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2일 (수) 밤 10:00~10:50 KBS 1TV 방송
[환경스페셜 450회]
고층 아파트, 최선의 선택인가?
연출 : 구중회
고층 아파트는 신흥경제개발과 부의 상징으로 등장해 탁 트인 전망과 생활의 편리함, 투자가치 등의 이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나 법적 규제들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유지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고층 아파트는 주거공간으로서도 검증되지 않았다. 실제 올해 10월 발생한 해운대 고층 아파트의 화재사건은 이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입주자들의 안전과 건강,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붐에 편승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고층 아파트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환경스페셜에서는 고층 구조물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일본과 프랑스의 선례를 통해 고층 건물의 주거로서의 기능에 대해 고찰해본다.
▶ 초법적인 고층 아파트
올해 10월 1일, 해운대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층에서 발생한 불길은 바람을 타고 수직 통로를 통해 38층까지 급속하게 번졌다. 탑상형 고층 건물의 경우, 중앙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수직통로로 만들어지는데, 화재 시 이 부분은 화염의 통로가 된다. 건물의 구조 자체도 화재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화재 발생시 인명구조에 필수적인 헬기 구조와 관련된 준비 역시 미비하다.
건축법 시행령에서는 11층 이상, 바닥 면적 1만m2가 넘는 건물의 옥상에 가로와 세로 15m 이상의 헬기장을 만들도록 규정했었다. 하지만 2009년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헬기 이용 구조 공간만을 확보하도록 되어 있어 굳이 헬리포트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80%가 넘는 고층 아파트의 헬기장이 좁은 면적과 높이 솟은 난간 등으로 원활한 재난 구조가 어려운 상태이다.
▶ 흔들리는 고층 아파트
보통 바람의 세기는 100m마다 1.8배씩 강해진다. 하지만 취재진의 측정 결과 부산 해운대의 경우에는 그 세기가 지상보다 무려 4배나 셌다. 바람에 의한 건물 흔들림의허용범위는 건물 높이의 1/400까지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다. 결국 초고층 아파트는 구조상 바람에 의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건물의 흔들림은 사실 직접적으로 느끼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세한 흔들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뇌에 영향을 미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바람 뿐 아니라 안개 등으로 가려진 시야도 인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일 년 중 열흘에 한번 꼴로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인천 송도 신도시의 경우, 100m 상공 구름 위에 떠있는 생활을 경험한다. 안개와 구름 속에서 시야가 차단된 폐쇄된 공간은 인간에게 우울증과 자폐증 등의 정신적인 질병은 물론 심한 경우 당뇨병, 뇌졸중 등의 성인병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 검증되지 않은 고층 아파트
고층 건물들은 높이 올려야 하기 때문에 주로 가벼운 통유리 구조로 건설된다. 시공이 편리하고 더불어 경관이나 조망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층부에 부는 강한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고층 아파트의 자재로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한다. 따라서 앞뒤가 꽉 막힌 초고층 건물은 바람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환기가 불가능하다. 단열 . 보온효과도 일반 벽채의 건물에 비해 1/7~1/8정도 밖에 되지 않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결국 환기나 냉난방, 제연과 제습, 상하층간의 압력 조절까지 모든 것을 기계로 해결해야 하는 고층 아파트는 일반아파트의 5배의 전기를 소비한다. 강한 자외선으로 가사 도우미들은 선글라스를 끼고 청소를 하며, 여름에는 너무 덥기 때문에 4개월 내내 에어컨을 풀가동 시켜야 한다는 등 고층 아파트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고층 아파트의 문제점을 진단해본다.
▶ 환상에 불과했던 파리 13구 고층 아파트
프랑스 파리에서는 1970년대 40~50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들을 많이 지었고, 그 시대의 부유층들이 입주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그곳은 황폐한 이민자 촌으로 변해가고 있다. 인간의 주거환경과 맞지 않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초고층 아파트에 대해 파리는 이미 그 실패를 인정한 상태다. 인간의 생활리듬에 맞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5층 높이의 건물들로 돌아가고 있는 그들은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없어서 고층 아파트를 짓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1960~1970년부터 고층 건물을 짓기 시작해 현재 고층에 대한 연구가 이미 많이 이루어져있다. 그러한 연구결과들은 모두 고층 아파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 고층 아파트에서 주거하는 임산부의 경우 조산이나 사산율이 높았다. 외출기피로 인한 운동부족과 폐쇄적인 공간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해 그 결과가 모체에 나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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