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출근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짠딸이 제일 좋아하는 미술관이라며 기대가 많다.
모네의 수련 중 대작을 모셔놓은 곳이다.
짠딸이 3년전에 갔을 때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아쉬웠었다고 한다.
사진 찍을 생각에 들떠있는 짠딸.
가 본 적이 없는 나는 상상이 안간다.
콩코드광장에서 튈르리 정원쪽으로 들어오면 아담한 오랑주리 미술관이 보인다.
미술관 밖에서 오픈 시간까지 잠시 기다리기.
기다리는 이런 시간까지도 나는 즐겼다.
낙엽이 뒹굴기 시작하는 걸 보면
파리에도 가을이 오는거야.
와~~~~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이 대작을 정원이 있는 그의 집에서 몇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이 대작을 전시하는 모네의 조건은 단 하나.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방에만 내 수련을 걸수 있다'고 했단다.
오랑주리미술관은 원래 튈르리궁의 오렌지나무 온실이었다고 한다.
모네의 수련만을 위해 건물을 새로 설계했다고 하는데
타원형의 건물이 독특하다.
참고로 관광청홈페이지에서 오랑주리 미술관사진 검색한 것을 올려본다
사진출처- 관광청홈페이지 오랑주리 미술관사진
방 모양이 저 타원형의 의자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밝은 천정의 조명은 바로 은은히 들어오는 자연채광이다.
생동감 있게 이 방을 구경하려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를 감상하면 된다.
요 사진은 그림감상하는 모습이 하도 멋져 나도모르게 ...
그림과 하나가 된 듯한 멋진 또하나의 그림이다.
계속 이 분과 마주쳤는데
이메일이라도 알아두었다가 이 사진을 보내드릴걸 하며
짠딸이 아쉬워했다.
이런 사진 혼자 오셔서 남기기 힘들잖아요.
저 둥근 의자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고
걸어가면서도,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맘껏 감상한다.
자세히 보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멀리서 보아야 전체적인 색감이 느껴지면서 더 아름다운 부분도 있다.
수련을 즐기는 저마다의 모습이 재미있다.
이런 타원형의 방이 2개
각 방엔 4개씩의 그림이 걸려있는데
8개의 그림을 감상하는데 2시간은 걸린 것 같다.
이방에 갔다 다시 저 방으로 갔다.
각 그림의 색감을 느끼며
인상파 작품의 진면목을 보는 기분이다.
짠딸은 카메라에 담느라 신났다.
르느와르의 피아노치는 소녀들
참 행복해보이는 그림을 그린 르느와르 .
소녀의 머리결을 자세히 보니 이곳 사람들은 석회성분이 많은 물을 사용해서
머리가 부스스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내 머리털도 점점 저리 변해가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 잠시 빌려줬던 그림이다.
르느와르 작품전시회였던가?
그 때 강렬한 이 그림을 포토존에도 확대해 붙여놨었는데
르느와르의 아들이라고.
루소, 모딜리아니, 마티스, 피카소, 마리로랑생 등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의 그림 전시되어있어 참 행복했다.
무엇보다 규모가 그다지 크질 않고 작품이 많지 않아서
작품 감상하는데 피로도가 낮고 상큼하다.
아래층의 그림 다 감상하고
모네의 수련이 있는 방으로 다시 올라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앉아서 감상할 수 있어 더 좋다.
짠딸은 마리로랑생이 그린 '샤넬'앞에 서 있는 이 사진을 찍어놓고
엄마 얼굴이 그림속의 얼굴과 닮았다고 한다.
마리로랑생의 화풍이 여인의 얼굴을 흐린 윤곽으로 몽환적인 표현을 많이 한다.
쌍거풀없이 부은듯한 내 눈과 조명, 각도가 맞아서인지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마리로랑생' 이 화가의 그림을 만나는 순간
나는 마음을 굳혔다.
'미라보다리'를 꼭 찾아가리라.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가네'
이렇게 시작하는 '아뽈리네르' 시를 고교시절 내내 읊조리고 다녔었다.
아뽈리네르가 마리로랑생과 연인관계였다가 헤어진 후
그 아픔을 노래한 시로 유명하다.
내가 파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에펠탑도 아니고 개선문도 아니다
오직 세느강의 미라보다리였다.
그 미라보 다리를 어찌 가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가이드님은 심드렁하다.
미라보가 관광지 주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기도 하고
이 시를 읽어보지 않았기에 감흥이 없었겠지.
미라보다리가 뭔데~~~
그냥 다리아냐???
난 계속 징징대며 보챈다 '미라보, 미라보' 하며.
두 사람 미라보다리에 안가고는 못배길 거라는 거 다 알고 있으면서
고연시리 시니컬하게 군다.
미술관을 나와 튈르리 정원에서 커피마시며 잠시 쉬기로 한다.
가이드님 편한 의자가 있는 곳으로 다시 안내하니 의자가 누워도 될 만큼 편안하다.
이 사람들 눈감고 낮잠이라도 잘 기세다.
그래 이게 자유여행의 참 맛이지.
두 사람 편히 눈감고 쉬라고 난 잠시 산책이나 할까?
공원은 어디나 참 아름답다
공원에서 쉬다가 이 공원에서 점심을 먹자고 합의한다.
점심식사 장소만 합의한 게 아니다.
식사 후 미라보다리를 보러가자는 합의까지 끌어냈으니
내가 얼마나 보챘는지 알만하지.
공원에서의 점심 얼마나 낭만적인가.
메뉴선택은 참 힘들다.
짠딸에 의지해 재료와 요리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선택하는데
항상 변화를 주며 이것저것 잘 주문해준다.
이 음식은 메밀전병같은 느낌이 든다.
야외에서의 식사는 늘 비둘기들과 함께 한다.
테이블 주위를 맴돌며 떨어뜨린 음식들을 주워먹으러 어슬렁어슬렁
여긴 호숫가이다보니 오리까지 뭍으로 나와 어슬렁거린다.
"엄마, 저건 오리아니에요? 이게 무슨일이야?"
짠딸은 질색한다.
미라보다리는 콩코드광장에서 택시로 가기로 한다.
택시에 올라타며 자신있게 외친다.
'퐁 미라보'
택시기사는 알았다며 목적지를 다시 외친다
"퐁 미하보"
아~~~ 미하보라고 발음하는거구나.
그 뒤로 우린 잘 되지도 않는 발음연습을 한다
퐁 미하보!!
미라보다리 근처에서 아이스커피 하나 사서
신나게 들고오는 두 사람
난 벌써 미라보다리앞에 서 있다구.
얼마나 아름다운 다리인가
12년전 유람선 위에서 미라보다리 지날 때 꼭 알려달라고
가이드한테 신신당부를 했었다.
멀리서 줌으로 당겨가며 찍었던 희미한 사진 한장.
초록색 다리였다는 기억하나만으로
세느강변을 지날 때 초록색 다리만 보이면 혹시 미라보 아닐까 하고
두근댔던 내 마음을 두 사람을 알까.
시니컬하던 짠딸도 담박에 미라보와 사랑에 빠진 듯하다.
아니, 에펠 조망권에 반한건가?
아니지, 그건 프리미엄이고
녹색의 철재난간이 고풍스러우면서 아름답다고
미라보에 오길 잘 했다고
엄마의 징징거림을 200%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가이드님, 이번 여행에 미라보를 못보고 그냥가면
평생 엄마의 구박을 면치 못했을거네요.
미라보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날 위해
두 사람 언제까지든 기다려줄 테니
미라보 실컷 만나라고 저렇게 앉아있다.
나 여기 떠나기 싫다.
짠딸은 에펠 야경을 여기서도 보고 싶다며
"개선문 갔다가 야경보러 여기로 다시 올까?"하며 망설이는 중.
강을 따라 큰 길로 나가면서도 자꾸 뒤돌아본다
미라보 다시 보기 버튼을 누른듯.
자꾸자꾸 되감기 버튼을 누른 듯.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던 거리에 처음 섰을 때의 감격이
지금도 여전하다.
파리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유를 알것 같다.
개선문 앞 도로에 이렇게 포토 포인트가 있었을 줄이야.
혼자서 여행 온 한국인 남자 멋지게 찍어주니
우리도 같이 서라며 찍어준다.
그러고 보니 셋이서 찍은 사진이 없었구나.
항상 짠딸이 우리 두 사람 위주로 찍어주고 있었구나.
영차영차,
개선문을 오르는 길
멋진 샹젤리제 거리 뿐 아니라
파리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역시 높은 곳에 오르면
오른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아, 개선문에 오르다니
개선장군도 여기에 올라왔었을까?
어렵게 올라왔으니 우리 여기서 야경을 보고 내려가자.
미라보로 다시 가긴 어렵겠다.
잠시 앉아서 쉬기도 하고
사방팔방으로 돌아가며 파리시내를 감상한다.
참 아름답게 설계된 도시구나.
오늘따라 하늘이 어찌 이리 아름다울꼬.
모두 이 아름다운 노을앞에 넋을 놓고 있다.
연인들은 꼭 끌어안거나, 키스를 나누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 아름다운 풍광앞에 어찌 그냥 있을 수 있겠는가.
밤이 깊다.
에펠이의 불꽃쇼도 개선문 위에서 감상하니
또 새롭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개선문이 곱게 화장하고 서있다.
곧 열리게 될 LPGA 애비앙챔피언쉽 홍보간판에
작년 우승자 전인지의 모습이 보인다.
지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귀국하면 열리겠구나.
결과는 안나노르드크비스트 선수의 우승으로 끝났다.
샹젤리제 거리의 이 노란 불빛이 참 따뜻하고 좋다
고급스럽다
인도가 차도보다 더 넓은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 귀가하는 길.
파리의 밤은 깊을수록 더 낭만적인걸.
첫댓글 미라보다리 이쁘긴하대 ㅋㅋㅋ