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 6시, 약속 장소인 근주네 가게로 향했다.
수퍼마켓에 들러 담배를 한 갑 사가지고 나오는데, 이게 누군가?
강일이와 희정이가 택시를 잡으려고 길가에 서 있지 않는가!
자기들도 일 다 마치고, 처가(희정이네 친정)에 간단다.
장인 어른에게 세배도 올리고 저녁도 먹는다고 해서, 천천히 오라고 하고
나는 발길을 재촉해 근주네 가게로 갔다.
6시 15분, 근주네 가게에 도착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근주와 인배밖에 없었다. 인사를 하고나서, 잠깐 누워있는데,
김현주가 왔다. 너무 졸려워서 그냥 누워서 인사를 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김지영(에밀리아나)가 왔다.
누워서 인사를 하다간 한 대 맞을 것 같아서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묻는게 참 많다.
특히 근주한테 왜 장가 안갔느냐고 정말 집요하게 묻는다.
지영이는 여성동아 연예 담당 기자란다.
그래서 주일학교 애들한테 나눠주게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장나라 싸인 몇 장 받아달라고 했더니 콧방귀만 낀다.
그러는 중에 장봉규가 왔다.
처가에 들렀다가 부인과 애는 돌려 보내고 자기만 왔단다.
다들 알다시피 장봉규는 롯데 캐논 춘천 지점에 근무하는데,
아마 춘천 교구청에 복사기를 납품했는지, 현주하고 복사기 얘기만 한다.
그 다음에 누가 왔더라? 박데레사와 박수정이 왔었나?
아니면 강세현과 강창호가 왔었나? 아무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 네명이 둘씩 차례로 왔다. 사람들이 좀 모여서, 근주네 가게 뒤쪽
넓은 자리로 옮기고, 먼저 한잔씩 돌렸다.
화제는 주로 시집 장가간 유부남 유부녀들의 이야기와
아직 시집 장가 못간 처녀 총각들의 이야기로 나뉜다.
지영이는 지금까지도 집요하게 정근주에게 왜 장가 못갔는지를 묻는다.
박데레사는 법무부 교정부처 소속 공무원이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춘천 교도소 보안과에 근무한다.
박수정은 후평동 고등부 10기로서, 아무튼 이날 이자리에서는 막내였다. 아마 10기들에게는 연락을 안했던 것 같은데, 박수정의 출현을 힘입어,
다음 모임의 폭을 좀더 확대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강세현은 레크레이션 강사로, 지금은 비수기라 놀고 있단다. 역시
레크레이션 강사답게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빨간 구두를 신고 왔다.
세현이는 놀랍게도 주방에서 덜그럭 거리더니,
이내 옆집에 들통을 들고가서 감자탕을 들통채로 사왔다.
강창호는 다들 아다시피 태권도 관장인데, 지금은 우두동인가에서
엘리트튼튼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물좋고 동네 좋은
퇴계동 지역으로 옮긴단다. 봉규네 아들 (원준)은 벌써 예약을 해놓았다.
술과 안주가 나오고, 몇 잔씩 돌고, 봉규가 나서서 건배 제의를 하고,
그러는 중에 이강일 강희정 부부가 오고, 그리고 나서 박성식이 오고
또 조금 있다가 전소연이 왔다. 맞나?
강일이는 벤처기업인 다우에서 컴퓨터관련 일을 하고,
희정이는 여성 패션 업체에서 일을 한다.
이 둘은 부부인데, 일주일에 서로 만나는 시간이 얼마 안된단다.
물론 한집에 살고 있기는 하다.
성식이는 지금 안산 시화 공단 관리소에서 근무하는데,
입주한 공장들에게 공단 임대료를 받는 직책을 맡고 있다고 한다.
소연이는 분당 서현동에서 영어 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물좋은 동네에 사니까 얼굴도 달라 보인다.
그리고 이인숙이 언제 왔더라? 아무튼 인숙이는 지금 시집가서
애 둘 낳고 사는데, 친정에 잠깐 다녀온다고 하면서 나갔다 왔다.
오면서 통닭을 사가지고 왔는데, 애들이 받은 세배돈 뺏어가지고
그 돈으로 우리 먹을 통닭을 사왔단다. 결국 우리가 애들 코묻은 돈으로
통닭을 맛있게 먹은 셈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