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텐트는 왜 이렇게 작아?
처음 단체 캠핑에 나온 초보 캠퍼는 여러가지 낯선 경험을 많이 한다. 자연 속에서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고 이웃과 함께 어울려 정을 나누는 캠핑 문화도 그러하지만, 자신의 장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커다란 텐트와 다양한 캠핑 장비들은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넉살 좋게 다가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즉, 이웃의 화려한 장비에 주눅이 들다 못해 심할 경우 수치심까지 느낄 수도 있다.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나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전부 우리 사이트만 쳐다보며 수군대는 것 같다. "아빠, 우리 텐트는 왜 이렇게 작아?" 철없는 아이는 그렇다 쳐도, 혹시라도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배우자의 눈치를 살피는 본인의 마음도 무척이나 무겁다.
누구나 다 그렇게 시작했다.
우선,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부실한(!) 장비를 가지고 나온 초보 캠퍼들은 강심장이 아닌 이상 주위 시선을 의식하게 되지만, 이웃 선배 캠퍼들은 아무도 그들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설사 쳐다보더라도 그것은 업신여김과 다른 것이다. 날 비웃고 있지는 않나, 불쌍하게 쳐다보는 것은 아닌가 오해할 필요 없다. 누구나 다 그렇게 시작했다. 물론 최근에는 첫 캠핑부터 특정 브랜드로 풀 세팅을 하여 나오는 초보 캠퍼도 있지만, 대부분의 초보들의 시작은 어느 분야에서건 부족하고 어설픈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스노우피크 등 고급 브랜드 제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하여 그 사람을 초보로 생각하는 이 또한 초보다. 그건 큰 오산이다. 한 마디로 인간 수양이 덜 된 것이다.
장비는 말 그대로 장비일 뿐...
2, 3년 전만 하더라도 오토캠핑 장비가 현재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스노우피크나 기타 브랜드의 제품들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시점인지라 오토캠핑의 장비는 그동안 산과 바다에서 흔히 즐기던 야영 장비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한 겨울에도 스노우피크의 리빙쉘은 정말 드물었고, 캐빈 텐트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름이면 타프 대신 비닐로 식사 공간을 만들고 부족한 텐트 플라이를 보강하는 역할도 했다. 캠핑 장비에 크게 돈 들일 일도 없었고, 가장 큰 사치라면 고급 침낭을 구매하는 정도였다.
어떤 취미건 깊이 빠져들면 좋은 장비에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 몇년간 오토캠핑이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오토캠핑을 즐기는 동호인의 숫자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동호인 개인에 있어서도 오토캠핑이 본격적인 취미 활동으로 자리잡다 보니 보다 좋은 장비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게 되었고 투자의 규모 또한 커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 캠핑이라는 취미를 위해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이에 하이엔드(High-end / 최고급, 고성능)급 장비의 사용자 또한 점차 확대되어 스노우피크, 콜맨, 오가와, 유니프레임 등 다양한 외산 장비들의 전성 시대가 되었다. 이로 인해 캠핑장마다 천편일률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국산 캠핑용품 업체들이 더욱 분발하여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왜 비싼 장비만 추천하는 것인가?
사실, 초보 캠퍼들에게 캠핑 장비를 추천해주기가 쉽지 않다. 그 사람의 기호나 성격, 소득 수준, 인생관 등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초보 캠퍼에게 초급 수준의 중저가 제품들을 추천했다가 제품 구입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몽땅 중고 시장에 내놓고 스노우피크 대리점(!)을 차리는 경우도 보았다. 반면 시행착오를 겪지말라고 성능 좋은 장비를 추천해주면, 구입할 형편도 되지 않는데 누굴 놀리는 거냐며 화를 내는 경우도 온라인에서 종종 본다. 그 만큼 타인의 비위 맞추기는 어렵다.
선배들은 가급적 시행착오를 줄이라고 얘기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초보 캠퍼들에게 하이엔드급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가장 속 편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사용하여 이미 검증이 된 제품이 대부분이고, 게다가 가장 비싼 고급 장비니 더 이상 업그레이드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 평소에도 남을 의식하는 성격이라면 아무리 실속을 이야기해본들 소용없다. 초보 때 구입했던 중저가 장비를 채 몇 달 지나지 않아 고급 장비로 업그레이드하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에 큰 감가상각을 고려한다면 처음부터 좋은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일인지도 모른다. 많은 캠퍼들이 사용하지 않는 장비는 중고가 또한 낮아서 팔기도 쉽지 않다.
고수는 좋은 장비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장비를 제대로 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좀 불편하더라도 최소한의 장비로 사이트 구축과 철수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이를 통해 남는 시간을 편히 즐길 수도 있다. 아니면 사이트 구축과 철수 시간이 좀 들드라도 최대한의 장비로 머무는 동안 보다 안락하게 지낼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일지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선택은 본인 몫이다.
뽀대도 중요하다. 실속도 중요하다. 선택은 본인 몫이다. 본인 성격은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관심 없는 이에게 있어서는 카메라 렌즈 하나에 몇 백을 투자하는 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 5, 6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자전거를 몇 백을 주고 사는 이들도 그러하다. 저마다 관심 대상이 다를 뿐, 나를 따라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보다 못한 이일 것이라 단정짓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개인차를 인정해라. 처음에는 시야가 좁고 생각이 짧아 실수하기도 하지만, 점차 캠핑을 즐기다 보면 초보 때의 얕은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알게 된다.
TIP. "뽀대"의 어원은 "본때"다.
본때(本-)
①본보기가 될 만한 사물의 됨됨이. ②맵시나 모양새. 검은 안경을 낀 형사의 본때는 든든히 믿고 있는 어떤 힘을 가리키고 있는 게 분명했다.≪최인훈, 광장≫
본때(가) 있다
①본보기로 할 만한 데가 있다. 그 사람은 본때 있는 집안에서 자라났다. ②멋이 있다. 이번 일은 본때 있게 해치우자./우리도 남들처럼 본때 있게 살아 보자고./익삼 씨의 마지막 발악을 본때 있게 꺾고 나서 회심의 미소를 짓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윤흥길, 완장≫
첫댓글 하우투캠프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우리 카페의 특성상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장비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윗글에서 "초보 캠퍼들에게 캠핑 장비를 추천해주기가 쉽지 않다. 그 사람의 기호나 성격, 소득 수준, 인생관 등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라는 글이 우선 와 닿습니다. 적어도 재정규모 정도는 알아야 어느 정도 근접된 장비를 권할 수 있을 터인데... 그것이 '숨겨진 상태에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너무 공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대로 추정해서...열심히 대답해줬는데 '엄청난 헛손질'일 때의 허무함, 그렇다고 '단답형 하이엔드급 추천 대답의 무책임함' 사이에서 갈등이 생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초보 캠퍼들에게 하이엔드급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가장 속 편한 일이다." .....누가 몰라서 안 할까요?...... "구입할 형편도 되지 않는데 누굴 놀리는 거냐며 화를 내는 경우도 온라인에서 종종 본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같은 소카페에서는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이 되기 쉽상일 겁니다. 실제로 자기 과시욕에 사로잡혀 무책임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나, 우리는 물론, 다른 카페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심하면 된장캠퍼로 전락하기까지 합니다.
"선택은 본인 몫이다." 라는 것이 결국은 귀결점인데....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스스로 결론내기 어려워서 질문을 하는 것이니,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서 한없이 반복되는 어려움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질문하는 분에게 재미삼아 던지는 대답이 아니라면../... 우선 "그 사람의 기호나 성격, 소득 수준, 인생관 등을 " 전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내비치게 만들고,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대답을 드리는 것이 선배캠퍼들의 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아니면, 기초적인 상식을 파악하게 한 후 말씀드리는 것도 '소모적인 무책임'을 면하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즐겁자고 하는 취미인데, 매사에 심각할 수 있나요?...... 그렇다고 매사에 무책임할 수 있나요?....균형감이 필요하고...........절실한 분에게는 되도록 정확한 대답을 주는 지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작은 카페의 매력일 것이고, 우리 카페가 다른 카페와 다른... 좋은 카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윗글의 제목과는 다소 동떨진 내용이지만....일부의 글들이 오늘 있었던 씁쓸한 상황을 되돌아 보게 해서... 제 자신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는 글입니다.........너무 심각하게 읽지는 마세요.^^.
각설하고, 원글의 요지를 되새겨서.../.....여러분!!...중심 잡고...즐거운 캠핑합시다!!!.^^.
아..스크랩 글이시군요..저는 노매드님의 특징대로..이글을 자상히..동생들을 걱정하시여..손수 쓰신줄 알았습니다...하하~~일단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언제난 그렇듯..노매드님의 이런부분을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또 기대도..ㅋ~이단은 저는 노매드님댁의 5키로 가스통위에 얹고 쓰시던 원버너가 그렇게 탐나네요~ 아네~ 생뚱맞는거 알겠습니다~~ㅋㅋ~
사이트의 구축은 개성의 표현입니다. 천편일륜적인 사이트 풍경.. 저도 이거 싫어서 리빙*대신 오가와 선택했구요. 아직 저도 배우는 중이라 이거저거 계속 건드려보고 있는데 4계절을 다 겪고 나면 저도 기동성을 위해 옵티마이즈 작업을 해야 할듯합니다. 좋은글 캄솨~ / 스노픽대리점..ㅋㅋ
동감하는 글입니다^^....다니다 보니 장비만 3번 이상 바꿘것 같습니다^^;;;...코오롱 캐빈에서 몬타나 6....그리고 스노픽....또 티에라 5로... 콜맨 키친테이블에서 유니프레임으로....그리고 결국엔 스노픽 키친테이블로...ㅠㅠ...이젠 뭐로 또 바꿀까 기웃기웃 그러고 있습니다 --;;;
전 이렇게 준비합니다. 1)사고 싶은 것이 생겼다. -> 2)후기와 기타등등으로 면밀히 검토한다. -> 3)역시 사는 게 좋겠다. ->4)가격비교, 중고장터활용 등으로 일주일 정도 보낸다. ->5) 그래도 살 마음이 남아있음 지른다. -> 6)여우에게 물어본다. "나 이거 사도되냐" -> 7) 여우가 사지말라고 하면 "주문취소"하고, 사라고 하면 그냥 있는다. //전 지금까지 구매한 것 중 불용장비는 없답니다. 키친테이블과 스토브만을 바꿨네요.(이것은 여우가 주도하에 바꿨답니다.) 전 제 장비가 좋아요. 그런 것 있잖아요.신혼 때 처음 샀던 것들에 대해서 아끼는 것들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요 ^^
그동안 쭉 뵈어 왔던대로 노매드님께서 중심으로 계신한은 크게 흔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행동 할때 마치 부모님 호령처럼 느껴져서 움칠하고 자신을 되돌아 보기도 합니다 ...만...역시..어리석습니다 ㅠㅠ
노매드님......초보 캠퍼의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 부터, 하이엔드의 특장점까지 불편하지 않게 , 편견없이 담담하게 답변해 주시고 계시지요.... 장비는 그저 장비일 뿐입니다. 캠핑 후기도요.. 멋진 장비 사용후기 보고 뽐뿌질 당하는 것도 사실 그리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니지요. 이 나이에 아이들 처럼 무언가에 대한 작은 집착이지만 그래도 즐거운걸요..... 그래도 제일 기분좋은건 캠핑 못가고 주말을 보낸 월요일에 이른 아침 안개낀 숲 사진이 올라와 있는 후기를 보는 겁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카페의 최대 장점인듯합니다.. 저도 캠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카페의 글을 통해서 많은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마치 가려운데 긁어주는 적절함... 좋은 지적인것 같습니다..
......노매드님의 주옥같은 글 잘읽었습니다...그리고 퍼오신 좋은글도요..... 역시 캠핑에 대한 개개인의 주관과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신글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의 국민들이 제일 행복한 건 아니더군요. 사는건 좀 허접해 보여도 삶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빠지지 않고 상위 한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인도사람들이더군요. 옶이살건 있이 살건 자기 삶에 만족을 하고 산다는 것......되는대로 손때 익은 것은 익은 대로 없는 것은 시행착오 겪지 않고 잘 구매해서 즐겁게 캠핑할랍니다. 항상 힘이되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장비는 그저 장비일뿐,,, 동감 합니다.. 어떤분이 아쥐티 구입해서 사용하면서 김치국물 한방을 떨어지는거에 예민해 지고, 애들이 테이블 흔들면서 과격하게 노는거에도 예민해 진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건 더이상 내가 필요해서 구입한 장비가 아니죠,, 내가 모시고 다니는 상전이 되는거죠,,, 전 자동차도 그렇게 애지중지 하지 않습니다.. 말그대로 자동차는 내가 편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니깐요,, 그놈을 신경쓰고 상전 모시듯 하면 내가 자동차를 이용하는게 아니고, 자동차가 나를 이용하는 거죠,, 좋은글 스크랩 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시작한지 얼마안되는 초보지만 앞으로 캠핑을 어떻게 즐겨야하는가.. 를 생각케하는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