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질기게도 핸드폰타령을 했지만 '굳세어라 금순아' 작전으로 밀고 나갔어요.
제뿔에 지쳐서 쓰러지라고.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유진과 유진'을 보고 신간이다 싶어 잽싸게 빌렸지요.
이금이씨가 쓴 거라는 것도, 처음 쓴 성장소설이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가 잘 볼 수 있는 소파 팔걸이에 얹어두었어요. ( 아주 의도적으로 )
첨에 아주 시큰둥 반응을 보이더니 잔소리에 약간 반응을 보여주자는 태도로 책을
보더군요. 그러더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어요.
책을 들고 쫓아다니며 유진이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읽어주다 못해 읊조리더군요.
35쪽-36쪽에 나오는
"엄마, 나 핸드폰 사 줘. 내 친구들 중에 핸드폰 없는 애는 나밖에
없단 말이야."--큰유진이
"얘가 잠잠하다 했더니 또 시작이야. 애들이 핸드폰이 뭐가 필요해? 그리구 핸드폰이
얼마나 비싼데. 그것만 비싸면 말도 안 해. 요금은?" -- 엄마
" 학생 요금제로 하면 그렇게 안 비싸단 말이야. 응? 엄마, 사줘. 오는 전화만 받고
문자만 쓸게.응?"--큰 유진
" 이번 중간고사에서 전교 50등 안데 들면 사 주지.?" --엄마
이런 대화를 하면 큰 유진이는 엄마가 중학교 시절 성적을 묻습니다.
~집안 일을 하며 큰 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들리는 이야기에 귀가 정말 솔깃해지더군요.
큰유진이는 우리 아이, 난 그 엄마랑 일란성 쌍둥이처럼 정말 닮아있다는 사실에
첨엔 피식피식 웃음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당장 책을 펼쳤죠.
이금이씨가 이땅의 청소년들에게 읽힐 만한 작품을 쓰겠다는 창작욕을
세우고 처음으로 쓴 이 책은 작가가 제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겪고 있으므로
유진과 또래들의 행동이나 심리묘사를 구체적으로 생생히 담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엄마이기에 사춘기를 접한 부모의 심정을 더욱 잘 알수 있었다고 봅니다.
책 17쪽에 나오는 첫째 아이가 다른 형제에게 느끼는 마음이 있는데요. 평상시
큰 아이가 몹시 공감했던 부분이더군요.
-둘째들은 첫째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이다. 엄마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일상에 확대경을 들이댄 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형벌을.--
( 많이 반성했던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또 하나 반성했던 부분은 책 39쪽에 나오더라구요.
-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곧바로 스피커가 동네방네로 향한 마이크에 대고
떠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 큰유진이는 결국 이런 엄마의 행동에 초등학교때 까지 미주알고주알 주고받던
작은 일상의 이야기조차 닫아버리게 되지요. 엄마는 그렇게 까지 생각하는 중학생
이 된 유진이를 감싸주지 못하는 이 부분에서 또 한번 반성 많이 하게 됐습니다)
처음 책을 들고서 중학생들의 모습이 속속들이 실감나고 재미있게 살아있어서
쉽게쉽게 넘어갔는데,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이 유치원 다닐때 겪었던 성폭행 사건들이
알알이 밝혀지고 유진이 둘이서 겪어가는 이야기로 가면서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이
되었어요. 딸을 둔 엄마이자, 여자이자, 한 사회인으로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들이었어요. 이금이씨는 책 뒷면에 본인이 왜 이 작품을 써야했는지를 밝히고
있어서 책을 읽기전이나 읽고서 보시면 좋겠어요.
작가의 말대로 큰유진과 작은 유진은 큰 시련을 겪었지만 두 아이의 부모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하늘아래 똑같습니다만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키울때는 정말 현명하고
소중한 존재로 키워야 함을 다시금 느껴본 시간이었어요.
이금이씨는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소리내고 있습니다.
**참! 우리 큰 아이 핸드폰을 결국 이 책을 계기로 사주었습니다. 책에서
표현을 빌리자면 - 딸이 이토록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어떻게 성적으로 흥정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등등
남편과 이야기나누면서 남편이 더욱 아이편을 들었습니다. 큰아이에게 더
상처가 되기전에 그 눔의 핸드폰을 당장 사주라고! 최신형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으로!
그래서......
큰 아이가 말하더군요. '유진과 유진' 정말 감동적인 책이라고! 짧게
좋은 책은 재미가 있고 뭉클한 감동이 있고 그 여운이 오래 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첫댓글 동화와 현실 속에서 갈등하며 살아야 하는 것도 운명일까요? 핸드폰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 <누구 따님이신데......> 저도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먼저 읽으셨네요. 선배님이 추천해 주셨는데 꼭 읽어볼게요.사랑해요.
말이 많지 않은 미라씨가 여기저기 사랑의 말들을 떨궈주니 정말 기분 묘하네요. 아이구 좋아라^^
아이를 키우는데는 정말 정답이 없더군요. 머리와 마음이 따로 따로 일때가 안타까울 뿐이예요. 제가 읽어야 할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