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월요일 이른 아침 모처럼 가을나들이 길에 나섰다. 당초 예정했던 나들이가 일기예보 관계로 미루어져 기다리던 중에 이루어진 것이다. 유성 IC에 들어서 호남선고속도로를 탔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누렇게 익어가는 벼 가득한 논, 은발의 꽃을 피워 반짝이는 억새풀은 가을을 빗질하고 있었다. 전남도경계를 넘어 얼마를 달렸을까. 함평군 해보면 꽃 무릇 큰 잔치 현장과 용천사 진입을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진입 입구 구름다리 형 아치에 앉은 나비와 만개한 꽃 무릇 조형물이 현장에 가려면 직진하라며 반기는 듯 했다. 길 양 옆은 물론 논두렁 밭두렁 산자락 빈자리마다 가꾸어진 꽃 무릇(상사화)이 온통 빨갛게 만개하여 꽃 천지에라도 온 기분이었다.
꽃 무릇은 푸른 나무 아직 마르지 않은 푸른 잔디밭 누렇게 물든 벼와 조화를 이루어 더 아름다웠다. 꽃 무릇 영상을 작품화하려는 사진동호인들, 꽃 무릇에 반해 즐기는 가족을 찍기에 이곳저곳에서 바쁜 모습 또한 한 송이 꽃으로 피어 있었다.
용천사에 이르는 길을 오르내리며 꽃 무릇 화원을 두루 두루 돌아보고 또 다른 불갑산 상사화(꽃 무릇) 축제 현장으로 향했다. 이르는 길목 곳곳에는 모시 송편 들고 가라는 듯이 모시 송편집들이 상호를 내 걸고 있었으며 단풍이 들기 시작한 벚나무 아래에는 꽃 무릇이 붉게 피어 아름다움을 더 하고 있었다.
눈앞에 모악산 아래 백제 침류왕 때 불교를 전파한 인도승 마라난타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불갑사의 모습이 들어왔다. 불갑사 오른 쪽 담과 저수지를 끼고 얼마쯤 오르니 상사화 전국 최대 자생군락지로 이르는 길은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줄을 잇고 있었다.
눈이 닿는 곳마다 8월부터 피기 시작, 만개한 상사화는 붉은 꽃밭을 만들어 올 가을 절정을 장식하고 있었다. 나무 숲 그늘 아래 촘촘히 들어서 만개한 꽃을 보며 모악산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아 매미와 풀벌레 산새들이 합창하는 가을 예찬 노래를 들으며 자연 별장 기분을 즐겼다.
내려오는 길에서는 다복한 삼나무의 녹색과 꽃 무릇 붉은 꽃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봄과 같은 꽃밭에서 한 장만! 한 장만 더! 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에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전국 최대 사생화 자생군락지 모악산을 뒤로 하고 1514년에 인공조성 된 것으로 전해지는 법성포 숲쟁이에 들러 높이 19-23m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누어 잠시 휴식을 취하며 느티나무 잎 사이로 바람 따라 살짝 살짝 얼굴을 내보이는 가을하늘도 보았다. 오후 4시가 넘어 그동안 한번 가보고 싶어 하던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법성포를 찾았다.
침류왕 원년 384년에 인도 간다라 출신의 고승 마라난타가 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최초로 발을 디딘 곳- 이곳이 바로 법성포 좌우두인 것이다. 법성포-,성인이 불법을 전래한 성스런 포구‘에 세워진 부용루, 탑원, 간다라 유물전시관, 4면 대불상을 서둘러 보고 염주 알을 만드는 열매가 검게 익어가고 있는 모감주와 바닷바람 속 선홍의 꽃이 아름다운 백일홍 가로수 길을 뒤로 하고 나왔다.
일행은 시원하게 보이는 해안선을 낀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백수해안도로 왕복 34km를 즐겼다. 도로 백암 해안전망대에서는 영화촬영지 마파도에 가는 칠산 앞바다 뱃길이 노을에 곱게 물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해안 절벽 위 노을정에서 되돌아올라 올 때 미국에서 30년 만에 처음 나왔다가 30일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돌아간다는 말찌나 수녀님을 우연히 만나 서로의 건강을 위하여 기도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해안 전망대 오른 쪽 예쁜 무인도-고두섬이 서서히 어둠속에 그 모습을 감추어갔다. 밤 10시반경 집으로 돌아오는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여산 휴게소 근처를 달릴 때 갑자기 소나기 빗방울이 시원하게 쏟아져 하루의 피곤을 싹 씻어가고 있었다. 낮에 취했던 꽃무릇 큰 잔치와 상사화축제를 온통 붉게 물들였던 꽃밭이 가을 밤 어둠 속에 다시 활짝 피어올랐다.
(2008. 9. 24.)
*전남 함평 해보면과 영광 불갑사에서 열리는 꽃무릇 큰 잔치와 상사화 축제의 주인공-상사화는 먼저 꽃이 피어 지고난 후에 잎이 나와 꽃과 잎은 평생 만날 수가 없다 하여 이별초라고도 하며 때문에 울 안에는 심지 않는다고 전해짐.
첫댓글 자연과 역사 그리고 관광이 얽힌 여유로움이 참 좋다. 찍은 꽃 무릇 사진있음 한컷 부탁하오
우리는 아직도 여름의 뒤안 길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데 가을나들이를 즐겼다니,역시 천규일세. 틈나는대로 볼거리,먹거리를 찾아 집을 서슴지않고 나서는 천규의 일상 패턴이 부럽구려...
아름다운 구경거리를 촬영해서 가보지 못한 사람도 볼수 있게 헸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