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역> : 대천항 & 대천해수욕장
1.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역답사’ 때 역을 선정하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역자체의 아름다음이다. 역이 갖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 그리고 역에서 곧바로 출발할 수 있는 멋진 둘레길을 갖고 있는 곳이다. 둘째는 역 자체의 매력은 떨어지더라도 주변 관광지와 편리하게 연결될 수 있는 교통편이 있는가이다. 가령 <진부역>와 <문경역>은 가차에서 내리면 오대산과 문경새재로 이어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반면 많은 역들은 이러한 연결점이 불편하다. 이동하거나 환승을 통해서 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여전히 불편한 곳이 많다. 그런 점에서 <대천역>은 연계 관광지와의 연결이 편리하다. 역 바로 앞에 있는 <보평버스터미널>에서 15분마다 대천항과 대천해수욕장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대천항에서 대천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대략 1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왕복하면 2시간 이상 걸을 수 있어 적당한 거리라 할 수 있다. 확튄 푸른 바다와 차가운 해풍을 온 몸으로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코스는 마음을 청정하게 해주고 몸의 활력을 생동하게 해준다. 코스 끝 자연석이 거칠게 모여있는 돌 위에서 어쩌면 마지막 겨울 바람일 수도 있는 강풍을 한동안 온몸으로 견뎌냈다. 바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통과 괘감이 어우러지는 절묘한 조화의 순간이다. 강풍의 강도가 세질수록 내면의 힘은 강화된다. 다만 그 힘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절제와 성찰을 통한 힘이어야 함을 알려준다. 현실의 혼돈 속에서 우연히 찾은 서해바다는 현실과 직면하면서 최소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깨우쳐준다. 그것은 지혜와 절제 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용기라는, 그리스인들이 강조했던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일 것이다.
3. 평일임에도 장항선 무궁화호에는 빈 좌석이 없다. 작년 무궁화호 답사 때와는 다르다. 당시에는 대부분 옆자리가 비워있어 여유롭게 몸도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생각에도 빠졌는데, 오늘은 기차를 타고 있는 동안 사라져버린 공간이 행동도 사고도 경직시킨다. 오랫동안 옆자리에 사람이 없는 상황에 익숙해진 듯했다. 답사는 의미있었지만 기차를 타고 있는 동안은 불편했다. 하지만 이또한 익숙해져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본질적이지 않은 것이 중요한 것을 흔드는 위기는 극복되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현시대, 인간이 성취해 낸 중요한 가치들을 파괴하고 있는 ‘비본질적’ 이유들과의 대면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완전하지는 않을지라도 ‘더나은’ 것을 위한 선택과 실천을 위하여 불편한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는지 모른다.
첫댓글 - "완전하지는 않을지라도 ‘더나은’ 것을 위한 선택과 실천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