를 묶은 모양인데, 나중에 방향의 東(동)으로 삼은 것은 해가 떠오르는 쪽의 방향이 동이므로 같은 음(音)의 말을 빈 것이다. 옛 사람은 東(동)은 動(동; 움직이다)과 같은 음(音)이며 動(동)은 봄에 만물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春(춘; 봄)은 동녘과 관계가 깊다고 결부시켰던 것이다. ❷상형문자로 東자는 '동쪽'이나 '동녘'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東자는 木(나무 목)자와 日(날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해(日)가 떠오르며 나무(木)에 걸린 모습으로 해석하곤 했었다. 그러나 갑골문이 발견된 이후에는 東자가 보따리를 꽁꽁 묶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東자의 본래 의미는 '묶다'나 '물건'이었다. 그러나 후에 방향을 나타내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동쪽'이나 '동녘'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다만 東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여전히 보따리와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보따리에는 곡식의 씨앗이 가득 들어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니 東자가 쓰인 重(무거울 중)자나 種(씨 종)자, 動(움직일 동)자, 量(헤아릴 량)자, 衝(찌를 충)자는 모두 곡식이 든 보따리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東(동)은 (1)동쪽 (2)동가(東家)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동녘 ②동쪽 ③오른쪽 ④주인(主人) ⑤동쪽으로 가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녘 서(西)이다. 용례로는 동쪽 방면을 동편(東便), 동쪽을 향함을 동향(東向), 동쪽의 땅을 동토(東土), 동쪽 지방을 동방(東方), 동쪽의 바다를 동해(東海), 어떤 지역의 동쪽 부분을 동부(東部), 동쪽으로 옮김을 동천(東遷), 동쪽으로 난 창을 동창(東窓),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동풍(東風), 동쪽에 있는 이웃을 동가(東家), 동쪽을 향함을 동향(東向), 동쪽에서 옴을 동래(東來), 동쪽 마을을 동촌(東村), 동쪽의 땅을 동토(東土), 동쪽에 있는 나라를 동방(東邦), 봄철에 농사를 지음 또는 그 농사를 동작(東作), 동쪽 방면이나 동쪽 편을 동편(東便), 동산에서 다시 일어난다는 뜻으로 은퇴한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 재기하여 다시 세상에 나옴을 일컫는 말을 동산재기(東山再起), 동산에 높이 누워 있다는 뜻으로 속세의 번잡함을 피하여 산중에 은거함을 이르는 말을 동산고와(東山高臥),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뜻으로 탐욕스러운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뜻으로 묻는 말에 대하여 전혀 엉뚱한 대답을 이르는 말을 동문서답(東問西答),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을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양과 서양 그리고 옛날과 오늘 곧 어디서나 또는 언제나의 뜻을 이르는 말을 동서고금(東西古今),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니는 일을 일컫는 말을 동행서주(東行西走), 이리저리 닥치는대로 부딪침 또는 아무 사람이나 구분하진 않고 함부로 맞딱뜨림을 일컫는 말을 동충서돌(東衝西突), 못생긴 여자가 서시의 눈썹 찌푸림을 본받는다는 뜻으로 시비나 선악의 판단 없이 남을 흉내냄을 이르는 말을 동시효빈(東施效矉), 서쪽으로 뛰고 동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을 동서분주(東西奔走), 이르는 곳마다 실패하거나 망한다는 말을 동패서상(東敗西喪), 말의 귀에 동풍이 분다는 뜻으로 아무런 감각이나 반응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동풍취마이(東風吹馬耳),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님을 일컫는 말을 동표서랑(東漂西浪), 동서로 정벌한다는 뜻으로 이리저리 여러 나라를 정벌함을 이르는 말을 동정서벌(東征西伐), 봄에 농사를 지어 가을에 거두어 들임을 일컫는 말을 동작서수(東作西收), 동쪽과 서쪽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안개 따위가 짙게 끼어서 주위를 분간하기 어려움 또는 몽매하여 아무 것도 모름을 이르는 말을 동서불변(東西不變), 동에서 번쩍 서에서 얼씬한다는 뜻으로 이리갔다 저리 갔다 함을 이르는 말을 동섬서홀(東閃西忽)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豕(돼지 시)는 ❶상형문자로 豖(시)의 본자(本字)이다. 돼지의 머리, 네 다리와 꼬리의 모양을 본떴다. ❷상형문자로 豕자는 '돼지'를 그린 글자이다. 豕자는 인간이 사육하던 돼지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豕자를 보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돼지가 이미지그려져 있었다. 돼지는 체질이 건강해 어느 기후나 풍토에도 잘 적응하며, 짧은 기간에 많은 새끼를 낳는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인류가 가장 선호하는 가축이기도 하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肉(고기 육)자만으로도 돼지고기를 뜻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자에는 유달리 돼지와 관련된 글자가 많다. 豕자도 그러한 글자 중 하나로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돼지나 몸집이 큰 동물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豕(시)는 돼지를 뜻한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돼지 해(亥), 돼지 저(猪)이다. 용례로는 돼지의 우리를 시권(豕圈), 돼지처럼 식식 숨을 쉼을 시식(豕息), 모양이 솥과 같이 생겼으며 밑에 달린 세 개의 발이 돼지 대가리처럼 생긴 제기의 한 가지를 시정(豕鼎), 욕심이 많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돼지 같은 마음을 시심(豕心), 돼지 입과 같다는 뜻으로 인상印象에 욕심이 많아 보이는 사람의 비유한 말을 시훼(豕喙), 큰 돼지를 봉시(封豕), 우리 안의 돼지를 권시(圈豕), 문견이 좁은 사람이 흔히 있는 사실을 자기 혼자 신기하게 생각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연시(燕豕), 약재로 단풍나무의 뿌리에서 생기는 버섯을 시탁(豕槖), 교외에 나가서 천지의 신에게 교제郊祭를 지낼 때 희생으로 쓰는 돼지를 교시(郊豕), 견문이 넓지 못한 사람이 신기하게 여기고 떠드는 것이 알고 보면 별 것 아닌 흔한 것인 경우에 쓰이는 말을 요동시(遼東豕), 돼지처럼 대하고 짐승처럼 기른다는 뜻으로 사람을 예로써 대우하지 않고 짐승같이 대한다는 말을 시교수축(豕交獸畜), 글자가 잘못 쓰였다는 뜻으로 여러 번 옮겨 쓰면 반드시 오자誤字가 생긴다는 말을 어시지혹(魚豕之惑), 魯와 魚 그리고 亥와 豕는 글자 모양이 비슷해 잘못 쓰는 오류를 범하기 쉬움을 이르는 말을 노어해시(魯魚亥豕), 글씨가 서로 엇비슷하여 쓸 때에 잘못 써서 다른 뜻으로 잘못 전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해시지와(亥豕之譌), 뱀처럼 모로 가다가 돼지처럼 갑자기 돌진한다는 말을 사횡시돌(蛇橫豕突), 식욕이 왕성한 큰 돼지와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긴 뱀이라는 뜻으로 탐욕한 악인을 두고 이르는 말을 봉시장사(封豕長蛇)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