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글 잘 알아가기 시리즈 15번째
괜시리와 괜스레
흔히 까닭이나 실속이 없는 일을 했을 때 “괜시리 떨린다”나 “괜시리 떨었다”처럼 ‘괜시리’라는 부사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괜시리’는 ‘괜스레’의 잘못된 표현입니다. ‘괜스레’는 형용사 ‘괜스럽다’의 활용형으로 ‘공연스레’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괜스레’는 ‘괜히’나 ‘공연히’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각각 형용사 ‘괜하다’와 ‘공연하다’의 활용형입니다.
주책바가지와 주쳇덩어리
“주책이 없다.”라는 말과 “주책을 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둘 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말인데 “주책이 없다”라고 하니 어쩐지 어색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것은 ‘주책’의 사전적 의미가 전자는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뜻하고, 후자는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주책덩어리’니 ‘주책바가지’니 하는 말들은 ‘주책없는’ 사람이거나 ‘주책맞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주책덩어리’는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주책바가지’나 ‘주책망나니’라고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뜬금없이 ‘주책덩어리’라는 말이 등장한 걸까요? 그것은 “주체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람”을 가리켜 ‘주쳇덩어리’라고 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주쳇덩어리’라고 하든지 ‘주책바가지’라고 하세요.
으시대다와 으스대다
흔히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의 태도를 가리켜 ‘으시대다’라고 하는데, ‘으시대다’는 ‘으스대다’의 북한말입니다. 따라서 ‘으시대다’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가 하면 으스대는 사람의 태도가 눈에 거슬려 보기에 좋지 않을 때 ‘눈꼴시다’ 혹은 ‘눈꼴사납다’라고 하는데, “눈꼴이 시다”나 “눈꼴이 사납다”라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쌀뜬물과 쌀뜨물
흔히 쌀을 씻고 난 후의 뿌연 물을 가리켜 ‘쌀뜬물’이라고 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는 ‘쌀뜨물’의 잘못된 말입니다. ‘뜨물’의 어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뜨다’의 어간인 ‘뜨-’에 ‘물’이 결합한 형태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뜨다’의 관형형인 ‘뜬’에 ‘물’이 결합한 형태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쌀뜬물’이라고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표준어는 ‘쌀뜨물’입니다.
오도방정과 오두방정
흔히 말이나 행동이 찬찬하지 못하고 몹시 까불며 점잖지 않게 행동할 때 “오도방정을 떨다.”라고 하지 않나요? 그러나 ‘오도방정’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그럴 때는 “오두방정을 떨다.”라고 해야 합니다. ‘오두방정’은 “몹시 방정맞은 행동”을 뜻하는 말입니다.
한가닥 하다와 한가락 하다
어떤 방면에 뛰어난 솜씨나 재주를 가지고 있을 때, 흔히 “한가닥 하다”라고 하지 않나요? 그러나 “한가닥 하다”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그보다는 “한가락 하다”라고 해야 합니다. “한가락 하다”라는 말은 “어떤 방면의 재주가 뛰어남을 노랫가락에 빗대어 일컫는 말”입니다. 참고로 ‘가닥’은 흔히 ‘한 가닥’이라는 의미로 ‘아주 약간’을 뜻하는 말입니다.
새침떼기와 새침데기
성격이 ‘쌀쌀맞고 차가운 사람’을 가리켜 흔히 ‘새침떼기’라고 하지 않나요? 하지만 ‘새침떼기’는 잘못된 표현이고 ‘새침데기’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새침데기’는 “쌀쌀맞게 시치미를 떼는 태도”를 가리키는 명사 ‘새침’과 “그러한 성질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데기’가 결합한 복합명사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이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푼수떼기’라고 하지 않고 ‘푼수데기’라고 해야 합니다.
구설수와 구설
흔히 사람들의 입에 안 좋은 이야기가 오르내릴 때 ‘구설수에 오르다’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구설수’는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라는 뜻이므로 “구설수가 들다”나 “구설수가 있다”라고 해야 합니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뜻하므로 ‘남의 구설에 오르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설수에 오르다’가 아니라 ‘구설에 오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비켜가다와 비껴가다
길을 가는데 앞에서 자전거가 오면 비껴가야 할까요, 비켜가야 할까요? 간혹 ‘비껴간다’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비켜간다’라고 해야 합니다. ‘비켜가다’는 “무엇을 피하여 방향을 조금 바꾸다.”라는 의미가 있는 말인데 반해 ‘비껴가다’는 “비스듬히 스쳐 지나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두 말을 구별하여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어가 의지를 가지고 비켜갈 수 있으면 ‘비켜가다’를 써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비껴가다’를 쓰면 됩니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공이 골대를 스쳐 지날 때’는 “공이 골대를 비껴갔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잼잼과 죔죔
흔히 부모가 아이를 어르고 달랠 때 사용하는 감탄사 중에 ‘곤지곤지’, ‘도리도리’, ‘죄암죄암’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감탄사들은 대부분 4음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는 ‘까꿍’처럼 2음절 감탄사도 있습니다. 2음절 감탄사 중에 ‘죄암죄암’의 준말로 ‘잼잼’이라는 감탄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젓먹이가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가리키는 말은 ‘죔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